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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용혜인 금배지 언박싱, 아예 퇴출은 안 되나

 

용혜인 더불어시민당 당선자가 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에서 금배지 언박싱 방송을 한 것이 논란이다. 소수당에게 국회 진입 길을 열어주자는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더불어시민당이 기본소득당의 추천을 받아 공천한 후보가 용혜인 후보였다. 앞으로 용혜인 당선자가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되면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가 활동하게 된다. 

그 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에 용혜인 당선자가 출연해 "제가 국회의원이 됐다 ... 세계 최초 국회의원 금배지 언박싱 방송을 하겠다"며 금배지 공개를 했다는 것이다. 언박싱은 신제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뜻한다. 국회의원 금배지를 신제품 소개하듯이 가볍게 다뤘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재테크 운운하는 농담까지 했다. 

금배지에 담긴 무게를 소홀히 여겼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배지를 반드시 무겁게 받들어야만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 표식에 불과한 배지를 인터넷을 통해 친근하게 소개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직을 너무 무겁게들 보고 있다. 이러니 권위주의가 생겨난다. 보다 가볍고 친근한 언행의 국회의원이 등장하는 것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북유럽에선 국회의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친근한 존재다. 

이번 언박싱 사건만으로 용혜인 당선자의 자질을 규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중요한 건 경박해 보이는 태도가 아니라, 앞으로 의정활동을 어떻게 하는가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이다.

 

진중한 태도로 별 성과도 없는 의정활동을 하거나, 소수 기득권층만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문제가 있다. 반면에 경박한 태도라도 의정활동에 성실하고 다수 서민의 이익과 국익을 대변한다면 좋은 정치인이다. 

그러니까 한두 사건에서 드러나는 태도가 아닌, 의정활동을 통해 정치인의 자질을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 용혜인 당선자가 부실한 의정활동을 한다면 이번 언박싱 사건까지 소급해서 비판할 수 있다. 반면에 성실한 의정활동을 한다면 언박싱 사건은 신세대 의원의 탈권위주의적 태도 정도로 정리될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금배지를 가볍게 대하는 태도가 언박싱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금배지를 신주단지처럼 떠받들지 않은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언박싱 소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배지 퇴출로까지 나아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국회의원 금배지는 은에 금도금해서 만든다. 일개 국회의원 표식에 불과한데 귀금속을 쓸 이유가 무엇인가? 철배지도 괜찮고 나무배지로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단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대리하는 민의가 더 존중받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국회의원의 권위만 더 부각될 뿐이다.

 

이번에 많은 사람들은 용혜인 당선자가 금배지 언박싱한 것을 두고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책임을 가볍게 여겼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금배지는 민의 대변 책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회의원의 권위를 높이는 상징이다. 그러니까 용 당선자가 가볍게 다룬 것은 국회의원의 책임이 아니라 권위라고 할 수도 있다. 권위만 가볍게 다룬 건지, 책임까지 가볍게 여기는지는 앞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그 문제와 별개로 금배지에 대해서는, 이 기회에 금배지 퇴출까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