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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전양자의 연예인 활동이 이상한 이유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 전양자가 편집없이 등장했다. 전양자와 구원파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검찰조사 등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것을 지켜보며 하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MBC 입장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이대로라면 국민은 전양자를 연예인으로서 계속 봐줘야 한다는 건데 이건 이상하다.

 

그녀는 금수원, 국제영상, 노른자쇼핑,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무려 네 개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이사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속에서 실제로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는 차후 검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하겠지만, 최소한 한 개 이상의 회사에서 중요 직책을 맡았다는 것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에서 금수원은 이른바 ‘구원파의 심장’으로까지 불린 곳으로 유병언 전 회장이 평소 이곳에 거주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그가 사진작가로 소개되는, 카메라를 들고 찍힌 사진도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국제영상은 유 전 회장이 공식적으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이례적으로 2009년까지 본인 명의로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라고 알려진다. 따라서 그녀가 중요 직책을 맡은 회사들이 유병언 세력의 핵심 회사들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나온다. 또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경우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

 

이런 정도 회사들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았다면 법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통 연예인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방송에서 즉각 하차, 자숙기간을 갖는다. 이것은 검찰조사와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국민정서상 심각한 물의를 일으켜도 잘잘못을 세세히 따지지 않고 일단 자숙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조사와 사실관계를 강조하는 MBC의 입장은 너무 한가하게 느껴진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국민에게 청해진해운 지주사의 이사라고 알려진 연예인을 드라마 속에서 계속 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물론 사실관계를 엄정히 가리는 것은 중요하다. 전양자도 묻지마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중요 회사들에서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이상,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사실관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차한 후에 사실관계를 가리는 것이 국민정서에 부합한다고 생각된다. 정말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때 가서 컴백해도 늦지 않다.

 

유병언 전 회장은 종교활동과 사업활동을 하나로 통합해 이익을 취하고 사회지도층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졌는데, 보통 이런 이들에게 후광효과로 작용하는 것이 유명인과의 친분 관계다. 전양자는 1991년에 이미 유 전 회장 세력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이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그녀의 존재가 유 전 회장의 활동에 후광효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해 열린 유병언 전 회장의 호화 출판기념회에도 전양자가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유 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을 것이다. 전양자의 드라마 출연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녀가 방송사에서 활동함으로서 계속해서 유 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MBC가 전양자를 계속 내보내는 것에 납득하기가 어렵다.

 

다만 전양자 이외에 구원파 연예인이라면서 네티즌이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양자의 경우가 특수한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유병언 기업집단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런 직책도 없는데 단지 어떤 교회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공격해선 안 된다. 박진영도 단지 처가가 엮였다는 것만 밝혀졌을 뿐이다. 이런 경우야말로 MBC처럼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나저나, <오로라 공주> 때 멀쩡한 배우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렸던 MBC의 결단력(?)은 어디로 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