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일 제헌절 밤 10시경, 서울 지하철 4호선 전동차에서 치마 입은 20대 여성의 뒤에 서있던 30대 남성의 수상한 거동이 포착됐다. 휴대폰으로 여성의 몸을 찍는 듯한 그의 동작을 승객이 목격하고 제압했다. 몰카 의혹 사건이다. 

그는 휴대폰 카메라 앱이 저절로 작동해 사진이 찍혔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앱이 저절로 작동해 촬영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자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다. , 설사 저절로 작동됐다 해도 그가 휴대폰을 여성의 몸을 향해 들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승객이 직접 제압에 나설 정도면 상당히 거동이 수상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웬만큼 이상한 정도로는 남의 일에 잘 나서지 않으니까. 

놀라운 것은 그 30대 남성의 직업이다. 바로 판사라고 알려졌다. 게다가 성폭력 사건을 주로 다룬다고 한다. 사실관계는 더 밝혀져야 알겠지만, 어쨌든 정황만으로도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사건이다 

그 판사는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젊은 나이에 남을 심판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한국 사회 초엘리트인 것이다. 아버지도 현역 국회의원이어서 그야말로 명문가에서 배출한 사회 지도층이라 할 만하다 

그는 대입 수능 만점자로도 유명했다. 서울 법대 입학 후 젊은 나이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자식을 바랄 것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서울대 법대 출신에 어린 나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소년등과로 유명했다. 우리 사회 지도층은 이런 엘리트들로 채워졌다

 

그런데 그 엘리트들의 도덕성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다. 한국 사회가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면에서 OECD 하위권을 면하지 못하는 것도 엘리트들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우리 사회가 총력을 기울여 배출했고, 모든 학부모가 염원하는 자식상인 엘리트들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것이다. 엘리트의 추락이 결국 국격의 추락을 초래한다. 

우리 사회가 엘리트를 키우는 방식이 완전히 잘못됐기 때문이다. 인성이나 시민의식을 키우는 교육이 아예 없다. 그저 지식을 비롯한 스펙을 쌓아 남의 머리 위에 올라서라고만 가르친다. 과거엔 학내 문제를 주로 저소득층 자녀들이 일으켰다면 요즘엔 부유층 자녀들이 왕따 등을 주도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이런 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아이들이 스펙을 쌓아 서민의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얼마 전 터졌던 이언주 의원 막말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성찰할 여지가 있다. 그는 청소년기 전교 1등에 서울대를 거쳐, 20대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후엔 대기업 상무 경력에 국회의원까지 되는 등 초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그 엘리트가 급식 조리원은 간호조무사만도 못한 요양사 정도의 동네 아줌마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미친X'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와 공분이 일었다. 노동하는 서민을 통째로 비하한 황당한 사건이다. 

시민의식을 가르치고 공감능력을 키워줬다면, 그리고 그런 소양이 검증된 아이들만 책임 있는 지위로 올라가는 체제였다면 엘리트에게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 특히 한국교육에선 노동의 가치, 노동의 권리에 대한 부분이 지워졌다. 이런 체제에서 길러지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이 왜곡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교육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지배자와 노예를 만든다. 지배자와 노예를 가르는 기준은 오로지 성적과 스펙이다. 윤리, 인성, 시민성은 무의미하다. 이러니 엘리트들의 갑질과 돌발사고가 일상화된 것이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 1순위로 전교 1등 성적표를 꼽은 학생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자녀에게 1등을 요구하다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부모들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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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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