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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성매매 단속은 미친 짓이다


 

요즘 성매매 단속이 화제다. 도심의 유명 집창촌과 대형 윤락가가 단속 대상이다. 단속의 목표는 그 지역들을 폐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없애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성매매가 윤리적으로 나쁜 짓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상당수가 유흥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그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창녀는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다. 창녀의 사회적 지위는 깡패보다 훨씬 낮다. 사회 최하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방 도우미 열풍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점점 더 늘어가는 느낌이다. 유사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라고 한다. 얼마 전 어느 방송국에 갔다가 현장취재팀의 말을 들었다. 직접적인 성행위까지는 하지 않는 신종 업소에 취재를 갔는데 여대생의 수가 너무나 많아서 자기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한국 여자들의 정신구조가 어떻길래 윤리적으로도 나쁘며, 사회적으로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최악의 일자리로 몰려든단 말인가? 한국 여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싫어하는 정신질환자들이라도 되나? 집창촌을 단속하면 한국 여자들의 정신상태가 개조될까?


말을 바꿔서, 현 정부는 ‘싸고 질 좋은 미제쇠고기’를 국민에게 공급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질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것을 먹고야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음식을 가려 먹을 정도의 판단력도 없단 말인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싸다’는 데 있다.


관건은 정신상태나 판단력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에 있는 것이다. 한국 여자들이 정신질환자여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길이 막막하기 때문에 미제쇠고기 먹듯이 그런 업종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 다른 인생이 가능하다면 -


한 다큐멘터리에 덴마크 노동자의 인터뷰가 나왔었다. 그는 사무실 문짝 수리 등 사소한 관리업무에 종사하는 단순노동직이었다. 당시 몸을 다쳐 하루 네 시간밖에 일을 못하는 처지이기도 했다.


월수입을 묻는 제작진에게 그는 우리 돈으로 약 오백 몇 십만 원 정도라고 했다. 인터뷰는 그가 어느 사무실에서 수리를 하는 중에 진행됐다. 그 노동자는 자기 뒤에서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보는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나 나나 수입은 비슷하다‘라고 했다. 그는 수입의 약 40%를 세금과 사회보장비로 제하고 나머지를 받는데, 생활은 일반적인 중산층 수준이었다. 자기 아이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승마경험도 시켜주고 있었다. 교육비와 의료비 부담은 없다고 했다.


전혀 다른 사회다. 이런 사회를 일컬어 ‘스웨덴 모델’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과 존엄함을 훼손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경비든 청소부이든 타인으로부터 경멸의 시선을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성매매 여성들을 단속하면 그들은 어느 직종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생업을 잃은 사람이 진출하는 업종이 자영업이다. 최근 10여 년 구조조정의 결과 자영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일터에서 내몰 경우 남자들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KTX나 기륭전자 등에서도 보듯이 투쟁과 거리가 멀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도 투쟁을 전개한다. 집창촌 단속 때도 유사한 저항이 있었다.


만약 우리가 북유럽같은 사회라면?


사양산업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밀려난 사람들을 국가가 방치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일컬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한다. 이것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곳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에선 사람을 정리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저항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기술이나 지식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국가가 책임지고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게 해준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평준화 개방 대학체제와 강력한 직업훈련 제도다. 직업훈련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일부다.


우리나라는 취업을 해도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 기륭전자의 노동자들은 3계급으로 나뉘어 차등대접을 받았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절대다수는 월 소득 100만 원 수준이었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일단 일자리를 잡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빈곤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연대임금’ 제도다.


연대임금이 아니라도 소득격차가 미국보다 훨씬 낮아 일을 하고도 빈곤한 사태는 생기지 않는다. 빈곤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는 강력한 복지제도로 개인의 뒤를 받친다.


이런 나라들은 교육, 의료, 보육, 주거, 노후문제 때문에 돈을 버느라 스스로 자신의 존엄성을 훼손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 무료거나 크게 부담 되지 않는 선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복지다.


노래방 도우미는 교육, 보육, 주거 등 기본 생활비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종 업소에 일하는 여대생들은 교육비나 생활비로 인해 발생한 개인부채 때문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집창촌 종사자의 인터뷰를 보면 가족 의료비, 부모님 노후 봉양 등 다양한 사연들이 나온다.


- 한국은 성매매를 단속할 자격조차 없는 나라다 -


위와 같은 사회를 건설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세금과 큰 정부다. 한국 정부는 현재 세금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임금격차축소는 강력한 노조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한국 정부는 노조도 탄압한다.


사회가 창출하는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스웨덴 같은 나라는 공공부문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한다. 한국 정부는 거꾸로 공공부문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육비, 의료비 부담을 늘여가고 있다. 국민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단속만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국정부의 단속은 성매매보다 더 비윤리적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싸고 질 좋은 미제쇠고기’가 아닌 ‘안정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존경이나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매우 큰 존재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모두로부터 인간 이하의 무시를 당하는 길로 갈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 능멸을 각오하고 그런 일을 시작한 사람들을 아무리 단속한들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필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한국인이 살 길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진다. 막장으로 몰려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국민을 늘리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답게 살라고 윽박지르면서 단속만 하므로 국가가 더 비윤리적이다. 그 알량한 단속으로 성매매업을 과연 줄일 수 있을까? 국가가 사교육 키워놓고 이제 와서 학원 단속한다고 하는 것처럼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