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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슈퍼스타K>는 한국 케이블TV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예선이 시작되자마자 깜짝 놀랄 만한 재능의 출연자들이 잇따라 인기를 끌었고, 본선격인 슈퍼위크가 시작되면 각 출연자별 팬덤까지 형성되며 열기가 달아올랐다. 탑 텐 경연에 돌입한 후엔 팬들의 과열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방영되고 있는 <슈퍼스타K> 시즌 7에선 이런 열기를 찾아볼 수 없다. 벌써 탑 텐 경연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아직 <슈퍼스타K> 새 시즌이 시작된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매체들은 역대급 실력자들이 등장했다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현실은 역대급 무반응뿐이다.

 

 

<슈퍼스타K>만의 일이 아니다. <슈퍼스타K> 열풍 이후 모든 방송사들이 오디션 경쟁에 뛰어들어 오디션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왔었는데, 그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이젠 방송을 접었거나 화제성을 잃었다. 그 뜨겁던 트렌드는 왜 이렇게 빨리 식은 걸까?

 

거대한 오디션 열풍이 나타난 건 허각이 <슈퍼스타K>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허각의 우승으로 한국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9시 뉴스는 물론 심층시사기획 프로그램들까지 그 열기를 다뤘었다. 단지 연예계 이슈를 넘어 사회이슈까지 됐던 것이다.

 

왜냐하면 허각의 우승이 인생역전의 신회라는 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허각은 뚜렷한 직업 없이 환풍기 수리공 등을 전전하던 88만원 세대였다. 그런 사람이 엄친아 미국 유학파인 존 박을 꺾고 1위를 차지하자 전사회적 열광이 나타났다. 바로 뒤이어 <위대한 탄생>에서도 타자이자 소수자인 백청강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우승하자 열기는 더욱 커졌다.

 

 

당시는 사람들이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것을,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져버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절망의 순간에 허각이 희망을 보여줬고, 꿈을 대리만족시켜줬다. 바닥에서 화려한 정상으로의 비상. 이민자 집안의 하류층이 자기 몸뚱이 하나로 스타가 되는 <록키> 스토리의 한국 버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인생역전의 판타지가 깨졌다. 사람들은 오디션에서 우승하면 용이 돼서 승천하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연예계의 또 다른 바닥에 편입된 것뿐이었다. 수많은 오디션 스타들이 데뷔만 해보고 곧바로 사라졌고, 심지어 데뷔조차 못하고 자살한 사람까지 나타났다. 그나마 활동을 이어간 사람들도 가요계의 숱한 신인가수 중 하나일 뿐이다. 화려한 인생역전하고는 거리가 너무나 먼 것이다. 이러자 개천에서 용이 나는 판타지가 깨졌다.

 

과거 <슈퍼스타K> 등 오디션 열풍엔 실력이란 신화도 있었다. 아이돌들은 실력도 없이 외모만으로 스타가 되는 데에 반해, 오디션 출연자들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다는 신화였다. 아이돌의 붕어놀음에 지친 사람들은 오디션 능력자들을 열렬히 맞이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심사위원들은 천재의 등장이다!’를 반복했고, 시청자는 엄청난 재능이 나타났다며 열광했다.

 

그런데 그 천재들이 막상 기성 쇼프로그램 무대에 서니, 일반 가수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차르트 같은 엄청난 천재가 외모가 떨어지거나, 대형 기획사 을 잡지 못해 인정을 못 받았다고 여겨 뜨거운 응원을 보냈었는데, 쇼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니 모차르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에 사람들이 무시했던 아이돌은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에 잇따라 등장해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붕어 아이돌 대 천재 오디션이라는 구도가 깨진 것이다. 오디션의 비교우위, 실력우위가 사라졌다.

 

 

오디션이 하나의 쇼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 것은, 일반쇼프로그램에 최신 디지털댄스음악만 나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바로 그럴 때 오디션은 8090 명곡들을 신선한 편곡으로 들려줬다. 하지만 이젠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과거의 명곡들을 재조명해주고 있다. 오디션만의 음악적 희소성도 사라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디션 열기가 식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한류 최정상의 대형기획사가 직접 나서는 <K팝스타> 정도만 관심을 이어갈 뿐이다. 대형기획사는 어쨌든 수직상승의 사다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K팝스타>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요는 진짜 능력자, 진짜 스타의 등장이다. 처음에 기성 가수 수준만 되도 천재인 줄 알았던 사람들 눈이 이젠 많이 높아졌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출연자가 등장해야 한다. 그리고 오디션 출신자 중에서 진짜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역전 신화, ‘스타탄생판타지가 다시 가동되면서 오디션 열기도 살아날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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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초창기에 나왔던 실력자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매력소유자도 고갈됐는지.. 가장큰이유는 그래서 재미가없죠.

  2. 짱국영 2015.11.02 01:2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 떨어진 거랑 개천에서 용나는 계층 사다리랑은 대체 무슨 관계? ㅋ 여하튼 말도 안되는거 갖다 붙이기는...ㅋ 그냥 재미가 없는거에요. 그저그런 외모에 그저 그런 실력. 오히려 외모나 스타성 면에선 기획사 연습생 수준도 안되니 무슨 흥행이 되나.....ㅋ 간단한 걸 가지고 이리저리 꼬아서 해석하시네.

  3. 허각 백청강 등은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방송에서 가끔 보면 인간적 매력도 없슴
    백청강은 여전히 루저 느낌이 강하고
    허각은 사생활 잡음에 이미지까지 나쁘고
    여기저기서 아이돌 가수가 우루루 쏟아지면서
    단순히 노래 춤만 가지고 승부하는 환경이 아닌데
    하다못해 예능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예능에 꽂아줘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수준..
    그런 단점들을 상쇄할만큼 실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하재근씨가 지적한 것처럼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그냥 대강 만들어진 일회성 상품이 아님
    저런 이벤트성 오디션에서 한번 떴다고 들이댈만큼
    연예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거임


  4. 저그 요즘 트렌드가 요리, 먹방 이라서 그래요. 오디션 프로가 잠깐의 뜨거운 감자인것 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 하니깐 또 반복되니깐 또 오디션 프로 열풍이 있을 겁니다.

  5. 예전에 허각이나 울랄라세션 볼 때는 이들이 너무 잘해서 매번 다음 번 무대가 기대되곤 했는데, 요새는 그 정도로 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참가자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의 수준이 가장 높은 오디션인 '보이스코리아'도 시즌2 이후로 현재 중단 된 상태인데, 한국에 당분간은 그렇게까지 숨은 보석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즉, 이제는 나올 사람이 다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천재 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에 이미 소속사에 스카웃 되어 데뷔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6. 첨언하자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범람하면서 그 포맷 자체가 식상해지고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이서 얻는 한계효용이 점점 떨어진 것도 열풍이 사그라드는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슈퍼스타K는 벌써 유사한 포맷으로 7년째 이어져가고 있으니까요. 형식의 파괴와 혁신 혹은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오디션 참가자의 대거 발탁이 없는 이상 열풍이 지속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7.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타의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8. ㅋㅋㅋㅋ 이거 기사글 다 빼낀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