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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원더걸스 빅뱅 등 2008년 대중문화 키워드



1. 복고


 복고풍이 ‘신상’으로 포장돼 인기를 끌었던 한 해였다. 복고 코드는 가요, 영화, 패션, 드라마 등 전방위적으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가요계에서 복고 열풍이 두드러졌다. 원더걸스와 브라운 아이드 걸스 등이 대표적이다. 빅뱅도 8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엄정화는 디스코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쥬얼리 등 올 전반기엔 80년대부터 익숙했던 유로댄스풍의 음악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 인기와 화제를 동시에 몰고 다니는 <에덴의 동쪽>도 복고풍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신세대들에게 ‘촌스럽다’는 ‘구박’을 받았지만 인기전선엔 이상이 없었다. 영화쪽에선 <맘마미아>가 잊혀졌던 아바의 노래를 다시 알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복고 열풍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 <모던보이>, <고고70>, <다찌마와 리> 등이 모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빠르고 밝은’ 신세대적 소비코드가 접목된 복고만 환영받았다. <에덴의 동쪽>은 ‘아줌마’들의 지지와 함께, 빠른 이야기 전개와 형제의 성공담으로 밝은 이미지를 기조에 깔았다.


2. 아이돌과 춤의 돌풍


 아이돌이 최초로 국민과 만난 한 해였다. 그동안 아이돌은 ‘그들만의 리그’에 있었다. 하지만 올 해엔 30대까지 아이돌에 열광했다. 연말 직장인 모임엔 원더걸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빅뱅을 좋아하게 됐다는 30대 여성의 고백이 잇따랐다. 그동안 아이돌들의 노래는 팬클럽을 제외한 국민들에겐 ‘외계어‘였다. 올 해엔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아이돌이 복고 코드와 결합함으로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30대 귀에도 익숙하게 들리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아이돌들이 불렀다. 이들의 노래엔 손쉽게 리듬을 맞추며 춤을 출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돌들은 기계체조 같은 춤으로 테크닉을 과시하기만 했었다. 올해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와 리듬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아이돌의 부흥은 아이돌 뒤에 있는 대형 기획사 권력의 강화라는 경계심도 낳았다.


 각종 춤들도 때마다 화제가 됐다. 쥬얼리의 ‘ET춤’, 이효리의 ‘OK춤’, 손담비의 ‘의자춤’ 등이 그랬다. 연말 전국의 노래방에선 원더걸스의 ‘총알춤‘이 난사됐다. 춤바람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3. 아줌마, 줌마렐라로 피어나다

 아줌마 판타지라고 불릴 만한 드라마들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다. 구박 받고 천대 받던 아줌마가 화려하게 성공하며 사랑도 얻고 복수도 한다는 설정이었다. <조강지처클럽>이 그런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대표작은 역시 최진실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줌마렐라‘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시청률 전쟁에서 아줌마들은 맹위를 떨쳤다. 아줌마들의 위력으로 통속극을 넘어 ‘막장’ 드라마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승승장구했다. 대표작인 <너는 내 운명>은 종영 운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며 막판에 가세한 <아내의 유혹>과 함께 막장 투톱 체제를 형성했다. <에덴의 동쪽>까지 하면 통속극 트로이카가 장악한 2008 연말 드라마 풍경이었다.


4. 독설과 막말의 시대


 프로그램 회당 평균 48.3회의 막말을 난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인 막말대왕에 등극한 김구라가 예능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한 해였다. 김구라에 이어 막말 회수에서 2위를 차지한 윤종신은 예능 늦둥이로 각광 받았다. 과거 막말의 박명수는 2인자에 머물렀지만 김구라는 올 해 막말 캐릭터도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왕비호는 독설을 개그상품으로 만들어 떴다. 그의 독설이 동방신기 앨범 수십만 장을 판매케 하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독설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연예인들이 방청석에 대기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막말 회수 1, 2위를 독식한 <라디오스타> 4인방은 3개 프로그램의 MC로 대성했다. 집단독설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김제동, 서경석 등은 위축됐다. ‘똥덩어리’는 독설의 2008년을 상징하는 유행어였다.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당황스런 직설적인 제목의 노래로 2008년이 마감됐다.

