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홀>에서 막 국회의원이 된 조국은 신미래에게 고백한다. 자신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되고 나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바가 없다고.


국가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수준까지 가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고도 ‘정말 좋은 정치’를 할 길은 있다. 바로 신미래 시장이 인주시에 하려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간편한 길인가.


조국은 걱정할 필요 없다. 머리 쓸 필요도 없다. 딱 신미래처럼만 하면 무조건 중간이상은 간다.


신미래 시장이 하려는 일은 이런 것들이다.


시립종합병원 건립, 농기계 무상임대, 수익성 무시하고 도시가스 공급, 탁아소-고아원-육아비용지원, 농사철 농가 급식도우미 고용, 특성화대학 활성화, 불필요한 토목사업 정지, 시청 이전 백지화.


앞의 것들을 한 마디로 줄이면 ‘공공서비스 확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료, 육아, 교육, 에너지 등의 서비스를 공공적으로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사회적 고용), 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을 기업의 이윤원리가 아닌 ‘필요의 원리’에 의해 지원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또 인주시의 특성화대학이란 결국 지방대이기 때문에, 인주시 특성화대학 활성화는 지방대활성화가 된다. 불필요한 토목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은 정책을 통해 돈이 일부 기업과 지주들에게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소리다. 시청 이전 백지화도 지주들의 불로소득을 막으며 땅투기를 억제해 자산격차를 줄이는 의미가 있다.


이윤원리가 제한되고 양극화가 억제되므로 당연히 이윤과 부를 추구하는 집단의 반발이 이어진다. 공공의료에 반대하는 의료사업자들, 토목사업 정지에 반대하는 지주들, 무상임대에 반대하는 판매자들, 가스 판매수익을 염려하는 사람들 등이다. 하지만 신미래 시장은 단호하게 그들을 내친다.


시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미래 시장은 재정을 확보해나간다.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기업더러 알아서 건물 짓고 고용해 운영하라는 위탁 방식이 아니라, 직접 재정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민자 참여’ 따위의 아이디어는 신미래 시장에겐 없다.


이것은 민영화라든가 수익성 지상주의와 충돌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신미래 시장을 염려한다. 하지만 신미래는 ‘똘끼와 깡’으로 밀어붙인다. 바로 이것이다. 공공서비스와 사회적 고용에 재정을 투입하고, 이윤원리와 양극화를 억제하겠다는 ‘똘끼와 깡’. 이것만 있으면 국회의원직 수행은 누워서 떡먹기다.


- 오직 필요한 건 똘끼와 깡일 뿐 -


만약 시장이 된 신미래가 이렇게 나왔다면 어땠을까?


 “외국 자본이나 재벌 자본을 유치해서요, 그들이 세계적 수준의 병원, 학교 등 서비스 기업을 만들게 하고요, 그럴 수 있도록 그들에게 모든 규제를 없애주고, 각종 특혜까지 주겠어요. 그러면 인주시민들이 받을 서비스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가겠죠? 호호호.”


 “일자리는 사회적 고용이 아니라, 민간경제 활성화로 창출하겠어요. 즉 기업이 자유롭게 영업하도록 하고, 이윤을 많이 얻도록 하면 그들이 알아서 고용도 해주겠죠? 고용효과가 높은 토목공사를 활성화하면 더 좋겠네요. 호호호.”


이렇게 엉터리같은 소리는 드라마대사로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심하게 말도 안 되는 말이기 때문에 정치의식이 있건 없건 누구라도 이것이 헛소리란 걸 안다. 그러므로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지금 이런 ‘헛소리’ 기조로 가고 있다. 탈규제와 개방으로 시장화를 통해 서비스업을 선진화하겠다는 것은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겠다고 하며, 국가가 공공서비스와 사회적 고용을 할 능력을 아예 거세해버리기 위해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신미래 시장은 도비와 국비를 조달하려 한다. 이때 감세를 하고 있으면 신미래 시장의 꿈은 원천봉쇄된다. 신 시장이 도청에 가든, 중앙정부에 가든 어디에도 돈이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신미래 시장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국가가 돈이 없으면 시민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


그때 결국 기댈 데라곤 국내외 자본밖에 없게 된다. 그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려 들 것이고, 돈벌이를 시켜 줄 능력이 없는 서민들은 ‘선진적 서비스’로부터 배제돼 2등 국민으로 전락한다. 국가가 이렇게 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이고, 바로 조국이 할 일인 것이다.


상황이 워낙 명백하므로 별로 고민할 여지가 없다. 대중 드라마는 중학생 수준의 지성에 맞추어 제작된다. 그 수준만 되도 무슨 일을 할 지 명백히 알 정도로, 현재 한국은 명백히 잘못된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므로 조국이 할 일도 명백하고, 신미래 시장을 응원하는 수백만 국민들이 할 일도 명백하다. 신미래가 인주시에 하려는 일들을 우리 국가가 하도록 ‘똘끼와 깡’으로 요구하기만 하면 된다. 복잡하지 않다. 정말 명확하고 단순하다. 단지 필요한 건 ‘똘끼와 깡’일 뿐. 오직 ‘똘끼와 깡’.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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