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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천만 관객 돌파

<하재근의 문화읽기> 영화 '신과 함께' 천만 관객 돌파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영화 '신과 함께'가 2018년 첫 천만 영화로 등극했는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방금 말했듯이 영화 ‘신과 함께’가 관객 수 1천1백만을 돌파했습니다. 이 영화가 12월 20일에 개봉을 했는데, 이 정도면 굉장한 속도 아닌가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인데, 영화 ‘명량’이 12일 만에 천만을 했고, ‘명량’에 이어서 역대 두 번째 빠른 속도로 15일 만에 천만 돌파를 한 겁니다. 근데 ‘명량’ 같은 경우에는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등장을 하기 때문에 개봉하자마자 국민적인 신드롬이 일어나는 게 당연했지만, ‘신과 함께’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을 다룬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이렇게 개봉하자마자 하나의 파문이 일어날 정도로 그렇게 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왜 이렇게 이 영화 시작하자마자 난리가 났을까, 굉장히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아마 개봉 전부터 좀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하셨듯이 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거든요. 그 이유가 뭘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일단 웹툰 원작이니까 화제가 되긴 했지만 웹툰 원작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닌데. 왜 이 영화만 이렇게 화제가 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1~2편 합산 제작비가 350억, 총제작비 400억 이럽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특수효과를 엄청나게 썼다고 하니까 도대체 그 많은 돈으로 어떤 특수효과를 썼다는 말이냐, 여기에 이제 관심이 집중된 측면이 있고. 이게 판타지인데 우리나라가 기존에 특수효과로 특이한 사물 한두 개를 끼워 넣은 것은 만들었어도 아예 배경 자체가 통째로 환상적인 것은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완전히 환상적인, 지옥이거든요 이게. 완전히 환상적인 것을 했다고 하니까 ‘한국 영화가 어떻게 그런 걸 표현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그렸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환상적인 것도 보고 싶다. 그런 심리도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이게 지옥에서 심판을 받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보면서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이런 자기 성찰을 하게 되는, 인과응보 이런 걸 통해서 관객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굉장히 크게 영향을 미쳤고. 결정적으로 가족애, 가족애와 모성애 이런 것 때문에 극장 안이 눈물바다가 되는데 그게 아마 크게 영향을 미쳐서 천만을 넘은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네, 맞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호평도 많이 해주시는데요. 방금 얘기하신 것처럼 가족애나 모성애 때문에 좀 결말 부분이 신파다, 이렇게 혹평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신파라서 혹평하고 신파라서 호평하고. 원인은 하나인데 결과가 두 개로 나오는 건데. 어쨌든 신파니까 성공한다. 이게 자식한테 무한정 헌신하는 어머니, 또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 형제애 이런 게 나오면서 막판에 눈물샘을 쥐어짜듯이 해가지고 도저히 안 울 수 없는 내용이 등장하는 건데. 신기한 게 이게 전통적인 가족애 신파 코드인데, 21세기에 젊은 관객들이 이제는 좀 쿨해졌을 것 같은데 왜 여전히 이런 가족애 신파 코드에 다들 눈물 흘리고 천만 명이 극장으로 몰려갈까, 신기한 점이 있는데. 생각을 해보면 요즘으로 올수록 신파 코드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냐. 젊은 세대한테도. 왜냐하면 젊은 세대가 사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 사회에 사회인이 딱 돼서 적응하려고 했더니 사회가 받아주지 않잖아요. 사회가 너무 냉정하잖아요. 좀 들어갔나 싶더라도 그만큼 잘리고, 비정규직 해야 되고 인턴 해야 되고. 이러니까 결국 사회가 힘들면 힘들수록 따뜻한 가족의 품, 무조건적으로 나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 아버지의 품. 이게 그리운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힘들수록 부모님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해야 되는 희생의 크기도 커지는 겁니다. 부모님이 희생을 하면 할수록 자식의 마음속에는 뭔가가 사무치는 거고 자기가 사회인이 돼서 사회의 거센 세파를 맞아보니까 아,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나를 키워주신 거구나 새삼 마음에 사무쳐가지고 어머니,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눈물이 줄줄 흐르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까 이제 가족애 코드 영화가 천만 돌파를 이룩한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그 배경을 살펴보면 씁쓸해지는데,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많은 분들을 울린 이 가족애 코드가 영화뿐만이 아니라 요즘 드라마에서도 굉장히 인기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TV 브라운관에서도 국민 드라마였던 ‘내 딸 서영이’, 이건 부성애. 요즘에 시청률 40%에 육박하고 있는 ‘황금빛 내 인생’, 이것도 부성애고. 그리고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매우 희귀하게 리메이크가 된 드라마가 있는데, 우리나라 드라마는 리메이크 거의 안 합니다. 20년 전쯤 만들어졌던 드라마가 최근에 리메이크가 됐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게 뭐나면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 끊임없이 헌신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인데 이게 또 리메이크가 돼서 시청자들이 이걸 보면서 울면서 굉장히 호평이 쏟아졌거든요. 그러니까 여전히 TV 속에서도 가족애 코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운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을 향한 갈구, 뭔가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것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현실에서 그게 충족이 안 되니까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하려는 그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애 코드는 당분간 영화 속에서나 TV 속에서나 맹위를 떨치게 될 것 같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맞습니다. 비록 좀 신파적으로 그려냈을지언정 각박한 세상에서 엄마나 가족이란 코드는 영원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