5. 스타

 거물 스타들이 돌아온 한 해였다. 서태지, 김건모, 쿨이 컴백했다. 이효리와 엄정화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비도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이들의 활동은 화제를 양산했다. 서태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열광과 논쟁을 이끌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이돌들의 인기에 밀리며 중견가수의 지반이 허약함을 실감한 한 해였다.

6. 인터넷


 인터넷 UCC열풍이 불었고 ‘빠삐놈’ 전진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렇게 극적으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전환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이 연예계를 소비하는 통로로 인터넷이 확고히 자리 잡았지만, 연초에 터진 노홍철 피습사건은 과도한 인터넷 정보유통의 폐해를 경고했다. 인터넷으로 들불처럼 번진 루머는 나훈아 사건, 최진실 사건 등과 연결되기도 했다.


 아고라는 문화 부문을 넘어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범국민적 공론장으로 진화했다. 기존의 젊은 네티즌뿐만 아니라 기성 전문가들까지 아고라와 블로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한 해였다. <무한도전> PD가 한 블로그의 글을 언급했던 것은, 네티즌의 대중문화 블로그가 기성매체의 영향력을 능가하게 된 2008년을 상징하는 풍경이었다.


7. 기부


 연예인들의 기부가 2008년 히트상품에 선정됐을 정도로 김장훈, 문근영, 유재석, 션 등 연예인들의 기부는 한 해 내내 화제가 됐다. 김장훈은 기부 공연을 하며 쓰러지기까지 해 국민적 영웅이 됐다. 문근영의 기부가 보수진영에 의해 정치적으로 매도당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념적 경직성이 폭로되기도 했다.


8. 리얼 버라이어티


 이젠 리얼이 아니면 예능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연말 불황에 의한 구조조정에서도 유재석, 강호동은 살아남으며 지금이 리얼 천하임을 실감케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참여한 가수들과 영화배우가 뜬 이후 수많은 가수와 배우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려고 줄을 선 형국이다. 별로 존재감이 없던 서인영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뜨면서 ‘신상녀’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이천희, 박예진, 은지원 등도 리얼 천하의 수혜자들이다. 성대현, 고영욱, 이하늘 등 왕년의 인기가수들이 ‘리얼성’ 예능의 출연자로 속속 컴백했다. 윤종신은 예능 늦둥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이런 트렌드를 선도했다.


9. 스포츠스타


 올림픽과 함께 스포츠스타들이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박태환은 영웅이, 김연아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하지만 정작 연예인들은 올림픽응원과 연루되면서 망신을 당했다. 강병규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국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응원하는 연예인을 원했다. 국비로 특별 대접 받았던 연예인들은 국민의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국민을 위해 자비를 쓰는 김장훈과 국민의 돈을 쓴 연예인응원단이 대비되며 이들은 올림픽 스포츠 바람의 피폭자가 됐다. 무릎팍 도사에의 출연으로 추성훈이 국민적 매력남으로 떠올랐던 한 해였다.


10. 불황 

 경제위기는 대중문화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반기엔 ‘~하면 되고’라는 낙관적인 유행어가 인기를 끌었으나, 하반기엔 ‘나안 ~했을 뿐이고’라는 비관적인 느낌의 유행어로 한 해를 마감했다. 방송사들은 프로그램들을 잇달아 폐지하며 감량경영에 나섰다. 그 바람에
군소MC들이 유탄을 맞았다.


 배용준, 송승헌 등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도 경제위기로 된서리를 맞았다. 박신양은 출연정지까지 당하면서 본보기로 과도하게 찍힌 것 아니냐는 동정을 받았다. 예능을 제외한 모든 부문이 불황으로 타격을 받으며 비감하게 마감한 2008년이었다.


* 내 맘대로 선정한 2008년 대중문화계 10인 *


김명민 유재석 강호동 원더걸스 빅뱅 서인영 이효리 신봉선 김구라 서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