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스타일 이지아 위기에 빠졌다

 

이지아는 이제 겨우 작품 세 개째를 하고 있는 신인배우다. 아직은 신선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된 <스타일>을 보며 놀랐다.


극 초반 이지아에게서 느껴진 것이, 반가움이나 호기심이 아닌 ‘지겨움’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닳고 닳은 연예인에게 느껴져야 하는 것이지, 이지아같은 신인에게 느껴져선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지아는 벌써부터 그런 이미지를 안고 있다. 이제 작품 두 개를 마쳤을 뿐인데! 나 혼자만의 이상한 취향 때문인가 하고 기사의 댓글들을 봤더니 그런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지아더러 지겹다고 하고 있다.


신인이 벌써 지겹다니. 이지아에게 이건 독이다.


- 수지니 = 두루미 = 이서정 -


이지아는 <태왕사신기>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때 이지아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그때의 분위기가 아직도 그대로 이어지며 강도만 더 강해진다는 데 있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우왕좌왕, 무한명랑, 감정기복 등의 이미지가 바뀌질 않는 것이다. 처음엔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생기도 느껴졌다.


<베토벤 바이러스>부터 조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베토벤 바이러스> 초반부에 이지아는 마치 조증 환자처럼 정신없었다. 계속 그런 모습만 보이니 답답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바로 그 캐릭터가 <스타일> 초반부 이서정 역할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하필이면 첫 장면부터 과장되게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바로 답답해왔다. 그다음엔 정신없이 뛰고, 웃고, 소리치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막판의 과장된 울음까지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다.


이를 두고 ‘이지아의 온몸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130% 온몸연기를 펼쳤다’, ‘유쾌하다‘ 등의 기사들이 나올 정도로 이지아는 몸을 던졌다. 목이 쉴 정도였다고도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지아의 온몸열연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효과를 이지아에게 되돌린 것 같다.


- 오버연기의 아이콘으로 찍혀선 안 된다 -


이지아는 극중에서 차가운 캐릭터인 김혜수와 대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지아에게 과장된 연기를 요구한다고 한다. 또 후반부에 성숙한 모습을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초반부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이지아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연기패턴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극의 설정이 그 익숙한 이미지를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설정 때문에 주연 배우의 호감도가 떨어지면 작품엔 불이익이 될 뿐이다. 배우가 살아야 작품도 살 테니까. <베토벤 바이러스> 때는 이지아의 좌충우돌을 받아줄 김명민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스타일>에선 그 자리에 류시원이 있다. 류시원이 김명민처럼 중심을 잡아줄 것 같지는 않다. 이지아가 자력갱생해야 한다.


사람들은 김혜수 때문이 이 드라마를 기다렸지만, 이 작품의 주연은 엄연히 이지아와 류시원이다. 아무리 후반부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도, 초반부에 주연의 이미지를 망친다면 후반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1~4회와 그 이후의 드라마 분위기가 전혀 달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초반부의 이미지를 가지고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평가하고 있다. 극 초반에 영화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구성 때문에 장동건과 비교되며 평가절하된 현빈은, 그후 자신만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가고 있지만 초반부 당시의 타격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초반부는 이렇게 중요하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이지아 본인을 위해서도 지금처럼 가면 안 된다. 신인이 벌써부터 지겹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큰일이다. ‘오버연기’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히는 건 막대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작품을 위해서도, 이지아를 위해서도 캐릭터 수정이 필요하다. 130%에서 30%를 빼버리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도 연기지만 이지아의 ‘밑도 끝도 없이 붕 떠있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면, 차후엔 쇼윈도같은 <스타일>류의 작품 말고 좀 더 현실적인 인간미가 느껴지는 유형의 작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