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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태영호·지성호 억측난무, 터질 게 터졌다

 

태영호 당선자와 지성호 당선자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섭정에 들어갔다’, ‘이미 사망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이 논란이다. 정부가 북한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밝혔는데도 자신만의 소식통이 있다며 극단적인 주장을 이어나갔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재 소식에 이들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탈북자 신뢰성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바로 언론이 이 문제를 고질병으로 만들었다. 

2015년에, 탈북한 북한군인을 통해 북한이 속전속결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국내 매체가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신뢰성이 너무 떨어지는 주장이었다. 내용 자체가 과거 보도의 재탕 같은 느낌이었고, 남북 모두 전쟁이 터지면 당연히 속전속결로 끝내려 하기 때문에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고, 북한군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했다는 근거도 없으며, 설사 새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해도 그걸 알 정도의 고위급 군인사가 탈북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뢰도가 떨어지는 탈북 소식통에 기댄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과거 탈북자가 증언한 내용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스스로 인정한 사건도 있었다. 탈북자의 경력 사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의대를 나와 의사로 활동했다는 경력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 사건이었다. 그 사례 말고도 학력이나 경력 등을 부풀리는 경우가 일부 있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부풀려도 한국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 

우리 언론은 탈북자가 북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엘리트로 활동했다고 하면 그걸 그대로 믿고 그들의 말을 국민에게 전달했다. ‘유명 예술대를 나와서 김정일 앞에서 공연한 1급 예술인’, ‘북한 주요 기관에서 비밀을 많이 다뤘던 탈북자’, 이런 타이틀로 토크쇼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얼굴을 알린 이들은 강연자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었다. 그러자 일부 탈북자들의 황당한 주장들이 쏟아졌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쌍꺼풀 수술을 마취 없이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지만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가장 황당한 것은 김일성 집안(이른바 백두혈통) 등 북한 최고위층의 내밀한 생활을 잘 아는 탈북자들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단지 북에서 살다 온 사람일 뿐인데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한국에서 평생을 산 나도 한국 최상류층의 내밀한 생활을 모른다. 하물며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폐쇄적인 사회인데 북한주민이라 해도 어떻게 최고위층의 실상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도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 최고위층의 생활을 바로 앞에서 본 듯이 설명했다. 심지어 탈북하고 시일이 지나 현재 북한을 알 수 없는 사람도 바로 최근까지 북한사회를 직접 겪은 것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언론이 이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전파하고 특히 방송사들이 시청률 상승의 소재로 삼았다. 방송사는 미지의 나라 북한에 대한 자극적이고 구체적이며 확실한 증언이 필요했고, 그걸 누군가가 제공해주기만 한다면 사실여부는 까다롭게 따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일부 탈북자들의 근거 없는 주장들이 유통됐던 것이다. 태영호 당선자는 영국에서 근무한 공사에 불과했는데 우리 언론들은 그가 마치 북한의 최고위층으로 북의 내밀한 사정을 다 아는 것처럼 소개했다. 이렇게 과도한 권위가 부여되고 검증이 생략되는 분위기에서 말의 수위가 강해졌던 것이다.

 

지성호 당선자는 북의 소식통을 통해 김정은의 현 상태를 알았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런 걸 알 정도의 소식통이 누구란 말인가? 일부 탈북자들이 북한의 지인을 통해 확인했다며 하는 증언들에 우리 언론이 너무 큰 무게를 실어줬기 때문에 이런 논법이 재생산되는 것이다. 

앞으론 언론이 증언에 대해 검증하고, 비상식적인 부분엔 의심도 하면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 그래야 증언자들도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는 이제 국회의원까지 됐으니 만큼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일부의 과장된 언행 때문에 다른 탈북자들까지 피해를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