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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열혈사제, 토착왜구에 간헐적 단식까지 통쾌한 폭소탄 터졌다

 

SBS의 첫 금토드라마인 열혈사제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8% 전후의 시청률로 중반에 이미 포상휴가가 확정됐다. SBS가 토요드라마를 없애고 금토극을 신설한 건 주말극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였다. ‘하나뿐인 내편이라는 전형적인 주말드라마로 49% 대박을 친 KBS와 대비되는 기획이다. 중장년층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시청률을 포기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드라마는 보통 가족극의 형태로 그 속에 출생의 비밀, 시어머니의 구박, 불륜 치정, 가족애 등의 코드가 버무려진다. 반면에 요즘 젊은층이 선호하는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대가족에서 분리된 개인으로 등장하고, 드라마 형태는 보통 범죄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장르극일 때가 많다. ‘열혈사제는 주말드라마에서 탈피하겠다는 기획대로 가족극이 아닌 장르극으로 갔다.

 

사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구담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범죄를 저질러 온 기득권 카르텔을 척결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신부라는 점이 특이점이다. 신부는 신부인데 국정원 대테러 요원 출신이라서 경찰 이상으로 수사에 뛰어나고 전투력도 막강한, 일종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헐리웃에서 검정 망토를 휘날리며 고담시를 누비는 히어로가 배트맨이라면, 검정 사제복과 검정 롱코트를 휘날리며 구담시를 누비는 히어로는 신부인 것이다.

 

문제는 처음엔 신선했던 장르극이 요즘은 넘쳐난다는 점이다. 이젠 단지 지상파에서 장르극을 시도한다는 것만으로 젊은층의 환영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장르극 시장도 레드오션이 돼서 성공가능성이 낮아졌다. 범죄 장르극이 잇따르면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 실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열혈사제는 반대 분위기로 갔다. 범죄집단과 대결하기는 하지만 무겁지도, 어둡지도 않다. 살인까지 불사하는 조폭 행동대장이 찰랑 단발머리 코믹 캐릭터로 표현될 정도다. 주인공인 김해일 신부(김남길)도 수시로 코믹한 설정을 하며 호쾌한 활극을 벌인다. 긴장감이 감도는 전형적인 장르물이 아닌 코믹액션극으로 간 것이다.

 

바로 이게 통했다. 영화 극한직업1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시대다. 이 작품은 천만영화급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폭발적인 신드롬이 나타났다. 무거운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이 오래간만에 나타난 가벼운 코믹수사물을 두 손 들어 환영한 것이다. 바로 이때 코믹활극 열혈사제가 당도했다. 안방극장에서도 시청자들은 이 웃기는 드라마를 환영했다.

초반부가 버닝썬 게이트하고 겹치면서 더욱 탄력 받았다. 누리꾼들이 경찰과 업소의 유착을 의심했는데 바로 그때 열혈사제가 범죄카르텔의 수족 노릇을 하는 무력한 경찰을 그린 것이다. 최근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정치권의 5시간 30분 단식을 간헐적 단식으로 풍자하고, 인터넷에서 많이 쓰이는 토착왜구라는 표현까지 차용해 공감대를 넓혔다. 구청장, 국회의원, 검찰, 경찰, 폭력조직, 사이비 종교 집단이 결탁한 권력 카르텔을 열혈 신부와 서민들의 연대가 분쇄하는 설정으로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답답한 세상에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한 바탕 웃고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열혈사제의 성공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