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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성추행 무죄 강은일, 일관되면 믿어야 하나

 

뮤지컬 배우 강은일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무려 2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얻은 성과다. 하지만 지금 강은일에게 남은 건 우울증, 불면증과 빚이라고 한다. 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20183월에 벌어진 사건이다. 함께 술을 먹던 일행 중의 한 여성이, 강은일이 화장실로 자신을 따라 들어와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여성의 주장이 일관되고, 사건 직후 여성이 신고했으며,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도 성추행 피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때 강은일은 법정구속까지 당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CCTV에 강은일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고 여성이 뒤따라가는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강은일이 자신을 뒤따라 들어왔다는 여성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또 화장실 통풍구를 찍은 CCTV에 실루엣이 비쳤는데, 강은일과 해당 여성이 각각 남성칸과 여성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한다. 그 여성은 강은일이 여성칸으로 밀고 들어왔다고 주장했었다. 또 항소심 재판부가 직접 현장에 나가 검증한 결과 여성이 주장한 동선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목격자들의 진술도 강은일의 진술과 부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는 것이다. 

항소심 심리가 마무리 될 때 강은일의 어머니가 '제발 판사님들이 한 번만 현장에 와서 두 눈으로 직접 봐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래서 현장검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판사들이 가볍게 넘기고 현장 확인을 안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CCTV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목격자들의 진술도 있었다. 현장검증, CCTV, 목격자들 진술이 없었다면 강은일은 꼼짝없이 성추행범이 됐을 것이다.

 

이 사건을 보더라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일관된 진술은 말을 잘 꾸며대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 메시지는 본인이 작정하고 특정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신고도 본인이 하면 그만이다.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아닌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들어 여성이 성범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 무조건 그 말을 믿어주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성단체가 앞장선다. 언론도 문제다. 어떤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순간 언론은 그 여성을 피해자’, ‘피해여성이라고 지칭하기 시작한다. 이러면 재판도 하기 전에 성범죄가 기정사실화 된다. 

그 여성이 정말 피해자인지 확인하려면 의심하면서 따져야 하는데, 그러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말라면서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강은일 1심 유죄도 나온 것이다.

 

물론 성범죄 사건이 과거 남성 가해자 위주로 처리되면서 여성 피해자들의 피해가 누적된 역사가 있고, 은밀하게 벌어지는 성범죄의 특성상 진술의 중요성이 크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의 진술이라고 무조건 믿는 것 역시 부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강은일 사건이 말해준다. 엄태웅도 요행히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성폭행범으로 몰릴 뻔했다. 

그러니까 여성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말에 신뢰성을 조금 무겁게 두되, 진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는 노력도 경시해선 안 된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진실성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다움 요구 거부등을 이유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도 안 된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도 한쪽 말만 듣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선 안 된다.

 

특히 무고를 엄벌해야 한다. 2019년에 총 6회 성폭행당했다고 무고한 여성에게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고, 피해자의 사회생활에도 피해를 주어 죄질이 좋지 않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무고를 양산하고, 그런 무고 때문에 진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이 꽃뱀이라며 의심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피해자의 억울함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말라며 여성 말을 믿으라는 압력이 고조되면, 말을 꾸며대는 무고범이 수혜를 입는 구조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무고범죄를 아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도 세심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