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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나는가수다, 적우와 김경호가 사랑받은 이유

<나는 가수다>에 새로운 멤버로 적우가 합류한다고 했을 때 네티즌의 의견은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무명가수이고 유흥업소에서 노래했던 전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랬던 것이 막상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에는 (한때나마) 비교적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다음 중간평가 때 기대이하의 실력을 보여줘서 다시 부정적인 쪽으로 변했지만, 1차 경연 직후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처음에 부정적 반응이 90% 정도였다면, 1차 경연 방영 후에는 40% 정도로 줄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1차 경연 때 적우는 떨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보였다. '내가 감히 이런 무대에 서게 되다니! 너무나 영광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수들이 경연 무대를 끝낼 때마다 경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것이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들이 가수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나는 가수다>의 팬들은 이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오락 프로그램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출연진과 제작진도 그런 정도의 존경심을 보여줄 것을 바란다. 옥주현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것은, 바로 그런 무대의 신성성을 아이돌 출신이 더럽힌다는 거부감 때문이었다.

적우는 <나는 가수다>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발신했다. 그것은 결국 시청자를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만약 적우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나타나 '난 등수 같은 것 신경 쓰지 않고 나의 음악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두겠다.', '그저 즐기겠다', 이런 식으로 말했으면 상당한 악플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면 시청자가 보기에 건방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시청자 위에 서는 걸 대중은 아주 싫어한다. 대중이 <나는 가수다> 경연 무대를 아주 중히 여기는데, 연예인이 가볍게 여기면 결국 연예인이 대중의 머리 위에 서는 셈이 된다. 이런 구도는 악플을 부른다.

김건모 재도전 사태는 제작진이 대중의 기대 위에 군림하며 자의적으로 프로그램을 조종한다는 인상 때문에 엄청난 악플을 받았다. 옥주현의 입성도 제작진이 대중의 뜻 위에서 마음대로 아이돌을 들여보낸다는 인상 때문에 비난 받았다.

김건모는 처음 경연에 임할 때 장난을 쳤다. 별로 긴장하지도 않았다. 그것도 '건방지다'는 느낌을 줬다. 옥주현은 프로그램 속에서는 긴장했지만, 그 전부터 건방지다는 느낌이 축적된 것이 문제였다. 그녀는 항상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그것을 대중은 '건방'으로 받아들였고 <슈퍼스타K>에서 선배의 말을 잘라먹는 식으로 편집됐던 것이 그 결정타였다. 이렇게 대중은 건방진 연예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김경호는 어떻게 절대 호감이 되었나 -

김건모에 대한 반응이 호감으로 바뀐 건 그가 손을 벌벌 떨고 난 이후였다. 한 차례의 악플 사태를 겪고 난 다음 그는 경연에 임하면서 극도로 긴장된, 그리고 위축된 모습을 보여줬다. 손까지 벌벌 떨며 열창했는데, 활동기간이 20여 년이나 되는 국민가수가 그러는 것을 대중은 석고대죄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용서한 것이다.

김경호는 원래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가수가 아니었다. 그가 <나는 가수다>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그의 단조로운 색깔 때문에 일각의 우려가 나타났었다. 하지만 몇 회가 지난 후 그는 <나는 가수다>의 대세로 떠올랐다. 여기에도 지금까지 설명한 원리가 작용했다.

그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후 곧 '긴장의 아이콘'이 되었다. 역대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 중에 그처럼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높은 순위를 받거나, 출연진의 칭찬을 들으면 너무나 좋아했다. 이런 모습들은 그가 이 경연 무대를 얼마나 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웅변했다. 그건 결국 시청자를 존중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시청자는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줬다.

자우림은 초기에 악플을 많이 받았었다. 처음에 그들은 순위에 무관심했다. 경연 자체를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다른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도 대수롭지 않게 바라봤다. 높은 순위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낮은 순위일 땐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을 탓했다. 이것이 '건방'으로 받아들여져 악플이 생겨났던 것이다.

나중에 자우림의 태도는 바뀌었다. 이젠 경연에 열심히 임해서 순위를 챙기려 한다. 경쟁에 긴장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다른 가수들의 무대에 경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시청자를 내려다보는 높은 위치에서 내려온 셈이다. 그래서 악플이 사라졌다.

이렇게 대중은 '건방'을 싫어한다. 요즘 한국의 네티즌은 유사 이래 가장 '오만'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좋은 쪽이라는 건 이런 오만함이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쁜 쪽이라는 건 반지성주의나 묻지마 집단행동, 인민재판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중이 오만 혹은 자신만만하기 때문에 소통이 이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대중이 자신들의 말을 들으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그런 소통이 되지 않으면 옥주현 악플 사태 같은 참사가 터진다. 그런 시대이므로 연예인과 제작진은 항상 대중 아래에 서야 비호감 악플 사태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 장혜진과 윤민수는 왜 찬사를 못 받았었을까? -

장혜진과 윤민수는 누구 못지않게 긴장하고, 경연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왜 대중은 차갑게 반응했을까? 일단 둘 다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장혜진은 계속 흐느끼는 느낌이었고, 윤민수는 ('빗속의 여인' 전까지는) 계속 울부짖는 느낌이었다. 시청자들은 매번 '아 또?'하면서 탄식했다.

그리고 순위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것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가수다> 팬들은 참가자들이 자신을 낮추고 최선을 다해 순위경쟁에 참가하길 원하지만, 동시에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경연 무대의 격을 올려주는 것도 원한다. 그러려면 가끔 순위와 무관한 개성적인 음악도 들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 둘은 너무나 <나는 가수다>적인 감정과잉, 울부짖음, 때론 신나는 쇼만을 돌아가면서 보여줬다.

이것은 가수로서의 격이 떨어져보였고 <나는 가수다>의 격도 떨어뜨리는 것 같았기 때문에 시청자의 반응이 냉담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가수다> 출연진은 기본적으로 순위에 긴장하며 경연에 임하되, 가끔 뮤지션의 개성도 연출하는 것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길이라고 하겠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폭발적인 쇼와 성대의 힘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