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SNL코리아6‘엔 심형탁이 출연해 덕력‘(오타쿠(매니아)의 공력)을 선보였다. 오프닝에서부터 미니언즈뚜찌빠찌뽀찌춤을 추더니 중간 코너에선 '오덕후'(오타쿠)들의 학교인 오덕고에 들어가 일덕 오피스파‘, ’양덕 마블파등과 대결을 벌였다. ’화성인 바이러스십덕후로 출연했던 이진규 씨도 가와이하다능~ 데헷이라는 대사와 함께 등장했다. 심형탁 심덕후십덕후를 만난 것이다.

 

십덕후란 오덕후+오덕후, 즉 심화된 오덕후란 의미도 있고, ’씹덕후즉 오덕후에 대한 욕설의 의미도 담겨있다. 오덕고의 교장은 평생 덕질하다가 캐릭터 그 자체가 돼 덕업일치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는 설정이었다. ’덕업일치덕질‘(취미 몰입)에 심취하다가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승화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덕후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 비정상적으로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한국에서 오덕후의 이미지는 흔히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 안여멸(안경 여드름 멸치)’로 통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음습한 이미지가 있어 오덕후라 불리는 것은 일종의 낙인이었다. 그래서 오덕’(오덕후의 줄임말, ‘덕후도 같은 뜻)들은 정체를 숨기고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이중생활을 해야 했다. 자신의 최애캐‘(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호덕호후가 금지된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반전이 벌어졌다. 누가 봐도 떳떳한외모와 직업의 소유자인 심형탁이 도라에몽덕후라며 덕밍아웃’(자신이 오덕임을 밝힘)한 것이다. 심형탁은 도라에몽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을 통해 자신의 오랜 덕질경력과 엄청난 덕력을 인증했다.

 

심형탁이 무한도전에서 미니언즈뚜찌빠찌뽀찌춤을 췄을 때 주위의 연예인들은 멘붕에 빠졌다. 하지만 시청자는 열광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심형탁의 인기가 끓어올랐다. 그러다 급기야 'SNL코리아6‘에까지 출연해 뚜찌빠찌뽀찌춤과 함께 십덕후들과 덕력 대결을 벌이는 설정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덕후들의 달라진 위상은 EXID 역주행 사태에서도 나타난다. 걸그룹 오덕들인 대포부대’(큰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을 촬영하는 열성팬들)가 찍은 직찍으로 하니가 떴고 결국 걸그룹 지형도를 바꿔버렸다. 이제 아이돌은 기존 방송사 카메라 못지않게 덕후들의 대포 앞에서도 포즈를 취해준다. 아이돌, 레이싱모델이나 따라다니는 잉여인생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이제는 대중문화의 한 생산자로 인정받게 됐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개취를 중시한다. 과거엔 사회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는 걸 당연시했지만 이젠 각자 개인의 취향을 발현시키길 원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오덕후의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 병적으로 몰입한다는 이미지에서, 특정 취미를 열정적으로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그러던 차에 심형탁 등의 연예인들이 덕밍아웃을 했다. 심형탁 말고도 이시영이나 케이윌이 피규어 취향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구라는 케이윌의 피규어를 가볍게 다뤘다가 개취를 무시한 꼰대로 제반 오덕과 네티즌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심형탁의 무한도전’ ‘뚜찌빠찌뽀찌사태가 터지고 그것이 'SNL코리아6‘에까지 이른 것이다.

 

각자의 취향을 심화시키며 저마다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문화는 더욱 커지고 있다. ‘헬조선에서 노오오오력을 해봐야 어차피 노답이라며, 그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개취를 존중하고 존중받겠다는 젊은이들도 많아진다.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 자기자신의 독자성을 인증하고 자부심을 느끼겠다는 흐름이 나타난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덕밍아웃으로 일코해제’(일반인 코스프레 해제)하여 저마다의 취향을 자랑질하는 떳덕후’(떳떳한 오덕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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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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