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했던 안현수가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큰 반발이 일었다. 한국을 버리고 러시아로 갈 때는 언제고 단물 빠지니 이제 와서 한국으로 돌아오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배신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안현수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둔 후 현재는 휴가 기간이며 향후 진로는 앞으로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 고민의 결과가 한국행이면 다시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안현수에겐 이제 러시아 정착 외엔 선택지가 없는 것일까? 

안현수가 한국을 버렸다는 말이 맞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 올림픽 대표로 뽑아줬는데도 더 좋은 조건 찾아서 외국으로 갔다면 한국을 버렸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부상 이후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대표에 뽑히지 못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대표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한국 대표선수로는 올림픽에 나갈 길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다른 길을 찾은 셈이다. 한국을 버린 게 아니라 한국에서 기회가 막힌 후 차선책을 선택했다. 

그 전까지 안현수는 국가대표로서 우리나라에 충분히 공헌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32·12·6 등 무려 50개의 메달을 딴 것이다. 그로 인해 국제무대에서 태극기가 50회 게양되고 애국가는 32회 울려 퍼졌다. 이 정도면 운동선수로서 할 만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국가대표로서 충분히 공헌한 후에 더 이상 한국이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주지 않으니까 다른 기회를 찾은 것이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일까?

우리도 국제대회에 대비해 해외 선수들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한국으로 와서 태극기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고 올림픽 후에 본국으로 귀환하는 선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선수의 나라에서 배신자가 왜 돌아오느냐는 비난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까? 

러시아 배신론도 있다. 안현수의 선수생활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회를 준 나라가 러시아인데, 그 은혜를 저버렸다는 비난이다. 과연 그럴까? 러시아가 한국에서 선수생명이 끝나가는 안현수에게 기회를 준 것은 그들 나름의 절박한 이해관계가 있어서였다. 소치 올림픽에서 국력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자원은 다 끌어 모은 것이다.

 

안현수는 러시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무려 3개의 금메달을 러시아에 안겨준 것이다. 특히 쇼트트랙 계주 결승전에선 미국 대표팀을 눌러 푸틴을 만족시켰다. 올림픽을 포함해 안현수가 러시아 대표로 딴 국제대회 메달이 금12·4로 총 20개에 달한다. 그것도 러시아에서 그전까지 전혀 성적을 내지 못했던 불모지 종목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정도면 러시아에도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다. 

안현수가 만약 한국행을 선택한다면,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에서 계속 뛰고 싶었고 한국에서 최선을 다 했으나 길이 막혀 외국에서 도전했다가 선수 생활이 끝나자 자연인으로 조국에 귀환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게 그렇게 윤리적으로 파렴치하고 비난 받을 일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