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81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사후 수상이다. 그는 이미 1년 전에 이 세상을 떴다. 그의 수상소식을 듣고 바로 떠오른 사람은 최진실이었다. 최진실은 작년에 연기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히스 레저와는 달리 죽은 그녀는 한국에서 연기상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 풍토로 보면 히스 레저의 수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은 방송사에게 이용가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사 시상식은 향후 이용가치, 향후 수익성을 기준으로 상을 주는 것 같다. 이미 죽어버린 최진실은 방송사에게 아무런 이익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만약 최진실이 살아서 다음 작품을 모색하고 있었다면 최진실이 연기대상에서 연기상을 받을 가능성은 100%였다. MBC 2008 연기대상의 대상은 김명민-송승헌, 여자 최우수상은 이미숙-배종옥에게 돌아갔다. 이중에서 송승헌이나 배종옥의 자리가 원래 최진실이 있을 자리였다.


<무릎팍 도사>가 하나의 전범을 만들어낸 공로로 강호동은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드라마 부문에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2008년을 강타한 줌마렐라 드라마들의 전범이었으므로 최진실의 수상은 당연했다.


송승헌에겐 스타성과 프로그램의 인기가 있으나 연기력이 미흡하고, 배종옥에겐 연기력은 있으나 프로그램의 질이 미흡했다. 두 가지를 다 갖춘 후보는 최진실이었다. 특히 배종옥이 출연한 <천하일색 박정금>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선도한 아줌마 판타지류의 범작에 불과했다.


게다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최진실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던 정준호는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더 존재감이 작았던 상대역도 최우수상을 받는 판에 최진실이 대상은커녕 여자 최우수상조차도 받지 못한 건 말도 안 되는 사태였다. 정준호와 최진실의 차이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한 명은 살아서 다시 일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죽어서 더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차이.


결국 방송사의 이익이다. 히스 레저는 헐리우드 영화계에 앞으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할 사람이지만 아카데미는 냉정하게 연기로만 평가했다.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은 사람이 죽자 수상자 명단에서도 빼버렸다.


최진실에게 돌아간 것은 공로상이다. 이건 생애업적상으로 연기상이 아니다. 최진실 정도 나이의 연기자가 받을 상도 아니다. 정말로 공로상을 받을 사람은 따로 있었을 것이다. 방송사가 공로상으로 최진실에게 생색내기를 하는 바람에 정작 받을 사람은 못 받고 공로상만 공허해졌다.


그녀가 받을 상은 연기상이었지만 죽은 자에게 돌아갈 과실은 없었다. 왜냐하면 죽은 자는 방송사에게 아무런 과실도 주지 못하니까. 최진실은 결국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그녀가 받은 공로상은 ‘사후 아차상’같은 느낌이었다.


- 조롱받는 우리 시상식 -


이런 식이니까 방송사 연말 시상식들의 권위가 날로 무너지는 것이다. 연말 시상식이 방송사에 대한 광고수익 공헌도와 앞으로의 수익증진 공헌 기대치가 큰 사람들을 챙겨주는 행사로 전락했다. 그럴 거면 방송사 구내식당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화기애애하게 치르면 될 일이지 공중파 중계는 왜 한단 말인가. 덕분에 시청자들이 매년 골탕 먹고 있다.


시청자만 골탕 먹나? 아니다. 갈팡질팡하는 한국 대중문화 시상식들로 인해 한국 대중예술도 골병들고 있다. 상을 주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상과 벌이 엄정한 사회는 발전한다. 상과 벌이 문란하거나 ‘주최측’의 이익에 의해 좌우되면 그 부문은 곧 퇴행한다.


한국의 대중문화 시상식은 언제나 그 기준을 의심받는다. 그런 시상식은 우리 대중문화의 수준을 추락시키고, 그렇게 추락한 문화수준이 다시 불신의 시상식을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연기대상의 기준이 연기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얘기꺼리도 안 될 정도로 불신이 만연해있다. 음악대상은 그렇게 추락하다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연기대상 폐지론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면 우리 대중문화의 발전은 요원하다.


