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마이클잭슨은 왜 웃음거리가 됐을까

 

 최근 성형부작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감염설로 마이클잭슨이 이슈가 됐었다. 그 기사를 본 대중은 그를 비웃을 뿐이었다. 일종의 의료사고 피해자인 그를 동정하거나 보호해주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야멸친 사람들이 됐나 놀랍기까지 하다.
 
마이클잭슨 관련 기사가 포털에 내걸리면 의례히 비웃는 댓글들로 도배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형 때문이다. 흑인이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얼굴형과 색깔을 백인형으로 바꾸려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비난의 이유다.(백반증설, 부상설 등 사실여부와는 별개로 일반인의 인식 차원에서는)


 하지만 이것은 대중이 마이클잭슨을 비웃는 현상을 반밖에 설명해주지 못한다. 마이클잭슨이 얼굴을 백인형으로 성형했다는 것은 요즘 들어 새롭게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이미 마이클잭슨이 ‘문워크’로 신적인 추앙을 받던 시절에도 다들 알던 얘기에 불과하다. 그 당시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마이클잭슨을 혐오하고 조롱하지 않았었다. 한 유명 만화가는 마이클잭슨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을 찬미하기까지 했다. 그때와 지금 사이에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마이클잭슨이 추해졌다. 놀라운 성형 성공 사례에서 최악의 성형부작용 사례로 전락했다. 게다가 집과 애장품도 내다 팔 만큼 경제적으로도 몰락했다. 즉, ‘추한 실패자’가 된 것이다. ‘아름다운 승리자’와 ‘추한 실패자’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극과 극이었다. 마이클잭슨이 한국인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그의 기사에 달리는 악의에 찬 댓글들을 보면, 대중이 추한 실패자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마이클잭슨은 과도한 성형으로 성형에 민감한 대중을 자극했다. 둘째, 성형부작용으로 추해진 것이 혐오의 이유가 됐다. 셋째, 경제적 실패로 조롱까지 겹쳐지면서 흉악범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 성형민감증과 성형중독증은 결국 한 뿌리 -


 한국인은 성형에 과도하게 민감하고, 성형부작용에 잔인할 만큼 냉정하다. 최근 컴백한 곽진영은 2년 전 성형부작용을 고백한 이후 겪은 고통을 밝혔다. 모두들 그것 하나만을 비웃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살한 최진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도 했다.


 화제의 여배우가 등장하면 곧 ‘네티즌수사대‘가 출동해 그녀의 성형여부를 검증한다. 어느 여배우든지 관련 검색어로 항상 성형 키워드가 따라다닌다. 외모 변천사를 정리한 이미지 파일은 인터넷에서 대인기다. 성형 관련 이슈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면서 성형수술한 배우를 비웃거나 비난하고 반대로 자연미인을 찬미한다.


 베이징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는 과거 성형파문 후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양미라도 작년에 성형논란과 관련한 눈물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톡스 주사 맞은 것은 아직까지 조롱의 대상이다.


 이런 한국인의 성형민감증은 이율배반이다. 성형에 민감한 것 자체가 이미 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반영하고, 그런 관심은 다시 성형열풍으로 이어진다. 성형사실을 캐내고 비웃는 사람들이 사실은 성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중독증이나 성형민감증이나 사람의 능력, 재능, 영혼엔 관심이 없고 오직 외모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다.


 성형민감증이 사실은 외모지상주의의 한 표현이라는 것은 성형부작용에 대한 태도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곽진영이 만약 성형수술에 성공해 아름다운 얼굴의 소유자가 됐다면 그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성형 자체가 워낙 이슈가 되니까 예민한 사람들은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정말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성형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성형으로 외모가 나아진 사람들은 본인만 당당하다면 잘 살 수 있다. 성형사실을 고백한 현영은 여전히 잘 활동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우리 결혼했어요>의 이시영도 성형이 이슈를 증폭시켰다. 이시영 본인이 성형사실을 고백했지만 인기는 높아만 갔다. 반면에 실패자나, 성형수술이 티가 나도록 된 사람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의 호감도를 정리하면 이렇다. 호감 일순위는 자연미인. 호감 이순위는 성형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미인. 반면에 비호감 일순위는 성형했으나 추한 사람. 비호감 이순위는 성형해서 예쁘긴 하나 부자연스런 사람. 철저하게 외모가 기준이다. 이렇기 때문에 마이클 잭슨은 성형사실이 옛날부터 알려졌었지만 얼굴이 추해진 요즘 들어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 구준표는 마이클 잭슨의 반대 -


 누군가를 가장 효과적으로 비난하는 방법은 ‘그가 악하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찌질하다. 그는 촌스럽다’라고 하는 것이다. 나빠도 강한 것은 괜찮다. 아름답거나, 성공했거나 하는 것은 모두 ‘강함’의 표현들이다. 악해도 강하면 대중은 추앙한다. 반대로 선해도 ‘찌질하면’ 대중은 야멸치게 고개를 돌린다.


 마이클 잭슨은 강한 존재에서 찌질한 존재로 추락했다. 그것이 마이클 잭슨에 열광했던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성형수술을 하고도 실패한 사람들은, 수술실패 자체가 이미 찌질한데 외모까지 촌스러워졌으므로 대중의 비난을 받는다.


 그 대중들에게 요즘 가장 추앙받는 캐릭터는 바로 <꽃보다 남자>의 ‘F4’다. 이들은 모두 잘 생기고 세련된 패션을 자랑하는 부잣집 자식들이다. 즉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악하다. 왕따문화를 선도하고 약자를 능멸한다. 대중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찌질한 금잔디네 식구들은 조롱의 대상이다. 0.001% 초상류층 꽃미남 F4에겐 환호한다. ‘외모 스펙’ 기준으로 그들은 호감 1순위이니까. F4의 구준표는 마이클잭슨의 정반대편에 있는 캐릭터다.


 이런 나라에서 성형을 안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다.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작년엔 젊은 성인층의 반 이상이 휴가 전 성형수술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15살에서 24살 사이의 청소년 중 40%가 성형수술을 원하며, 여성의 경우는 이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서울시의 2007년 통계도 있었다.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성형민감증 환자가 되어 연예인의 성형사실을 캐내는 것이 요즘 세태다. 그들은 특히 성형실패자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렇게 추한 것이 조롱의 대상이 될수록 추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절박해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성형집착증자들의 왕국으로 만든다.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예쁘고 잘 생긴 연예인이 인기를 얻는 것은 언제나 있었던 일인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요즘 한국의 ‘외모, 스펙, 성공’ 지상주의는 도를 넘고 있다. ‘마리 프랑스‘의 2004년 조사에선 한국 여성의 외모 불만족도가 아시아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나왔다.


 정신이 사라진 자리를 화려한 외모가 차지하는 것은 교양프로그램 멸종-드라마예능 전면화와도 맞물리고, 명품 집착증과도 맞물린다. 모두 21세기 들어 심화된 현상들이다. 마이클잭슨을 조롱하고 F4를 추앙하는 것은 그런 세태의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