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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삼성DSLR 가격후려치기로 가라

 

삼성은 DSLR 카메라 계에서 ‘듣보잡’이나 마찬가지인 회사다. DSLR 시장은 일본 회사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위상은 과거 현대차가 포니를 개발했을 때만도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포니는 자체개발 제품이었지만, 삼성이 지금 판매하는 DSLR은 일본과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포니차 개발 후에 현대차는 폴크스바겐 등으로부터 합작제의를 받았었으나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선택했었다.(국가에 의해 그 길을 강요당한 측면도)


그후 현대차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삼성은 아직 독자모델조차 개발을 못했으니 앞으로 얼마의 세월이 더 필요할 지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다.


삼성은 올해 비로소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렌즈교체식 카메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적 정밀광학전자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삼성 DSLR이 약진할 수 있을까? 이상적인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국가가 DSLR을 전략품목으로 지정 수입금지조치. 혹은 수입다변화 품목으로 지정 일본제품 수입제한조치. 혹은 관세인상이나 공공기관 조달제한조치 등으로 보호육성.


2. DSLR 산업을 담당할 렌즈부터 부품 일체를 생산하는 기업군 선정. 사업자금 대출 및 연구개발 지원.


3. 국내 내수품을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 우리 국민들의 소비로 손실을 보전하고, 대신에 덤핑에 가까운 싼 가격으로 출혈 수출해 점유율을 높여나감.


이렇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방법을 쓸 수 없다.


첫째, 이런 방법을 쓰려는 정책담당자나 지도자, 관료그룹이 없다. 한국의 지배그룹은 시장주의, 개방주의의 포로가 된 지 오래다.


둘째, 한국의 지도자가 이런 방법을 쓰려 해도 미국 등이 용납하지 않는다.


셋째, 외국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부터가 자국 산업의 보호육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산업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지배층뿐만이 아니라 비판적 언론과 진보적 정치세력도 산업보호육성을 혐오한다.


그러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삼성에겐 이미 수십 년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축적한 자본력이 있다. 그것을 무기로 활용하면 된다. 일본 카메라 회사들과 자본력을 앞세운 치킨게임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즉, 덤핑경쟁이다.


삼성이 모든 단계에서 일일이 이익을 얻으면서 선발주자들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단계에서 삼성은 이익을 포기하고 시장쟁탈에만 몰두해야 한다. 일단 시장점유율을 올려놓고 이익은 차차 뽑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덤핑, 다시 말해 출혈적 가격인하다.


삼성 카메라와 렌즈 등 구성품들이 시장에 아주 많이 보급돼 유저가 장터에서 제품을 팔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만큼 점유율을 올려야 한다. 일단 점유율이 올라가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의 포로가 된다. 그다음에 차차 기능과 가격을 올려가면서 이익률을 높이면 된다.


장사는 하루 벌어 하루치의 손익을 따진다. 세계적인 기술에 도전하는 사업은 최소한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손익을 따져야 한다. 이제 막 독자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에게 현 시점은 이익을 거둘 때가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점유율을 높여갈 때다.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정도가 돼야 정밀기술 선진국을 제칠 수 있다.


한국산업(재벌) 발전사는 선발기업의 후발기업 지원사였다. ‘노가다’ 뛰어 번 돈으로 자동차, 조선 산업을 지원하고, 옷감 팔아 번 돈으로 전자 산업 지원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이젠 반도체 팔아 번 돈으로 DSLR 부문을 받칠 때다.


손해가 나더라도 출혈 가격경쟁을 감수할 수 있는 자본력. 오직 이것만이 삼성이 가진 강점이다. 이 힘을 국내 중소기업한테 쓰지 말고 일본 선진기업에게 써야 한다. 이것을 동원하지 않으면 국산 DSLR의 약진은 힘들고, 정밀광학전자 산업에서의 일본의 패권을 따라잡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삼성 DSLR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익률이 아니라 점유율! 점유율을 올릴 방법은? 가격후려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