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가 개봉 15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4년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명량’의 경우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민족의 영웅을 그렸기 때문에 거국적인 흥행 열기가 가능했다. 반면에 ‘신과 함께’는 그런 국가적 소재가 아닌데도 신드롬적 흥행이 나타난 것이 특이하다.
만듦새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설정 자체가 지루함을 유발한다. 사망한 소방관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7곳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재판이 반복되다보니 당연히 지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눈물이 있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잘해 드리지 못한 자식의 후회가 담겼다. 모성애, 부성애, 가족애 등은 감동을 자아내는 ‘절대병기’다. 영화는 작정하고 그 절대병기를 꺼내들었다.
한국 영화의 가장 일반적인 흥행코드는 ‘웃음+눈물’이다.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상당수 한국 영화가 이 조합으로 흥행작이 됐다. ‘신과 함께’는 이것을 변용해 ‘볼거리+눈물’ 전략을 펼친다.
볼거리를 가능케 한 것은 1,2편 합산 제작비 400억 원으로 만든 컴퓨터 그래픽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판타지 그래픽을 그동안은 중국에서 주로 시도했었는데 ‘신과 함께’가 그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선보였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영상이지만, 우리 영화 기준으로는 놀라운 스펙터클이다. 엄청난 제작비로 구현한 토종 판타지 스펙터클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것이 폭발적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첨단 기술 볼거리를 받치는 것이 바로 엄마와 아들의 애절한 사연이다. 부모 코드의 위력은 무섭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소재로 눈물의 노래를 부른 도전자는 쉽게 경쟁을 통과하곤 한다.
전통적인 신파 코드인데, 이것이 21세기로 접어들었는데도 전혀 약화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살아가는 게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구도 희생할 필요 없이, 각자 알아서 적당히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면 사실 눈물 흘릴 일이 별로 없다. 뭔가 사무치는 게 있어야 눈물도 나오는 법이다. 세상이 각박하니까 부모님의 희생이 더 커지고, 그걸 바라보는 자식들 가슴에 알게 모르게 울컥하는 무언가가 쌓여가고, 어른이 된 후엔 냉혹한 사회를 겪으며 더욱 부모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래서 젊은 관객들마저 가족애 코드에 열광하는 것이다.
만듦새로만 따지만 ‘강철비’가 훨씬 낫다. 하지만 ‘강철비’는 눈물이 부족하다. ‘1987’은 눈물이 나오긴 하는데 역사적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면에 ‘신과 함께’는 그야말로 보편적인, ‘엄마’의 이야기다. 자식들과 함께 온 가족이 보기에 적당하다. 저승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교훈적 의미도 있다. 이승의 모든 죄가 공소시효 없이 저승에서 심판받는다는 ‘인과응보’ 코드도 관객을 안심시키는 전형적인 설정이다. 그러니 더더욱 가족용으로 부담이 없다. 이래서 놀라운 깜짝 흥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모성애다. ‘엄마’ 코드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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