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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칠레선수 인종차별이 까발린 어글리 코리안의 민낯

 

평가전을 위해 내한한 칠레 대표팀 선수들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디에고 발데스가 한국축구팬과의 기념 촬영 도중 '찢어진 눈'(chinky eyes) 동작을 취했다. 마우리시오 이슬라는 수원 도심에서 "눈을 떠라(Abre los ojos)"라고 말했고 차를레스 아랑기스가 이 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눈이 찢어진 이코티콘을 덧붙였다. 

당연히 국내에서 큰 반발이 나타났다. 칠레 선수들은 이에 대해 자국에서 흔히 장난으로 하는 동작이며 이게 인종차별 행위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칠레의 문화적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 폭로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낮은 수준도 함께 폭로됐다는 점이다. 우리 누리꾼들은 칠레 선수들을 질타하며 잡종 주제에’, ‘혼혈 주제에’, 이런 식의 표현을 썼다. 순혈인 우리보다 열등한 잡종이 감히 우리 같은 순혈을 차별하는 동작을 취했다는 비난이다. 

남아메리카에는 백인과 인디오 사이의 혼혈이 많다. 칠레 선수들의 모습이 전형적인 백인과 다른 점도 그 때문이다. 이점을 들어 우리 누리꾼들이 잡종이라고 조롱했을 것이다.

 

이런 조롱이 문제인 것은 그 자체가 인종차별이기 때문이다. 인종과 인종 사이에 위계를 설정해서 열등한 인종이 우월한 인종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깔렸다. 이런 논리라면 현실적으로 인종 위계의 꼭대기에 있는 백인은 한국인을 조롱해도 되는 것일까? 

칠레 선수들을 질타하려면 그냥 인종차별의 문제만을 거론했어야 했다. 모든 인간이 절대적으로 평등하고 존엄하기 때문에 타 인종을 우습게 보는 건 잘못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누리꾼들은 칠레 사람들이 존엄하지도, 우리와 평등하지도 않다고 비웃었다. 잡종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수준도 칠레 선수와 다를 바 없다고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유색인 차별과 더불어 혼혈인 차별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다. 과거부터 많은 혼혈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었다. 남 조롱하기 전에 이런 우리 자신의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

 

이번에 누리꾼들은 또, 칠레의 경제력을 들어 칠레 선수들을 조롱했다. 못 사는 나라 국민 주제에 감히 잘 사는 한국인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잘 사는 나라 국민은 한국을 조롱해도 된다는 것일까? 

이런 사고방식도 인종차별 못지않게 저열하다. 경제력으로 나라에 서열을 부여해서 못 사는 나라 국민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돈 없는 사람 무시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바로 그 민낯이 칠레 선수의 잘못에 대응하면서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어글리 코리안의 실체가 발각된 사태다. 이런 차별의 논리로 칠레 선수들을 조롱하면 조롱할수록 우리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것인데도 우리 누리꾼들은 칠레 선수들을 준엄하게조롱했다. 자신이 얼마나 저열한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면서. 축구만 무승부가 아니라 국민 수준도 한국과 칠레가 오십보백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