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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장석현 충격이 복면가왕을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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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와의 대결에서 탈락한 ‘베토벤 바이러스’의 정체가 과거 샵의 멤버였던 장석현으로 밝혀진 것이다.

 

샵에선 이지혜가 보컬, 서지영이 서브 보컬이었고 남자 멤버들은 랩과 춤만 했었다. 그때의 랩 담당 멤버가 십년도 더 지난 2015년에 노래를 선보인 것이다.

 

처음엔 바로 옆에서 노래하는 ‘어머니는 자와선이 싫다고 하셨어‘의 능숙함과 카리스마에 비해 조금 밀리는 느낌이었지만 중반 이후 깜짝 놀랄 만한 고음을 선보이면서 당연히 솔로 가수일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노래의 기술적 능숙함과는 별개로 음색만큼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가면을 벗고 보니 놀랍게도 과거 아이돌팀에서 랩과 댄스를 맡았던, 보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충격과 감동의 순간이었다. 가면을 벗은 장석현이 순간적으로 눈시울을 붉힐 때 시청자도 함께 감동을 느꼈다.

 

 

이것이 <복면가왕>을 구원한 것은 최근 이 프로그램이 너무 뻔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 나왔던 조장혁도 그렇고, 현재 왕좌에 올라있는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도 상당 부분 예측이 가능한 인물이다. 현재로선 김연우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렇게 <나는 가수다>급 가수들이 나와 예측 가능한 목소리로 ‘가왕대잔치’를 벌이면 <복면가왕> 특유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복면가왕>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려 노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선 익히 알려진 가수들이 나와 명곡의 향연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복면가왕>의 또 다른 매력인 예측불가능성, 대반전, 새로운 발견 등의 관점에선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복면가왕>은 그동안 솔지를 비롯해 댄스음악에 가려졌던 아이돌들의 가창력이나 다양한 분야에 속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재발견하게 해줘 호평 받았다. 특히 루나처럼 수많은 시간을 무대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수가 복면을 쓰고서야 인정받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랬던 <복면가왕>이 최근 조장혁, 김연우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람 등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목소리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개방해 가창력을 뽐내면서 마치 ‘가면 쓴 나는 가수다’처럼 느껴지게 만들면서 충격과 감동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었다.

 

그랬다가 이번 회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선우와 윤형빈의 등장, 목소리를 완전히 숨긴 고유진 등으로 연이은 충격을 줬고, 특히 샵의 전 멤버 장석현의 등장에선 충격과 함께 먹먹한 감동까지 안겨줬다.

 

그런 노래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대중에게 전혀 가수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같은 팀 멤버들의 불화로 결국 가요계를 떠나야만 했던 젊은이가 무려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무대에 서서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인정받는 장면은 솔지, 루나의 감동에 이은 가히 <복면가왕> 3차 충격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복면가왕>만의 매력이다. 이런 충격 반전, 감동의 스토리가 나타났을 때 <복면가왕>의 ‘포텐’이 터진다. <복면가왕>엔 단지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제작진은 장석현의 발굴로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목소리를 발견하게 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장석현이 <복면가왕>을 구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