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가 재림한다. SBS 새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로 돌아오는 것이다. 김수현 작가는 언어의 마법사, 드라마 여제 등으로 불렸다. 과거 MBC를 드라마왕국으로 만들었던 주역이기도 했다. 최근 MBC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등으로 주말을 제패하면서 막장의 왕국 소리를 듣는다. ‘오로라 공주로 임성한의 데스노트를 써내려간 곳도 MBC였다. 이러한 때 MBC 드라마왕국의 주역이었던 김수현이 타사 주말극으로 컴백해 MBC와 격돌하게 되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김수현은 1968, 문화방송(MBC) 라디오드라마 공모전으로 데뷔했다. 72년부터 MBC 일일드라마로 두각을 나타내며 드라마왕국의 전설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첫 일일극인 새엄마에서부터 김수현은 자기만의 세계를 선보였다. 과거를 회고하는 신파류나 남성 작가들의 사극류가 득세하던 시절에 김수현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보인 것이다. ‘새엄마=못된 계모라는 상식을 깨는 파격도 나타났다.

 

뒤이어 수선화를 대히트시키며 김자옥을 스타로 만든다. 80년대에 그녀는 격정적인 멜로의 구조 속에 개인들의 꿈틀대는 욕망을 담아 산업화 속 한국사회의 풍경을 그려냈다. 바로 그것이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이다. 이 작품들은 70%대의 시청률을 연이어 기록한 기념비적인 히트작이 되었고, 이러한 성공의 역사 속에서 MBC가 드라마왕국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수현 드라마 방송 시간이면 전화국이 한가해진다’, ‘시체도 벌떡 일어난다’, ‘수도 계량기가 작동을 멈춘다’, ‘택시 손님이 없다는 등의 속설도 생겨나게 된다.

 

엑스세대가 등장하고, 신세대 문화와 기성문화가 충돌하면서 공동체가 깨져나가던 90년대에 김수현은 가족을 이야기한다. 바로 사랑이 뭐길래목욕탕집 남자들이다. 이 두 작품이 연이어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순재도 국민아버지가 됐다.

 

그리고, 21세기에 다시 가족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그래, 그런거야89세의 가장을 중심으로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90년대에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던, 김수현 작가가 가장 잘 하는 이야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89세의 가장엔 국민아버지 이순재가 다시 한번 등장한다. 강부자와 함께다. 이 둘은 목욕탕집 남자들을 성공시킨 주역이었다. ‘목욕탕집 남자들의 송승환도 이번 작품에 출연한다.

 

김수현 작가는 최근 부진을 겪었다. ‘천일의 약속이나 세 번 결혼하는 여자등의 성과가 기대보다 저조했던 것이다. 그녀의 속사포 대사에 피로를 느끼는 시청자들도 나타난다. 이러한 때 그녀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이야기로, 가장 큰 성공을 함께 일궜던 베스트 멤버와 함께 돌아오는 것이다. 이번엔 드라마 여제의 명성에 부응할 수 있을까?

 

김수현 작가의 귀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꼭 상업적인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그려낼 가족의 이야기 때문에도 기대가 커진다.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 주말드라마판이 막장의 왕국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대가의 귀환으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김수현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만을 쓴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사회를 녹여내고 반 보 앞서 나가는 진보성을 성취하고자 했다. ‘사랑이 뭐길래는 전통적인 대가족의 이야기에 신세대 부부의 사고방식, 가부장 문화에 반기를 드는 주부의 각성을 그린 작품이었다. ‘목욕탕집 남자들도 전통문화가 와해되는 90년대의 격변을 표현했다.

 

 

이번 그래, 그런거야에서도 가족을 통해 사회의 모습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신중년이라 불릴 정도로 젊은 감각을 보이는 노년 세대의 모습이나,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사는 그 자식 세대, 또 고통 속에서 불안해하는 미생 세대의 모습까지 종합적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가족이야기를 유쾌 경쾌하게 표현한다고 하는데, 바로 그것이 사랑이 뭐길래등을 국민드라마로 만든 구도였다.

 

김수현 작가의 대사에 대한 일부 시청자의 피로감이나 자기복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녀는 이번에도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물론 여러 사회적 문제로 비롯된 갈등이 대가족의 화해로 해결된다는 가족마법설정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악인들의 황당한 폭주에 시청자들이 볼모 잡힌 막장드라마 왕국에서라면 그런 정도의 새로운 바람이라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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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