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영화 '1987' 관객 200만 돌파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지난 12월 27일, 우리나라의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개봉했는데요. 개봉 6일째인 오늘 아침, 관객 수 200만을 돌파했습니다. 굉장한 흥행 속도인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 1987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 속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떤 영화인지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1987년에 6월 항쟁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인데, 당시에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를 경찰이 고문하다가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 거죠. 경찰이 처음에는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서 고문 안 했다, 그러면서 저절로 죽었다 이런 식으로. ‘탁자를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숨졌다’ 이런 식으로 그때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했는데 그러다가 그게 이제 해명이 용납이 안 될 것 같으니까 나중에 꼬리 자르기 식으로 형사 두 명이 알아서 한 것이다. 형사 두 명만 감옥에 보내고 또 은폐를 하려고 하다가 그것조차도 폭로가 되면서 결국 일이 굉장히 커지고 그리고 나중에 이한열 열사, 최루탄에 맞아서 숨지게 되는 사건들을 통해서 결국 거대한 민중항쟁이 벌어지는 그 역사를 담고 있는 영화가 되겠고. 이 영화에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김윤석, 유해진, 하정우, 설경구, 박희순, 오달수, 김의성, 이희준, 여진구, 강동원, 문성근 등등 수많은 배우들이 거의 주연 내지는 최소한 중요한 조연급 정도 되는 배우들인데 단역이라도 상관없다고 하면서 거의 자원해서 범충무로적으로 이 영화의 완성을 위해서 다 함께 합심했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계 사람들이 하나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우리나라의 6월 항쟁은 처음으로 다룬 영화다 이렇게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요. 이 영화에 나타난 시대상을 한 번 다시 되짚어 볼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 영화에서 젊은 관객들이 호헌철폐 이런 말이 나오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데, 그게 이제 당시에 전두환 정권 당시에 우리나라 헌법이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도록 되어 있었거든요, 헌법이. 그래가지고 전두환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면 그 후임자가 대통령이 되는 거였어요, 후임 대통령을 전두환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그 당시 헌법이었는데. 호헌, 그 헌법을 그대로 지켜가겠다, 내가 다음 대통령을 임명하겠다, 이게 전두환 대통령의 입장이었고, 반면에 학생들이나 당시의 시민들은 호헌철폐, 호헌을 하지 말고 직선제 개헌을 해라. 민주화가 되는 건데 그걸로 이제 싸우는 얘기가 되는 거죠, 이 영화 속에서. 그런데 직선제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게 그걸 요구하면 빨갱이라고 몰릴 정도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던 시대가 바로 불과 수십 년 전, 1980년대였던 것이고. 그때 이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다 빨갱이로 몰려가지고 남영동 대공분실이라고 하는 경찰이 운영하는 것이 있었는데. 거기가 말은 대공분실, 간첩을 수사하고 말은 그런데, 실제로는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붙잡아다 고문하고 이런 거였었죠. 그래서 김근태 의장도 거기서 고문기술자한테 고문을 당하고, 그러한 살풍경한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 그려지면서 아, 우리나라가 불과 한 30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굉장히 처참한 나라였구나,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이런 걸 알게 해주는 영화라고 할 수가 있고. 그리고 또 그것을 혁파해나간 것이 시민들의 의지에 의해서 6월 항쟁이 벌어졌던 것인데, 6월 항쟁이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 조금 조명을 크게 받지 못하다가 이번에 비로소 조명을 받게 되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도 1980년대 역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관객들도 좀 진중하고 엄숙한 자세로 이 영화를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영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게 있다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 영화의 제목이 원래 ‘보통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도 보면 정권이 고문치사한 사실을 어떻게든지 은폐하려고 하지만, 각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부검을 하지 말라고 경찰이 요구하는데도 부장 검사는 아니다, 원칙대로 이것은 부검을 해야 된다. 부장 검사가 그렇게 하고. 또 의사, 처음에 갔던 응급 의사도 이것은 타살인 것 같다고 또 얘기하고. 그리고 또 국과수 부검의한테 사인을 조작하라고 위에서 요구를 하지만 부검의가 그것을 거부하고 이것은 물고문에 의해서 사망한 것 같다고 얘기하고. 기자들 보도지침 거부하고. 또 교도관이 진실을 밖으로 전하고 등등. 모두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 했기 때문에 그게 결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놨다. 보통 사람들의 역할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건데, 누구나 각자의 직업이 가지고 있는 직업윤리라든가 시민윤리가 있는데 그걸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니냐, 근데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예를 들어서 물대포에 맞아서 숨진 농민의 사인을 의사가 맞아서 숨졌으니까 외인사라고 해야 되는데 병사라고 발표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시민의 윤리가 무너졌기 때문에 우리가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주의가 후퇴했던 것이 아니냐. 이 영화를 통해서 보통 사람들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되면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가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에서 살게 되는지 그것을 이 영화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보통 사람들’이란 제목도 제법 어울렸을 것 같네요. 한편 이 영화의 장준환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진행할 때 비밀리에 진행했어야 했다, 아무래도 이전 정부에서 촬영을 진행하기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겠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가 상당히 후퇴했었고, 이전 정부에서. 그러다 보니까 영화 한 번 잘못 만들면 어마어마한 불이익을 당해야 되는. ‘광해’라든가 ‘변호인’이라든가 이런 영화 관계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했고. 심지어 송강호라는 국민배우마저도 안 좋은 일을 당했기 때문에, 그래서 영화인들이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고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런 공포가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말 다행스럽게도 시나리오 마치고 본격 제작에 들어가는 찰나에 촛불집회가 터졌다는 거죠. 그래서 이제 본격 제작이 순조롭게 됐다는 건데, 그렇게 영화 한 편 만드는 데에도 정권 눈치를 봐야 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후퇴했었다는 것. 그게 결국 시민들이, 우리들 모두가 제대로 어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권을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민주주의의 후퇴가 용인됐던 것이 아니냐. 반성을 하게 되는 대목이고. 그렇게 영화계가 공포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이 영화에 범충무로적인 공감대가 일어나면서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한 배우들은 사실은 불이익을 각오했다고도 할 수가 있는데, 정말 수많은 배우들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것이고. 강동원 같은 배우는 청춘배우인데 이 영화에 잠깐 나오면서 그게 촛불집회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기 전에 강동원 씨는 영화 출연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용기 있는 결단을 한 것이고 다른 후배들이라든가 젊은 세대들도 그러한 용기 있는 자세를 배워야 될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말씀하셨듯이 양심과 용기로 진실을 언급했던 많은 보통 사람들 덕분에 오늘날이 있다는 사실, 우리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