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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해피투게더 혐한류 부추겼다


 

<해피투게더> 이번 회에 유해진이 출연했다. 유해진은 이른바 성격파, 연기파, 코믹 조연배우로 잘 생긴 주연과는 거리가 ‘아주, 매우’ 먼 배우다. 영화에서 맡는 배역들도,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 극 중에서 가장 안 멋있는 역할들이다.


유해진이 연기를 못해서 그런 배역들을 맡는 게 아니다. 그의 외모 때문에 그는 ‘멋있는’ 역할로 나오지 못한다. 얼마 전 TV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할 때도 그의 외모가 화제에 올랐었다. 리포터가 아예 대놓고 자라면서 외모에 대한 불만은 없었냐고 물을 정도로 유해진의 외모는 잘 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해피투게더>에서도 그의 외모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그 방식이 너무 안 좋았다. 유해진 외모 이야기는 동남아, 중국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으로 시작됐다.


“좀 외람된 얘기인데, 저기 동남아 연예인같아요.”


이렇게 박명수가 말을 꺼냈던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비주역 안멋진’ 배우를 데려다 놓고 동남아 사람 같다고 말하며 웃음꺼리로 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것은 동남아 사람을 비웃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낳는다. 그 뒤를 이어 중국, 베트남의 국명도 거론됐다.



-한국 방송의 무신경, 파괴적인 혐한류 부추긴다-


요즘 중국에서 혐한류가 폭발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2대 시장이다. 한국은 물건을 만들어 팔아가지고 먹고 사는 나라다. 그 물건을 팔 양대 시장이란 소리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시장이 요즘 휘청휘청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시장에 소비위축이 올 것이 뻔하고, 한국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시장마저 닫히면 우린 물건을 팔 곳이 사라진다. 동남아 신흥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은 굶어죽는 나라다. 왜냐하면 식량자급도 안 되고, 자원 자급도 안 되고, 석유도 안 나기 때문이다. 북한과 그리 다를 게 없는 조건이다.


상황을 조금 과장되게 강조해서 말했다. 그만큼 중국에서 발흥한 혐한류 열풍이 위험하다는 걸 경고하기 위해서다. 우리 네티즌들은 중국 욕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한국 오천만이 중국을 평생 욕해도 중국을 이길 수 없고, 시장만 사라질 뿐이다. 욕하며 대립할 것이 아니라 공존공영할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인의 혐한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된 결과다. 그 원인 중에 우리 방송사의 무신경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 <X맨>에서 중국 특집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출연자들끼리 농담을 하며 한 사람더러 ‘현지인’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너무 창피해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요즘 우리 대중문화 상품은 우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서남아시아, 심지어는 북아프리카에서도 본다. 특히 동아시아에선 놀랄 만큼 빨리, 그리고 넓게 우리 대중문화상품이 전파·소비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다. 우리가 일본드라마, 중국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면 그들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쇼프로그램은 자막까지 풀세트로 해서 다운로드의 세계에 돌아다닌다. 만약 일본의 유명 쇼프로그램에서 꾀죄죄하게 생긴 사람더러 ‘한국사람’같다고 놀리는 설정이 나온다면 한국인의 감정은 어떨까?


뼛속깊이 노예가 아니라면,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노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회적이 사건이 아니라 아예 정형화된 설정으로 여기저기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분노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발전된다.



-중국, 동남아가 동네북인가-


우리 쇼프로그램에서 중국이나 동남아인을 비하하는 설정은 너무나 많이 나와 인이 박힐 지경이다. 옛날부터 방송에서 추레한 가수를 비웃으며 의례히 하는 말이 ‘동남아 순회공연’, ‘가리봉동 나이트’ 이런 것들이었다. 가난하고 열등한 무언가로 간주되는 것을 공개적으로 멸시하는 한국의 천박한 문화다. 그것이 이제 한류와 인터넷을 타고 동아시아에 퍼져 혐한류라는 역풍을 낳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흑인 출연자가 눈물을 흘리며 한국의 인종차별적 문화를 말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아프리카는 너무나 존재감이 없어 한국 쇼프로그램에 아프리카를 비하하는 설정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종종 등장한다. 동남아와 중국을 비하하는 장면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어떤 제품이 부실하다던가, 식재료가 이상하면 ‘이거 중국산 아니야?’라고 출연자가 말한다. 다들 웃는다. 그것이 편집되지 않고 ‘멀쩡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방영된다. 당신이 그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라. 분노하지 않겠는가? 그런 나라 프로그램을 계속 방영하는 자기 나라 방송사에 항의하지 않겠는가? 중국에선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중국인 출연자는 중국산을 죄다 짝퉁처럼 표현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국계인 채리나마저도 그런 감정을 토로했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적도 없고, 한국인도 모르는 중국인이 그런 한국 프로그램을 볼 때 어떤 마음일까? 중국인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얄미워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국제화 시대다. 우리 TV를 우리만 보는 시대는 갔다. 한국 대중문화산업은 동아시아 전체를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세상에 어느 가게가 자기 동네 주민들을 대놓고 멸시하며 장사를 하나? 우리 방송사라든지 연예인들은 그런 행태를 보인다. 황당하다.


한류 한류 입에 달고 살면서 중국 특집에선 현지인 비하하는 식의 방송. 그런 무신경이 한국 최고 예능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해피투게더>에도 나타났다. 이런 식이면 동아시아인들에게 당해도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