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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개 돼지‘ 관료, 교육부가 아니라 사육부였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며 신분제를 옹호했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기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내부자들>에서 이 대사는 권력층이 아무리 부정적인 이슈에 휘말려도 시간이 지나면 대중이 잊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쓰인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영화보다 이 말을 더욱 부정적으로 사용했다.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내부자들>에서 , 돼지론은 일부 권력층의 도덕불감증을 질타하는 내용이었고, 관객들은 거기에 분노했었다. 그런데 나향욱 정책기획관만은 그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감동했던 것 같다. 나 기획관은 민중을 99%라고 하며, 자신은 1%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 <내부자들>은 그 1%가 내부자 관계로 공모하여 국민을 능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설정을 상징하는 대사가 , 돼지론이었는데 그것을 공감하며 인용했다는 것은 결국 내부자들의 특권 논리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고위 관료가 이런 언행을 했다는 것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최고위직에 올라갔을 때 국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말이 특히 황당한 것은 그가 교육부 관료이기 때문이다. 공화국의 교육체제는 수직적 신분관계를 철폐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 혁명 때 공교육 체제부터 만든 것은 그것이 공화국 체제의 근간이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바로 그러한 시민 공화국의 정신을 이어받은 나라다. 이것이 조선이나 북한과 같은 봉건 신분제 국가와 대한민국이 다른 점이다. 교육제도는 대한민국을 공화국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으로서, 우리 국체와 직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바로 그런 교육을 관장하는 부처다. 그런 곳의 고위 관료가 99% 국민을 , 돼지라며 신분제 운운하는 망언을 했다. 공화국 교육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개인적 일탈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직발전기획과장 등을 거쳐 정책기획관이 됐다. 교육부 관료 사회 내에서 문제없이 커리어를 이어온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반교육적 반국체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중책을 맡을 정도라면, 그 조직 구성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졌다는 말인가?

 

너무나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왜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파행을 거듭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교육부가 시민을 교육하는 교육부가 아니라, ‘, 돼지를 사육하는 사육부였느냐는 자탄도 나온다.

 

 

공권력이 국민을 , 돼지로 보는 것 같다는 의혹은 그 전부터 있어왔다. 예컨대 최근 재심이 결정된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만 해도 그렇다. 사건이 난 후 경찰, 검찰, 법원이 일사천리로 범인을 확정했고, 그 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도 묵살했다. 진실이나 국민 인권보다 자신들의 행정편의와 조직의 자존심을 우선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의혹들이 있어왔던 터에 이번에 교육부 관료가 , 돼지’, ‘신분제론을 펼치자 그야말로 한국 관료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난다. 국민의 공복인 그들이 자신들의 상전인 국민을 핫바지로 여긴다는 의심이다. 혹시 자신들을 조선 봉건왕조의 당상관쯤으로나 아는 걸까?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괜히 어울리지도 않는 대한민국에 있을 것이 아니라 아직도 봉건왕조가 남아있는 북한 같은 데나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