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가 충격적인 내용으로 끝났다. 극중 악당 부장검사를 빈센조가 직접 죽였다. 악당 변호사인 최명희를 납치해, 열 발톱을 모두 뽑고 기름을 부어 불태워 죽이기까지 했다. 악의 중심인 장준우는 드릴 장치로 가슴을 서서히 뚫어 고통을 장시간 느끼도록 했다. 결국 장준우는 까마귀에게 살을 파먹히며 죽음을 맞았다.

 

그동안 주인공 행동의 수위가 점점 강해지는 추세였다. 어느 정도의 일탈, 범법도 용인이 돼왔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보기 힘들었다. 보통 주인공과 악당을 가르는 가장 큰 차별점이 생명, 특히 인명에 대한 태도였다. 악당은 인명을 경시하고 주인공은 그 반대다.

 

그래서 보통 악당을 처단할 때 최종적으로 법의 심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죽일 때도 악당이 먼저 주인공을 공격해서 그에 대응하다가 자연스럽게 생명까지 뺏는 설정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게 살인을 하더라도 단숨에 숨통을 끊지, 일부러 고통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빈센조에선 무방비 상태로 있던 부장검사를 죽이는가 하면, 발톱을 뽑고 불을 붙이고 드릴로 구멍을 뚫는 등 고통을 극대화했다. 그전엔 악당의 하수인들에게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죽이기도 했다.

 

이런 행동방식은 악당의 것이었는데 여기선 주인공의 것이 됐다. 이 드라마 자체가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처단한다는 걸 내세웠지만, 이렇게까지 수위가 높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비슷한 설정의 드라마가 많았지만 빈센조는 확실히 어떤 선을 넘어섰다.

 

이건 악의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빈센조에서 주인공은 비록 이탈리아 변호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직업이 변호사이고, 주인공의 조력자는 한국 변호사이며, 이들이 일하는 곳도 법률사무소였다. 그리고 악의 대리인은 로펌의 변호사들이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정의가 실현될 걸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법도 믿을 수 없다고 하더니 결국 빈센조의 폭력으로 결말을 맺었다.

 

이 작품에서 한국은 기득권 집단이 마피아 짓을 하는 곳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이 이탈리아 마피아의 고문변호사였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거대한 세력들이 이탈리아보다 훨씬 큰 규모로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그렇게 무너졌기 때문에 결국 빈센조가 검사와 변호사와 회장을 직접 처단했다.

 

바로 그런 불신을 국민이 공유하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사회에 부조리와 악이 넘쳐나지만 공식적인 법질서로는 그들을 처단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악에 대한 분노도 커져서 어떻게 해서든 없애버리고 싶다는 심리도 강해졌다. 그래서 드라마 주인공이 생명존중이라는 선을 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정의는 나약하고 공허하다, 이걸로는 그 어떤 악당도 이길 수 없다며 앞으로 악당의 방식으로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 뜨거운 호응을 받았기 때문에 또다른 악당의 방식을 새 시즌에서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곧 빈센조의 설정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기까지 공적 시스템이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결국 선을 넘게 됐다. ‘빈센조는 이 시대의 불신, 분노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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