앞으로 그 사람이 활동을 하건 못하건, 방송사와의 관계가 어떻건, 그간 한 활동의 결과로만 상이 가야 한다. 별별 명목으로 인기 프로그램 출연자들에 상을 난사하던 지난 연말에 이다해는 상은커녕 포스터에서조차 삭제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 이유는 <에덴의 동쪽>에서 불미스럽게 하차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연기상에서 제외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미 1년 전에 죽은 히스 레저에게 연기상이 가고, 세계적인 화제가 되는 것은 우리 현실과 극명히 대비됐다. 왜 우리의 시상식은 그런 광경을 연출하지 못한단 말인가. 조롱과 비난으로 점철된 우리 대중문화 시상식. 시청자들이 밤을 새가며 성토할 만큼 어처구니없었던 2008 연기대상과 아카데미상 사이의 간극이 히스 레저와 최진실의 차이에서도 드러났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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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빨요정 2009.02.24 13:5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 잘 읽었습니다.
    잔혹하긴 하지만 맞는말 인것같습니다.
    공감합니다.

  3. 밤티남편 2009.02.24 14:1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좋은글이네요 방송사들이 꼭 이용가치와 수익성만을 고려해 상을 주는 거라고 단정 지을순 없겠지만 그렇게 비춰지는것에 대해 타당한 설명을 해낼수 없다면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고 향후 고쳐야한다는건 분명한 사실이죠 대한민국이 자본주의라는 사회를 타의적으로 갑작스래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모순들이 사회 곳곳에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성인들의 적극적이면서 따금한 질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블로거라는 것은 순수 아마츄어인가요 프로인가요 특별히 목적성이 있지도 않은데 이런 번거로운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요즘 많은거 보면... 잘 이해가 안되네요 단순히 훌륭하신분들인가요?

  4. 글쓰신분웃긴다 2009.02.24 14: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어떻게 히스레저랑 최진실이랑 비교할수가 있는지 .. 최진실의 연기는 인기는 있었지만 어려운 배역이 아니었고 히스레저처럼 소름끼칠정도는 아닌데..그리고 아카데미랑 엠비씨 시상식이랑 스케일이 같나요? 영화랑 드라마 대상은 성격자체도 다르고 비교하는데 무리죠 더군다나 헐리웃이랑 비교는 ;;히스레저 팬으로서 최진실이랑비교는 기분나쁘네요..

    • 답답하네요 2009.02.24 14:20  수정/삭제 댓글주소

      위의 글의 요지를 좀 파악하세요.

    • y 2009.02.24 14:41  수정/삭제 댓글주소

      보세요~~

      댁도 우끼네요 누굴 비교 하세요
      완벽하고 누굴 평하고 할만큼 하늘 아래 그아무도 없어요 댁도 물론 포함 되죠
      잊고 있네요~~윗글의 요지를 파악 하고 ..
      우리의 국민배우 고인이 왜 당신 같이 개념 없는 사람의 말도 안되는 글을 봐야 되는지....
      주제를 알고 글을 쓰시길 안타 까운 사람아...ㅉㅉㅉㅉㅉ

  5. 누리꾼 2009.02.24 14: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공감합니다.
    정말 연기대상이면 연기로만 보고 냉정하게 시상을 하였으면 감동이 남고,
    더욱 더 깨끗한 이미지의 시상식이 될텐데 말이죠.
    정말 아쉽네요

  6. 박지원 2009.02.24 14: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기사 완전 완전 동감입니다~

  7. 요지는이해하지만... 2009.02.24 14:4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단순비교인것 같아서 그리 공감은 안 가내요.
    세계의 이목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몇억 인구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영화제 수상 결과와 기껏해야 (물론 한류 팬들의 시선을 고려한다고 해도) 몇 천만명의 주목을 받는 국내의 방송 대상은 그 권위부터가 다르죠.
    적어도 우리 나라와 같은 인구수 적은 나라의 일개 방송사 시상식에 그만한 감동을 바란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군요.
    고 최진실씨의 팬의 입장으로서는 아쉬울법도 하지만 그럴 사람들의 숫자가 문화방송 연기대상 시상식의 수상여부를 결정할만한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히스 레저의 경우는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다 못해 제임스 딘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후에도 상품성 있는 역할을 하죠. 앨비스 프레슬리같은 경우를 봐도 그렇구요. 히스 레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사후의 상품성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과연 최진실씨는 그럴까요?
    만약 위 문제에 대한 대답이 '예' 라면 문화방송이 상당히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화방송의 시상 행태를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권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8. 최진실보다 더 역활이 미미햇던 정준호가 최우수상을 받아가는 판애 최진실이 연기상 하나도 못받는거에 대해서 어이없었습니다 솔직히 M본부 대상 부터 시장해서 공정하지 못한거 같은데 완전 에덴띄우기로 작정한거 같아 보였어요

  9. 김주호 2009.02.24 15:0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최진실씨의 죽음도 안타깝고 내마스 를 재밌게 보았던 사람으로써 최진실씨가 상을 받았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글쓴분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방송사가 과실만으로 판단했을가요?

