사람이 죽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이 모두 국회에 나와 전혀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감독은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제3자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최 선수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녹취가 있다. 그리고 운동선수로서 지도자와 선배에 대해 여러 차례 신고했다는 점이 가볍지 않다. 그 세계에서 매장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런 고발을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 고발이 거짓일 가능성은 낮다.
현재 경주시청 전현직 선수 중 폭행 피해를 증언한 이가 15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도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증언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이 모든 이들의 증언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에 경주시청 팀과 훈련을 함께 한 적이 있다는 전 철인3종 선수의 증언도 보도됐다. “감독이 (폭언·폭행을) 시작하면, 트레이너, 고참 선수 순으로 폭력이 이어졌다”며 “이때의 충격으로 운동을 그만뒀다”고 했다.
팀닥터 또는 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사람은 의사도 아닌 무자격자라고 한다. 경주시청에서 고용한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팀에서 팀닥터로 불리고 권력자로 군림했다는 건 팀내의 누군가가 그런 힘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의 감독의 말을 믿기가 어려운 것이다.
당연히 엄정하게 조사하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과거엔 체육계 가해 지도자들이 일정 시간 후에 복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악습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젠 확실히 영구격리 시켜야 한다. 단지 체육계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을 넘어서 사회로부터도 확실하게 격리시켜야 한다.
여기까지는 기본이다. 이 기본조차 과거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해자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 요구가 비등한 것인데, 그 이상의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바로 최 선수가 신고한 이후의 진행과정에 대한 조사다.
일단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소액의 벌금형 정도 나올 사안이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있고, 어느 정도 폭력은 운동계에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경찰 측은 부인한다. 이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체육회, 관련 단체의 대응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최 선수는 2월에 경찰신고하고, 4월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회유 시도까지 있었다는 주장이 보도됐다. 7월 6일에 국회에서 문체부 차관이 팀닥터의 신상정보를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은 그 전까지 최숙현 선수의 고발에 대해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경찰, 체육회, 관련 단체, 어디에서건 제대로 조사를 했으면 팀닥터 신상을 파악했을 것이고 이번에 바로 문체부에 보고됐을 것이다.
어떻게 신고하고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핵심 가해자의 신상조차 모른단 말인가? 완전히 방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청팀에선 10여 년 전에도 한 선수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어서 더욱 주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최 선수가 새로 옮긴 부산시청 쪽에서는 고소취하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최 선수가 신고한 이후에 벌어진 이 모든 대응의 내용과 주장에 대해서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가해자만 문제 삼으니까 악습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신고를 무시해 직무를 유기하거나, 특히 회유 등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모든 관련자를 빠짐없이 적발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법이 미비하면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폭 넓게 흔들어야 체육계가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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