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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KBS 인종차별 왜색 논란, 방송 제작진의 양식

 

최근 KBS가 두 개의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인종차별 포스터 논란이다. KBS가 지난 18일 허위 정보, 디지털 성범죄, 알고리즘, 디지털 페어런팅, 가상 현실 등 미디어 관련 주제를 다룬 5부작 특집다큐 ‘호모 미디어쿠스’의 포스터를 공개했는데 바로 그 포스터가 문제였다.

 

그 안에 원시 인류에서 디지털 미디어 활용 인류로 진화하는 듯한 그림이 있는데 여기서 색깔이 바뀐 게 문제였다. 원시 인류는 검정색에 가까운데 디지털 미디어 인류는 훨씬 밝은 색으로 표현됐다. 마치 검은 피부는 원시적이고 하얀 피부는 진화한 피부라는 인식이 담긴 듯한 이미지였다.

 

프로그램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시사교양 프로그램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작 그것을 알리는 포스터가 이렇게 야만적이라서 더욱 충격적이다. 어떻게 인류의 진화를 피부색으로 표현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황당해도 너무 황당하다.

 

일단 우리 사회의 실패고, 교육의 실패다. 이 이미지를 디자인한 실무자는 한국 교육을 받고 한국 사회에서 자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떻게 교육하고 어떤 사회 분위기이길래 진화를 피부색으로 표현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방송 제작진의 양식 문제이기도 하다. 방송 관련 이미지는 사회에 널리 영향을 미치므로, 제작자가 디자인 감각만 뛰어나서는 곤란하다. 인문사회적 기본 소양이 있어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방송제작진이라면, 또는 방송제작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전문적 제작 능력에 더해 이런 기본 소양까지 기를 줄 알아야 한다.

 

제작 실무자뿐만 아니라 책임자, 간부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식 포스터로 공개될 정도면 일개 실무자 혼자서 발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PD라든가 기타 방송국 직원들에게 공유되고 승인됐을 가능성이 높다. 제작 간부 정도 되면 진화와 피부색을 연계한 설정을 보자마자 바로 문제를 인지했어야 한다. 시사교양 제작진이라면 더욱 그렇다.

 

두 번째 논란은 왜색 그림 논란이다. 지난 11일 설 특집으로 방영한 퓨전 국악 프로그램 ‘조선팝 어게인’에서 일본의 성 이미지가 배경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건 역사 교양의 문제다. 방송 이미지를 만든다면 각 문화권의 기본 양식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일본성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인데 그걸 국악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내보냈다는 것은 황당하다.

 

이것 역시 제작진 일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디자이너가 만들고 방송으로 송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PD 등의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KBS는 거짓 해명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해당 건물이 왜색이자 복제라는 주장에 대해 ‘복제가 아닌 상상’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런데 원본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발견됐다. 해당 이미지에는 ‘Japaneses old castle’(일본 고성(古城))이라는 문구까지 명시됐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도 거짓 해명을 했다면 문제이고, 일본성이라는 문구를 보고서도 그저 동양의 고전적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우리 국악의 배경으로 차용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와중에 KBS가 문제의 일본성 이미지를 ‘불후의 명곡’과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에도 썼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KBS 망신이다. 방송 제작진의 인문사회적 ‘개념’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