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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홍상수 김민희는 왜 막장드라마 주인공이 되었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은 디스패치 등 인터넷 매체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디스패치의 기사는 이상했다.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전하는 기사라기보다는 홍상수 감독의 부인 입장에서 쓴 문학작품 같은 느낌이었다.

 

이 기사에서 홍 감독은 다정한 가정적인 남편이었고, 그렇게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부로 행복하게 사는 가정을 깬 김민희는 마치 주말드라마 악녀 같은 느낌이었다. 김민희가 나타나기 전까지 홍상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집돌이였다. 김민희가 좋은 남편을 빼앗아간 것이다.

 

압권은 김민희가 했다는 "그러니까 남편 관리 좀 잘하시지 그랬어요."라는 대사였다. 이것은 전국의 본처들을 비롯한 여성들을 분노하게 했다. 김민희는 천하의 악녀로 낙인 찍혔다. 한 방송에선 김민희를 팜므파탈이라고 하기도 했다. 팜므파탈이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요부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신빙성이 떨어졌다. 홍상수 감독이 그동안 가정적인 남편이었다는 것이 영화계 소문과 달랐고, 홍상수 감독의 부인의 친인척이라는 B씨의 말만을 듣고 썼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제한적인 취재원의 말만 듣고 썼는데도 마치 사실관계의 전모를 파악한 듯이 확정적인 문장으로 서술해나간 문체도 전체적인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특히 김민희가 했다는 "그러니까 남편 관리 좀 잘하시지 그랬어요."라는 자극적인 대사의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김민희에게 악의를 가지고 작정하고 쓴 기사라는 의심을 갖게 했다.

 

 

디스패치 다음엔 우먼센스가 특종 기사를 내놨다. 김민희가 CF 출연을 못하게 돼서 그 손실을 메워줘야 한다며 홍상수 감독이 처자식에게 경제적 보조를 끊었다는 내용이 공개돼 전국의 본처들을 다시 한번 공분하게 했다. , 홍상수 감독의 부인과 김민희의 어머니 사이에 오간 카톡 메시지까지 공개됐다. 여기에선 김민희 어머니가 남의 가정 깬 자기 딸을 두둔하는 황당한 모습으로 더더욱 전국의 본처들을 공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 대화도 전후맥락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이 기사에도 남편 관리 좀 잘하시죠!’라는 대사가 나왔고, 김민희가 나타나기 전까지 홍상수 감독이 대단히 가정적인 남편이었다는 스토리가 반복됐다. 한 쪽 말만 들었을 뿐인데 확정적으로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듯한 문체도 앞선 매체와 비슷했다.

 

도무지 믿기 힘든,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사들이었지만 대중은 이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 홍상수 감독의 부인이 우먼센스 기사가 카톡을 허위로 구성하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다며 언론 중재 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말의 앞뒤를 잘라 왜곡했고, 생활비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 김민희가 가증스런말을 하기에 앞서 홍상수 감독의 부인이 먼저 김민희를 공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앞서 나온 기사들로 인해 이미 김민희는 천하의 요부로 낙인찍힌 상태다.

 

불륜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불륜을 저질렀다고 해서 사실관계와 상관없는 비난까지 도매금으로 받을 이유는 없다. 잘잘못을 따져서 분명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처벌 받아야 한다. 대중이 앞서가더라도 언론은 차분하게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홍상수 김민희 사태에선 언론이 오히려 앞서가면서 대중을 선동했다.

 

이번 사태에서 언론 기사는 대한민국에서 시청률이 제일 잘 나온다는 주말드라마 콘셉트를 떠올리게 했다. 착하고 여린 본처와 생각 없는 남편, 그리고 그를 꼬여내는 불여시 악녀의 구도다. 이른바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전매특허. 당연히 기사의 인기는 치솟았고 국민의 공분도 치솟았다.

 

처음부터 자극적인 구도를 통해 화제성을 유도하는 상업주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기자가 개인적으로도 과도하게 홍상수 감독의 부인에게 감정이입하면서 김민희를 응징하는 듯한 논조가 나온 것으로도 보인다. 그 결과 자극적이며 극단적이지만 신빙성이 떨어지는 기사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그런 기사에 대중과 방송 프로그램도 그대로 동조했다는 점이다. 그 기사 내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요부 김민희를 단죄하기에 바빴다. 그 과정에서 앞에 언급한 팜므파탈 언급까지 나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상수 김민희 막장드라마는 언론과 대중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의 무개념과 상업주의, 욕하고 싶은 대중의 분노, 불륜 악녀 스토리에 대한 선호 등이 합쳐져 전형적인 막장드라마가 탄생했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물론 지금 나도는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기사는 오로지 홍상수 감독 부인 혹은 그 지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기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내용만 나와 있다. 그 이상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낙인부터 찍는 사회. 그것을 선동하는 언론. 이야말로 진정한 막장이다. 막장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은 홍상수 김민희가 아니라 우리의 일부 언론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