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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판빙빙 사태가 보여준 중국의 놀라운 실상

 

한동안 종적을 알 수 없었던 판빙빙에 대해 중국 세무 당국의 입장이 나왔다. 장쑤성 세무국이 "'해당 영화계 인사'에 관한 세금 문제 사건은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결과는 최종 공고를 통해 고지하겠다"고 했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중국에서 세금 문제로 논란이 된 영화계 인사는 판빙빙이기 때문에, 이 입장은 판빙빙에 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판빙빙이란 이름이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보도가 정말 판빙빙에 대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동안 판빙빙에 대해서 수많은 외신 보도들이 있었다. 공안에 감금된 상태라는 보도에 이어 미국 LA에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성룡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판빙빙의 현재 모습이라면서 공안 옆에서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는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베이징 고위급 인사가 "판빙빙은 갇혀 있다. 정말 참혹하다. 돌아오지 못할 거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족쇄 찬 사진은 조작으로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온 보도도 진실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정말 황당한 것은 판빙빙이 엄청난 스타이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스타라고 할 수 있는데, 국민스타의 중대한 신변 문제에 대한 보도들이 어떻게 이렇게 불확실할 수 있을까? 세무 조사를 받았다는 최근 중국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런 일로 국민스타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너무나 놀랍다.

 

한국에서 인기 스타가 탈세 의혹을 받으면 대서특필될 것이다. 곧바로 소속사가 입장을 발표할 것이고, 본인의 입장도 나올 것이다. 억울하다면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고, 사실이라면 자필 사과라도 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 받고, 경우에 따라선 재판까지 받을 것이다. 그 후 최종 판결과 처벌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될 것이다. 이게 현대 민주공화국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중국에선 판빙빙이 탈세 의혹을 받은 후 사라져버렸다. 외신들이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내에선 아무런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국민스타를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일반적인 현대 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내 언론들의 태도도 놀랍다. 중국 최대 연예 매체 시나를 비롯한 중국내 매체들이, 외신에 의해 판빙빙 망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바이두닷컴 같은 검색포털에서도 판빙빙 망명설이 아예 검색되지 않았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에서 만약 국민스타가 탈세를 저지른 후 해외 망명을 시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매체와 인터넷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중국당국은 이런 엄청난 이슈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 판빙빙의 자리는 소리 소문 없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블록버스터 영화 대폭격의 개봉이 연기되고 판빙빙의 이름이 포스터에서 사라졌다. 그녀와 모델 계약을 체결했던 많은 회사들도 광고에서 그녀를 지웠다. 심지어 서양 회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통제국가라는 점을 말해준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놀라운 소문은 장웨이제 관련 소문이다. 아나운서 장웨이제는 98년 당시 다롄시 시장이었던 보시라이와 내연 관계였는데 사라졌다. 2012년에 인체의 신비전에서 전시된 한 인체 표본이 바로 장웨이제이며, 보시라이 또는 보시라이의 부인에게 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판빙빙이 사라지자 장웨이제 소문이 다시 회자됐다. 그러면서 판빙빙도 권력자에게 해를 당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 소문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그런 소문이 퍼져나가는 사회라는 점이 놀랍다. 한국도 80년대 초중반엔 여배우가 권력자의 부인에게 해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는 사회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사이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중국에선 아직도 그런 소문이 통용되는 것이다. 판빙빙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중국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