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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파스타 공효진, 귀여워서 쓰러진다

 

<파스타>가 재밌어졌다. 초반엔 이선균의 ‘버럭질’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이 났었다. 버럭질도 버럭질이지만 극 자체의 활력이 조금 미진했던 것이 초반 부진의 근본적인 이유였다.


<파스타>은 전문직 직업세계를 배경으로 핸디캡을 안고 있는 한 여성 요리사의 성장담과 두 남녀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그려가는 작품이다. 이런 식의 전문직 트렌디 로맨스 드라마는 흔하다. 그 속에서 튀려면 이 작품만의 활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초반에 그려진 건 적당한 직업세계, 적당한 삼각관계 떡밥 등 구태의연한 모습들이었다. 물론 <파스타> 자체는 잘 만든 드라마다. 완성도로 따지면 <공부의 신>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흥행이 어디 완성도만으로 가능하다던가.


물리적인 완성도와는 다른 차원의, 감성적으로 톡 쏘는 맛이 약했었다. 결정적으로 주요 인물들에게 몰입되는 정도가 너무 약했다. 이선균은 몰입은커녕 비호감 시청자를 양산했고, 이하늬와 알렉스의 위치도 애매했다. 공효진은 최고의 배우답게 제 역할을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 미칠 듯이 귀여운 공효진 -


최근 들어 공효진이 ‘미칠 듯이’ 귀여워지기 시작했다. 단지 제 역할을 건실하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는 것이다. 공효진이 귀여워지면서 이선균 캐릭터의 변화도 시작됐다. 그러자 <파스타>가 움직이고 있다.


월화드라마의 1강 2약 구도, 즉 <공부의 신> 독주 구도에 미세하게나마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공부의 신>은 약간 주춤하고, <제중원>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파스타>가 살짝 뛰어 올랐다. 그것을 견인한 것이 바로 공효진의 귀여움이다.


<공부의 신>은 한국에서 히트를 안 하는 게 이상한 드라마다. 그만큼 소재와 내용이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폭발적인 흥행이 되지 않는 데에는 수학까진 그런 대로 봐줄 만했지만, 영어에서부터 불거진 이야기의 허황됨과 함께 핵심 캐릭터의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인기를 견인해야 할 유승호 캐릭터가 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버럭질을 일삼으며 투정만 해대는 유승호 캐릭터는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호와 함께 사각러브라인의 또 다른 축이 되는 고아성 캐릭터도 아직은 밋밋하다. 작품의 리얼리티와 절실함이 조금 더 받쳐주면서 유승호 캐릭터가 떴다면 <공부의 신>은 아마도 30%를 돌파했을 것이다.


한편 <파스타>의 핵심적인 두 캐릭터, 즉 공효진과 이선균은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선균은 초반의 고압적인 버럭남에서 공효진의 도발에 종종 굴욕을 당해주는 인간적인 로맨틱 캐릭터로 변모하며 호감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공효진은 눈부시다. 공효진이 이선균에게 기습 뽀뽀를 한 후 ‘어머 나 미쳤나봐’라고 하며 우왕좌왕할 때부터 공효진 캐릭터의 귀여움이 폭발했다. 그후 공효진은 주눅 들린 것처럼 보이다가도 이선균의 말에 매번 토를 달며 뻔뻔하게 할 말 다 하는 절정의 귀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선균이 사랑 따윈 없다고 하면 ‘짝사랑도 하면 안 되는 건가요?’라고 딴지를 걸고, 테이블 위에서 가만히 쉬라고 하면 ‘이 포즈로 쉬란다고 그게 쉬어져요? 아무 거나 다 시키라고 해놓고 난 짜장면 하는 선배랑 뭐가 다릅니까’라며 항변하고, 이선균을 물에 빠뜨려 놓고는 ‘제가 민 것도 아닌데 그게 왜 제 때문인지. 제가 싫으세요?’라며 궁시렁궁시렁대는 모습에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그 참을 수 없는 귀여움 때문에 쓰러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공효진이 불쌍한 포즈나 몸개그를 보여줄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 공효진 물 만났다 -


알렉스도 초반의 애매한 성격에서 점차 한국인이 선호하는 흑기사 캐릭터로 진화하고 있다. 공효진을 묵묵히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통해서다. 반짝반짝하는 건 아니지만 적당한 선에서 제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다.


안타까운 건 이하늬다. 이하늬는 <파트너>에서도 스테레오타입의 밉상형 배역을 맡았었는데 <파스타>에서도 그렇다. 과거엔 이선균의 인생에 민폐를 끼쳤고 현재엔 공효진의 인생에 민폐를 끼치는, 즉 두 주인공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밉상 캐릭터인 것이다. 연이어 맡고 있는 배역에서처럼, 차갑고 고혹적인 매력만을 내세우는 캐릭터로 굳어지면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한정될 우려가 있다.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에 이어 또다시 4차원적 성격과 귀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캐릭터를 맡아, 연기자로서의 기량과 매력을 120% 보여주고 있다. 아주 물을 만난 것처럼 펄떡인다. 공효진 원맨쇼다. 그녀의 매력이 발휘되며 <파스타>도 여느 평범한 전문직 트렌디 로맨스물에서 ‘특별’한 드라마로 격상되고 있다.


작년부터 비슷한 유형의 작품들이 흥행에서 부진한 면모를 보여 아쉬웠던 만큼, <파스타>의 후반 선전을 기대하게 된다. 아직은 매력이 부족한 이선균 캐릭터가 확실히 살아난다면 공효진과 함께 후반부를 쌍끌이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