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카라의 독도발언? 일우익에 놀아난다

 

연예인들이 독도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네티즌들은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반면 이 문제에 미온적인 연예인에 대해선 비난이 폭발한다. 바로 얼마 전에도 카라가 피해를 당했었다. 카라의 경우는 일반 네티즌뿐만 아니라 언론까지 나서서 공격을 했다. 왜 독도 문제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을 못 하느냐는 것이다.

 

과열이다. 연예인들이라든가 문화인에게 국가적 대립을 부추기는 발언을 강요해선 안 된다. 지금이 전쟁 상황이면 또 모를까, 외교적 설전 단계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과 일본이 아무리 외교적 마찰을 빚는다 해도 사회문화적 교류는 계속 이어진다. 문화적 적대는 가장 나중이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연예인들이 일본에 대해 적대적 발언을 하는 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동밖에 안 된다. 그 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일은 별로 없다. 그저 우리가 잠깐 통쾌해지는 효과만 있는데, 대신에 상황이 지나치게 과열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연예인들은 불필요한 독도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연예인들의 독도 발언을 개념발언이니, 용기발언이니 하는데 착각이다. 개념도 아니고 용기도 아니다. 한국 사람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말하기 위해서 무슨 사유가 필요하며, 무슨 용기가 필요한가? 1차원적인 분노의 표현이고, 같은 한국인에게 박수갈채를 받을 행위에 불과하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대단히 떠받들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올림픽 축구 한일전이 벌어지기 전에 도요타 자동차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합니다’라고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그걸 가지고 일본 내에서 도요타 매국 논란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도요타가 한국에 자동차를 팔기 위해 그런다는 걸 모두가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를 해외에 파는 건데 당연히 현지인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그걸 가지고 우리 국내에서 매국이라고 떠들어대면 정말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런 황당한 일을 벌인다. 카라에게 독도는 우리땅이라 말하라고 강요하는 작금의 사태도 그렇다.

 

 

 

이런 식으로 연예인들에게 독도발언을 강요하면, 일본 우익에게 놀아나는 꼴이 된다. 예를 들어, 일본사람들이 도요타에게 한국에서 일본만세를 외치라고 강요하면 좋아하는 건 현대자동차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사람들이 한류스타에게 한국만세를 외치라고 강요하면 좋아하는 건 일본우익이다.

 

일본우익이 원하는 건 한류의 정치화다. 정치외교적 대립과 상관없이 한류를 즐기는 일본사람들에게, 정치외교적 이유로 한류를 배척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한류스타에게 독도발언을 강요하면, 딱 일본우익이 원하는 대로 한류의 정치화가 실현된다. 자기 발등 찍기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상품을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려면 한류에서 한국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선 안 된다. 한류와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한류는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일을 막으려면 문화와 정치외교적 메시지의 분리가 필요하다.

 

최근의 ‘독도는 우리땅’ 강요 사태는 그것과 거꾸로 가고 있다. 모두 진정해야 한다. 네티즌은 물론이고, 선동적 발언으로 이슈몰이를 하려는 연예인들도 주의해야 하고, 특히 언론이 정신차려야 한다. 이번처럼 언론이 나서서 대립과 증오를 조장하면 나중에 하지 않아도 될 전쟁까지 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