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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성형미인 이시영·황정음, 예쁜데 어떡하지?

 


이거 큰일이다. 황정음이 예뻐 보인다. <에덴의 동쪽>에 등장한 황정음을 보고 처음엔 ‘누구지?’ 했다. 분명히 황정음이 나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낯설었다. 자세히 보니 황정음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던 그 황정음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인터넷에서 검색까지 했다.


아니나다를까. 검색창에 황정음을 치니 바로 아래 이어지는 연관 검색어가 ‘황정음 성형전’이다. 무던히도 많은 사람들이 황정음 성형에 대해 검색했나보다. 최근에 성형으로 이슈가 됐었던 사람은 이시영이다. 그래서 이시영도 검색창에 입력해봤다. 그랬더니 바로 아래 ‘이시영 성형전’이 뜬다.


황정음을 과거부터 TV에서 봤었는데 예쁘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영 같은 경우는 과거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변천과정을 모른다. <바람의 나라>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고 느꼈다. 그러다 최근의 화제로 성형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황정음을 보며 나 스스로 놀랐던 건,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나보다. 역시 예쁘면 호감을 사는 법이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건 자연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이 달라져 급호감이 되는 것이 이렇게 명백한데 성형열풍을 어떻게 막을 수 있으랴. 심지어는 어떤 평론가가 좋다는 여대생들에게 한 매체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미남이어서’라고 답한 일도 있었다.


이건 좌절이다. 성형열풍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해야 마땅한데 이렇게 마음이 별개로 움직이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 성형미모는 쟁취한 것 -


사람은 예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생겼다. 애플의 위상이 유지되는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애플은 ‘예쁜’ 제품을 만들어낸다. 예쁘지 않은 제품을 사람들은 외면한다. 냉정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 외모에 적용되면 당하는 사람이나 적용하는 사람이나 피차 괴로워진다. 왜냐하면 사람 외모는 타고난 것이어서, 잘못하면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모에 대한 얘기를 드러내놓고 쓰는 것은 금기로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히 사람들은 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에게 열광한다. 장동건, 정우성, 전지현, 송혜교. 여기에 몸매까지 따진다. 권상우라든가 그 외 등등등.


얼굴과 몸매 사이엔 차이가 있다. 몸매를 가꾸는 노력은 찬미된다. 이상적인 체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를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상적인 얼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엔 시큰둥하다. 거기에 수술까지 했다면 모두가 비웃는다. 예쁜 여자 연예인이 나타나면 네티즌수사대가 출동해 과거의 사진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수술여부를 검증하려는 것이다.


몸매와 반대다. 얼굴이 예뻐지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안 했다면 찬미의 대상이 된다. 열심히 노력을 했을수록 비난을 당한다. 이건 좀 이상하다.


자연미인은 부모 잘 만나 우연히 얻은 것이다. 재벌 2세에게 돈이 많은 것과 같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돈이 많은 것이 찬미의 대상인가? 노력부자보다 자연부자가 더 나은가? 반면에 성형미인은 본인의 노력으로 된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과 같다. 어떻게 보면 성형미인이 더 대단한 것이다. 자연미인은 한 것이 없다. 말하자면 자연미인은 자원부국인 중동국가고 성형미인은 노력국가인 한국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성형미인들을 보고 좋게 생각하면 그만인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성형열풍과 외모지상주의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가 한국을 성형왕국이라고 보도한 적도 있고, 한국 여대생의 82%가 성형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당장 부작용이 문제다. 황정음, 이시영처럼 성공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 많은 연예인들이 미적으로 실패한 성형이나 부작용으로 좌절한 사례들이 보도됐었다. 일반인들의 부작용 사례들도 많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 인간의 가치는? -


근본적으로 이것은 가치 있는 인간, 인정받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와 만난다. 인간의 존엄한 가치는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외모로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짐승들도 하는 일이다. 인간만의 독특한 가치는 정신성에서 나온다.


외모지상주의는 인간의 정신성을 파괴한다. 그리하여 인간을, 그리고 그 사회를 보다 짐승의 그것에 가깝도록 만든다. 그렇게 정신성이 무의미해질수록 모두가 강박적으로 외모에 집착해 결국 성형왕국이 된다.


이런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성형을 했든 안 했든 예쁘면 호감을 갖게 되는 게 문제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인이나 전문직 종사자도 외모는 사회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현재 대통령도 얼굴형 때문에 동물에 비유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 ‘정신성’과 ‘짐승성’ 사이의 딜레마. 하나는 당위고 또 하나는 본능이다. 이건 괴로운 문제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며 동시에 외모에 혹하는 본능을 어찌한단 말인가. 답이 없다. 문제의식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황정음, 이시영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네티즌 성형수사대는 이제 그만 해체했으면 좋겠다. 왜 남의 성형사실을 까발리는 것에 그리 ‘열폭’하나? 여자연예인에게 연관검색어로 반드시 따라붙는 성형 관련 키워드들. 이것도 성형강박증 못지않게 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