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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1박2일과 트리플이 욕먹은 이유

 

 <1박2일>은 ‘되는 집구석’에 숟가락 들고 찾아갔다. 그것이 <1박2일>이 욕을 먹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1박2일>팀이 사직구장을 찾았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았던 사건 얘기다.


<1박2일>이 저지른 자잘한 잘못이나 시행착오들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지만,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천변만화하는 환경에서 실수는 벌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자세다. 미운 눈으로 보면 사사건건 얄미워 보이고, 기특해하는 눈으로 보면 웬만한 실수는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근본적으로 구도의 힘인 것이다. <1박2일>이 사직구장에 찾아간 것은 잘못된 구도를 형성했다. 그 이유는 최근 <1박2일>이 찬사를 받았던 일들을 뒤집어보면 알 수 있다. <1박2일>이 한물 간 야구선수, 위기에 빠진 박찬호 선수를 호출했을 때 찬사를 받았다. 잊혀진 산골 마을에 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담을 나눴을 때 찬사는 최고조에 달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건 정확히 그 반대의 구도였다.


 사직구장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곳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 마을과 달리 사직구장의 롯데 경기는 외지인은 고사하고 현지인조차 그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는 초대박 상품이었다. <1박2일>이 그 자리에 차고앉은 것이다. 이것이 그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남이 이미 큰 잔치판을 벌려 놓았는데 <1박2일>이 잠깐 들러 순식간에 주인공 행세를 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사람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박2일이 칙사인가? 지들이 뭔데? 이야말로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어놓는 행태 아닌가?’ <1박2일>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얄미워 보일 수밖에 없는 구도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그 결과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최근 <무릎팍도사>에서까지 이어진 비난의 행렬이다. 구도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판을 잘 짜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실수를 해도 용서 받는다. 그 잘 되는 판이란 남이 잘 차려서 먹고 있는 곳에 차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썰렁한 곳, ‘안 되는 집구석’에 가서 자신의 힘으로 빛을 비추는 구도를 뜻한다. 이러면 잘 되면 대박이고, 못 해도 욕은 안 먹는다. 그리고 충성도 높은 열혈 지지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


 <1박2일>팀이 사직구장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예컨대 일의 진행에 좀 더 만전을 기해야겠다, 사전 교섭을 잘해야겠다, 이런 것들이 아니다. 안 되는 구도엔 아예 발도 들여놓지 말아야겠다, 남이 잘 하고 있는 데에 가서 무임승차하지 말아야겠다인 것이다.


 일의 진행 부실해도 된다. 돌발적으로 어설픈 사고를 쳐도 된다. 단 그것이 찬바람 부는 곳에 가서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구도여야만 한다. 사직구장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열기가 자체발광으로 솟아나오는 곳에 가서 ‘생쇼’를 했으니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모든 프로그램이 기억해야 하는 법칙이다.



- 트리플에게 안 좋았던 구도 -


 <트리플>은 방영도 하기 전에 욕부터 먹었다. 이것도 비슷한 경우다. <트리플>은 김연아 신드롬과 함께 알려졌다. 이것은 <트리플>이 김연아에게 묻어가는 구도를 형성했다. 이미 설명했듯이 대중은 묻어가는 사람을 안 좋아한다. 특히 남이 고생고생해서 잘 차려놓은 밥상에 날름 숟가락 얹는 얌체 행동을 좋아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행히도 <트리플>은 그런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내용과 아무런 상관없이 겉보기 등급으로 그렇게 알려졌다는 얘기다.


 이미 한국인은 ‘김연아 밥상 숟가락 얹기’에 엄청난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습중인 김연아 선수에게 응원쇼를 한다며 직접 출연해달라고 요청했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혀를 찼다. 고려대학교는 김연아 선수를 자신들이 낳았다고 광고해 비난을 받더니, 그후 다시 자신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었다고 해서 대중의 혐오감을 증폭시켰다. 한나라당은 김연아 선수를 이미지 홍보에 이용해 역시 비난을 받았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세계적 스포츠 스타가 된 김연아 선수를 이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한국 대중에게 가득 찬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트리플>은 ‘김연아에게 출연을 요청한 피겨스케이팅 드라마‘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김연아 신드롬에 숟가락 얹겠다는 ’병맛‘ 기획으로 여겨질 구도를 자초한 것이다. 당연히 비난이 빗발쳤다. 시작도 되기 전에 이렇게까지 심하게 비호감으로 찍혔던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다. 만약 <트리플>이 최초에 김연아라는 이름 석 자와 함께 거론되지 않고, ‘최근 비록 피겨스케이팅이 조명 받고는 있지만 스타가 아닌 연습생들은 여전히 힘들게 운동하고 있다. <트리플>은 피겨스케이팅을 지망하는 한 평범한 연습생 소녀의 꿈과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다’ 정도로 알려졌다면 <트리플>을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와 연결됨으로서 <1박2일>처럼 잘못된 구도의 함정에 빠졌고, <커피프린스>팀의 복귀작이었음에도 첫 방 시청률 4.6%라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도 같은 수렁에 빠졌다 -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전문 응원단도 아니고, 이런 일을 말끔하게 관리해주는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온갖 시행착오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은 사사건건 욕을 먹었다. 아주 작은 실수에도 대중은 준엄했다.


 애초에 구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평생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여 기량을 닦은 사람들이고, 그 선수들이 대결을 펼치는 베이징엔 당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말하자면 당시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잔치상이었던 것이다. 연예인들이 요란하게 찾아간 것은 사람들 눈에 힘을 불어넣어주려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 잔치상에 숟가락 얹는 행태로 보였다. 일단 그렇게 보이면 응원단이 기념사진 한 장만 찍어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평소에 특별히 비인기종목을 응원해왔던 사람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특권적 호화 외유의 구도까지 겹쳐졌다. 응원단은 국민의 공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세금이 아닌 자비로 갔다 해도, 인기 종목만 전전하며 숟가락 얹는 방식의 응원만 했다면 여전히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중의 정서법은 남의 잔치상에 끼어드는 사람, 작품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린다. 차후에 다시 누군가 숟가락 얹는 구도를 형성한다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 될 것이다. 모든 제작자, 기획자들이 명심할 일이다.


* 오해하시는 분이 많아 알려드립니다. 이글은 1박2일이나 트리플을 비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