    내용은 그럴듯하게 썻지만 결국 억지스런 주장입니다..

  10. 글쎄요.. 2009.02.24 16:4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최진실씨는 CF 등으로 호감가는 연기자였지 생전에도 히스 레저같은 연기파로 언급되진 않았죠. 그리고..대중의 사랑을 그토록 오랫동안 받았던 연기자도 드물었건만 대중에게 베푸는 데는 좀 인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뜬금없는 비교입니다.

  11. 故 최진실씨의 연기력이 대단했던것도 사실이고 인기가 많았던것도 사실이고 저또한 매우 좋아하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물론 대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좀 크게 공감은 가지 않는 비교같습니다. 우리나라 시상식이 좀 심하게 변질? 된거 같은 느낌이 있는건 사실이지만..머 두분을 비교하는거 자체가 좀 예의가 아닌듯 싶지만 ..故 히스 레저는 정말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습니다...
    저는 故히스 레저와 故 최진실의 차이가 머 연기력이나..어딘가에 조금있다 .. 이정도의 내용을 기대하고 들어왔거든요..

  12. 비교가 좀 모호한듯... 어차피 국내 방송대상은 객관적인, 권위있는 상이라기 보다는 방송사내의 축제 아닌가요? 백상예술대상 같은 것과 비교했어야 옳은 듯...그냥 제생각입니다.

  13. 최진실씨와 히스레저를 비교가 아니라 방송사시상식과 아카데미의 비교글 같은데요, 하필 제목에 고인의 이름을 가져다 쓰셔서 빈축을 사시는 것 같네요.
    아카데미 시상식은 명예가 최우선적으로 남을 뿐더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탄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상을 받기만 할 뿐이죠. 그에 비해 방송사는 좀 다르죠. 아무래도 굴리는게 자본이다보니.당연히 방송사시상식과 아카데미시상식은 같을 수 없지 않나요.

  14. 다들 이렇다 저렇다 말씀하시지만, 고인에 대한 마음은 같으시겠죠. ^^;;;

  15. 장미빛인생 2009.02.27 02: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고인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서...ㅠㅠ

  16. 글쎄요... 2009.02.27 08:0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뭐 글쓴이의 주관적인 견해이니까 제가 뭐 반박할게 있겠습니까만, 송승헌은 그렇다치고 배종옥씨는 충분히 받을만 하죠.
    연기대상은 "연기력"으로 인정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최진실씨의 연기력이 배종옥씨보다 뛰어나다? 글쎄요....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나 천하일색 박장금이나 드라마의 질은 뭐 거기서 거기니까 언급하지 않아도 연기력만으로 본다면, 배종옥씨가 더 뛰어나시고, 그 외에 연기경험이 오래되신 더욱 훌륭한 분들이 있다고 봅니다.

  17. 공감 백만개입니다!!!!!!!!!!!!!
    글쓴이는
    히스레저와 최진실의 연기력 비교를 한게 아닌데
    엉뚱한 리플 다시는분들이 있네요
    글쓴이는
    최진실씨가 대상을 못받았다는 이유로
    투덜거리는게 아닙니다

  18. 저도 윗글에 공감합니다!!~~
    사실 연기에 대한 상을 주어야 만땅한대,,
    공로상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구요,,
    외국처럼 사람이 죽어서도 연기에 대한건 인정을 해주고 상을 주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좀 배워야 할것 같군요,,쩝~~

  19. 안타까워요, 정말..

  20. 공감100배하고갑니다!!

  21. 공감2222 2009.06.13 19: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공감 백만배 입니다.. 최진실씨는 내마스 홍선희 역을 100% 완전히 잘 소화해 보여줬죠.. 홍선희역은 배종옥씨도 최진실 밖에 못하는 연기라고 한 인터뷰 기사 본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