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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문근영의 눈물이 MBC에겐 망신이 되었지만



곧이곧대로 원칙대로 일처리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한다. 반칙편법 표리부동이 판을 치는 신뢰도 제로 사회에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라는 뜻이다. SBS가 바보같은 일을 저질렀다.


연기상을 연기 잘한 사람에게 주는 바보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것으로 제목은 연기상으로 걸어놓고 시상은 돈을 보고 한 MBC는 똥물을 뒤집어썼다.


KBS 연기대상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명분과 실리를 다 챙겼다. 김혜자는 누가 뭐래도 대상감인 사람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엄마가 뿔났다>는 2008년 KBS의 효자 상품이었다. 동시에 앞으로도 돈을 안겨줄 히트 제조기 작가인 김수현의 작품이다. 여기에 대상을 주는 건 장삿속으로 봐도 이익이다.


MBC에겐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와 명실상부한 연기를 모두 갖춘 효자상품이었다. 여기에 만족했으면 좋았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부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다. 그리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한 KBS에 비해서 MBC의 입장이 매우 옹색해졌다.


여기에 SBS가 일격을 날렸다. 완전히 MBC의 숨통을 직격한 모양새다. <바람의 화원>은 SBS의 효자상품이 아니었다. 상업적으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 애물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작품성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SBS는 그것을 선택했다. 장사를 잘 시켜주진 못했지만 훌륭한 작품을 훌륭히 지탱한 연기자 문근영.


이것으로 작품성과 돈이라는 구도가 성립하고 MBC는 망신을 당했다. SBS는 영리했다. 젊은 스타 이준기에게는 최우수상을 안배했다. MBC도 이 정도 했으면 뭐라고 할 사람 없었다. 여자 최우수상에서 대립구도는 더 분명해진다. <온에어>는 SBS의 효자상품이었다. 인기도 있었고 연기도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러나 김하늘, 송윤아에겐 최우수상이 갔다. <온에어>를 놔두고 <바람의 화원>을 선택함으로서 돈이 배제된 순수한 예술적 가치라는 성격이 아주 선명해졌다. 그럴수록 MBC의 망신도 선명해졌다.


- SBS도 천사는 아니다 -


SBS는 영리했을 뿐이다. 지고지순한 예술지상주의는 아니었다. 챙길 건 챙겼다.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상을 난사하며 실리를 챙겼다. KBS 연기대상에서 김수현 작가에 해당하는 문영남 작가에게 공로상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떤 면에선 SBS가 MBC보다 더 막 나간 측면도 있다.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조강지처 클럽>에게 10관왕을 안겼다. <조강지처 클럽>에 비하면 <에덴의 동쪽>은 점잖은 통속극이다. 작품성이고 뭐고 장사 잘 시켜준 효자상품한테 상 몰아주는 행태는 비슷했던 것이다.


다만 ‘한 방’에 좌우되는 인간의 인지구조상 대상의 문근영 효과가 너무 컸다. 천사 문근영의 순수한 눈물이 SBS에겐 모든 죄를 사하여 주는 세례수가 되고, MBC에겐 똥물이 되어 흘러 내렸다. 상업성이 중시되는 내용이야 비슷했지만 이미지에서 갈렸던 것이다. SBS는 영리했다.


- 엉뚱하게 비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


두 연기대상의 이미지가 너무나 극명하게 갈려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색해졌다. 상업방송이 <바람의 화원> 문근영인데, 공영방송이 <에덴의 동쪽> 송승헌이라면 공영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MBC 연기대상이 있은 후엔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가며 MBC를 성토했다. SBS의 문근영 선택이 다시 MBC에 대한 비난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이미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 방송 3사 연기대상에서 MBC는 <에덴의 동쪽>, KBS는 <엄마가 뿔났다>, SBS는 <조강지처 클럽>이 사실상 주인공이었다. 모두 상업적 통속극이다. 그리고 SBS의 것이 가장 막 나가는 막장 통속극이었다.


3사가 오십보백보다. 방송사의 특성을 떠나서 한국 드라마계의 현실인 것이다. 한국 드라마산업의 지나친 상업주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시상결과도 새삼스럽지 않다. 중요한 순간에 MBC는 이미지를 구겼지만, 공영방송의 가치는 드라마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보도, 교양다큐 부문에서 공영방송의 가치는 분명하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송은 장기적으로 편성 전반에서 분명히 다른 길을 가게 되어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방송사주의 사적 이익은 ‘남의 이익‘이고, 공공성은 ‘나의 이익‘이다.


MBC 연기대상에 대한 분노가 MBC에 대한 환멸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것은 ‘나의 이익’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다. 지금은 MBC가 공영구조로 가느냐 사영구조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영구조로 가면 국민의 이익은 침해당한다. 그때도 물론 통속 막장 드라마는 원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로 보여주는 창은 잃는다. 연기대상은 한국 시상식문화와 드라마산업계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