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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DJ DOC 통쾌한 사고 쳤다



DJ DOC가 30일에 열린 ‘2008막판뒤집기’ 콘서트 중 한나라당이 싫다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썩은 세상이 싫다는 식의 막연한 사회비판은 그동안 종종 있어왔지만 이렇게 권력을 구체적으로 콕 찍어 비판한 것은 메이저 가수의 노래로서는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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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서프라이즈 보도에 따르면 DJ DOC의 공연은 촛불집회 탄압 장면을 보여주며 막을 열었다고 한다. 그리고 ☆축! 2008년 서울의 랜드마크 NB산성 탄생☆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콘테이너 구조물 위에서 노래를 불렀으며, 그 뒤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한다. 촛불집회 패러디다.


이하늘이 “이 노래를 한나라당에 바칩니다”라며 ‘삐걱삐걱’을 불렀는데 마지막 부분에 한나라당이 나왔다.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에요

 빽 없어도 살기 힘든 세상이에요

 ...

 우리나라 민주국가 맞나요

 만약 이런 말도 못한다면 아무 말도 못한다면

 그런 나라 민주국가 아녜요 난 한나라당이 싫어요


‘삐걱삐걱’은 정치인이 날마다 싸우기나 한다는 비난으로 시작되는 노래다. 이런 비난은 누구나 한다. 우리 정치인들은 요즘도 싸우고 있다. 무작정 싸운다고 욕하면 도대체 그들이 ‘왜?’ 싸우는지가 사라진다. 잘잘못을 가릴 정도의 성숙한 이성이 없는 유치원 수준의 비판이다. ‘자자,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놀아야지~’


이 정도가 그동안 우리 주류 대중문화의 사회비판 수준이었다. 유치원 눈높이. DJ DOC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되는 권력을 분명하게 콕 찍은 것이다.


그 다음엔 ‘어청수에게 바칩니다’라며 ‘포조리’를 불렀다고 한다.


 새가 날아든다 짭새가 날아든다

 문제야 문제 우리나라 경제 x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 새가 날아든다 짭새가 날아든다

 짭(짭)짭(짭)짭(짭) 짭새가 문제


공연 말미엔 방송계 파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한다.


- 제대로 사고 친 DJ DOC -


통쾌하다. 2008년에 한국인은 독설과 막말에 통쾌해했다. DJ DOC가 독설의 수준을 올렸다. 동료를 향한 막말, 사소한 치부를 지적하는 독설이 아니라 겁 없이 권력을 찍어버렸다. 제대로 사고 쳤다. 힙합 정신 어쩌고 하면서 ‘불량스러움‘을 상품화하는 가수들 중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불온‘함이 나왔다. 메이저로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권력이다. 그중에서도 밥줄과 관계있는 권력이다. 저 멀리 어딘가에 붕 떠있는 막연한 권력을 비판하는 건 쉽다. 주위 만만한 대상을 향해 막말을 난사하는 것도 마음 독하게 먹으면 못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밥줄은 무섭다. 멀쩡한 사람들이 특정한 조직 속에 들어가면 다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은 거기에 밥줄이 달렸기 때문이다. 사람은 밥그릇을 차지 못한다. 어린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말이지만 성인들은 분명히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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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DOC가 친 사고가 대단한 것은 자기 밥줄의 위험을 감수하며 비판했다는 데 있다. 이하늘은 2008년 윤종신의 뒤를 잇는 예능 늦둥이다. 그 전까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으나 예능 활동을 하며 비로소 궁핍함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요즘엔 유재석 등에게 공개적으로 추파를 던지며 예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정재용도 예능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연예대상 신인상도 받았다.


요즘 같은 억압적 분위기에 권력비판은 공중파 예능활동에 자해행위다. 원래부터 비판적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탄압은 오히려 훈장이다. 하지만 대중문화활동하는 연예인에게 탄압은 밥줄이 끊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시적인 탄압도 없다. 그저 암묵적으로 소리소문 없이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 우려가 분명한데도 할 말을 했다. 이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인배’다운 풍모다. DJ DOC가 진정한 대인배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밥줄과 소신 사이에서 소신을 선택한 DJ DOC, 진정한 대인배의 힙합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