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황정음과 오현경, 웃겨주는 그녀들

 

새로운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방영된 지 일주일이 넘어섰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방영되기 전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었다.


기대를 받았던 이유는 전작이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대 성공작이기 때문이다. 우려됐던 이유는 최근 시트콤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크크섬의 비밀> 등 요즘 시트콤들이 이렇다 할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시트콤의 코믹함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체했다고 생각됐다. 시트콤인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지 그 정체성이 애매한 <패밀리가 떴다>라든가,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이상 시트콤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관측이 우세했던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는 심정은 ‘그래도 다시 한번’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래도 다시 한번 시트콤의 하이킥을 날려줄 수 있을 것인지. 정극 드라마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양분된 지형에 시트콤이라는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워낙 전작의 성공이 대단했었기 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모았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시트콤이 부관참시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과연 시원하게 시트콤의 침체를 뚫고 하이킥을 날려줄 수 있을까?



- 시트콤 부활의 징후가 보인다 -


일주일 정도 방영된 <지붕 뚫고 하이킥>에선 가능성이 보인다. 처음엔 이순재의 가족이 지나치게 부유한 집안으로 나와 잠시 불안감이 생겼었다. 매일 방영되는 시트콤은 우리 주변의 캐릭터들이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과장되게 표현하며 공감어린 웃음을 주는 장르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부유하고 화려하면 그들이 빚어내는 웃음에 공감이 사라지고 과장만 남게 된다. 공감이 없는 과장은 공허할 뿐이며 감정이 이입될 수 없다. 이것이 이순재 가족의 부유함을 보며 불안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강원도에서 자란 순수하고 동시에 가난한 아이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거는 학생 캐릭터 등을 추가함으로서 공허함에서 벗어났다. 아이들이 강원도에서부터 시작해 서울을 방황하는 이야기가 쭉 이어진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줄 수 없는 시트콤만의 드라마적 특성이 잘 발현된 것이었다.


이순재도 말끔한 기업체 사장이 아니라, 황혼 로맨스에 물불 가리지 않는 ‘방귀 순재’ 캐릭터로 재빨리 자리 잡았다. 항상 젠틀한 역할만 맡았던 정보석이 여기선 ‘바보 보석’으로 등장하는데, 이것도 흥미롭다. 한없이 순진무구하며 동시에 먹을 것에 환장하는 꼬마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에 비견되는 윤시윤도 나쁜남자 꽃남 캐릭터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터져 나올 법한 웃음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모든 소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식탐, 허영, 욕망, 수치 등의 정서를 정확히 포착해 현실과의 싱크로율을 높일 때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 황정음과 오현경 시트콤퀸 되나 -


아직 신세경이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정음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시트콤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공한 시트콤에는 항상 젊고 예쁘며 웃긴 여성 스타가 등장하게 마련인데 황정음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7회에서 보여준 술 취한 연기로 황정음은 확실히 자리 잡았다.


황정음은 걸그룹 출신으로 그동안 연기자로서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했었다. 윤은혜나 손담비는 욕이라도 먹지만, 황정음은 욕조차 먹지 못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전무했던 것이다. 황정음이 한다는 연기가 풍기는 느낌은 ‘가소로움’이었다.


그런 황정음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아닌,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져다 준 대운이라고 할 것이다. 황정음은 그 기회를 꽉 움켜쥔 것 같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120% 해내고 있다. 확실하게 망가질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기도 기대된다.


오현경은 중심 캐릭터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오현경에겐 그의 아픈 과거사 때문에 어두운 이미지가 있었다. 오현경이 컴백해 맡은 역할도 고현정처럼 빛나는 역할이 아니라, 주말 드라마의 무거운 역할이었다. 시청률로는 성공했지만 오현경 개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못했고, 이미지 쇄신도 부족했다.


그런 오현경이 코믹한 시트콤에서 이순재의 딸이며, 정보석의 부인이며, 윤시윤의 엄마라는 중심 캐릭터를 맡은 것이다. 오현경의 이미지가 좀 더 밝아지고,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향상될 절호의 기회다.


오현경은 첫 회부터 하이킥을 날려대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순재 집안의 군기반장 캐릭터로서 밉지 않은 터프함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모든 이들에게 호통 치는 이순재를 몰아붙이는 캐릭터로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순재와 김자옥을 추격하다 이순재의 자동차 앞에 나타나는 장면은 웬만한 영화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요즘 <공주가 돌아왔다>라는 드라마가 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이야말로 오현경과 황정음이라는 공주가 돌아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아, <지붕 뚫고 하이킥>에선 앞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쏟아질 것 같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코믹극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시트콤의 부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