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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추노 제작진의 비겁한 변명?

 

이다해가 워낙 쓰나미처럼 욕을 먹고 있고, 노출과 모자이크 논란도 뜨겁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작진들의 발언이 계속해서 기사화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공감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한 관계자는 ‘이다해가 졸지에 야동 표지모델로 둔갑한 이미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후 네티즌의 여론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재삼 깨달았으며, 그래서 더 이상의 오해를 막고 ’작품에 열정을 쏟고 있는 배우를 불필요한 논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쓰나미처럼 욕을 먹고 있는 배우를 보호하고 싶었으면 그녀를 불필요한 구경거리로 만드는 장면을 최소화하면 되는 일이었다. 편집기는 장식으로 있는 기계가 아니다. 볼거리성 노출을 최소화하고 감성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인데, 모자이크 노출이라는 더 야릇한 구도에 그녀를 밀어 넣고서 무슨 ‘사태의 심각성’을 말하고 ‘보호’ 운운한단 말인가.


‘칼에 맞은 사람이 옷을 입은 채로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당시 민중의 삶을 작가와 연출자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만든 장면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는 얘기도 나왔다.


칼에 맞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모자이크 씬이 필요했다? 정말 이상한 말이다. <추노>의 모자이크 씬에선 상처 치료와 상관없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이다해가 저고리 입는 모습을 정면 바스트샷 롱테이크로 처리한 것은 그녀의 몸을 보여주려는 의도로밖에는 달리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모자이크를 넣었다 뺐다 하며 더욱 야릇한 분위기로 몰아간 것도 상처치료나 민중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시청자 탓을 하는 발언들도 계속 이어져 당황스럽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 

‘선정성과 노출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서 이에 고민하다 모자이크 처리를 감행했다. <추노>는 <추노>로만 봐주셨으면 한다.’

‘<추노>의 원래 기획의도가 다르게 읽히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추노>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몇몇 대사와 장면으로 다소 빛을 잃은 감이 있다. 몇몇 장면만이 아닌 전체적인 드라마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추노> 제작진은 순수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시청자가 별스럽게 ‘오버’한다는 얘기다. 황당하다. 작품의 이야기 전개와 상관없는 노출씬을 굳이 집어넣고 논란을 양산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제작진 자신이다. 시청자 탓을 왜 하나. 이다해 겁탈씬은 전혀 필수불가결한 장면이 아니었고, 모자이크씬과 그 뒤를 이은 장면들도 그랬다.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을 내보냈기 때문에 시청자가 당연하게 반응한 것일 뿐이다.


‘그 장면은 사전 제작된 촬영이라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야말로 황당한 말이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편집기는 장식인가? 편집으로 컷 수를 최소화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추노>는 반대로 갔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자이크를 안쳐도 선정적으로, 또 모자이크를 쳐도 선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발언도 역시 황당하다. 애초부터 편집으로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샷을 제외한 것들을 뺐다면 전혀 논란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보여줘도 논란, 모자이크로 안 보여줘도 논란이라는 식으로 시청자를 투정꾼 취급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나오는 발언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작품은 조선 시대 민초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려가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몇몇 장면 가지고 논란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느낌이 강하다. 위에도 지적했듯이 그렇지 않다. <추노>는 분명히 진지한 민초들의 이야기와 상관없는 볼거리들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리얼리티를 무시하고 있다. 작품의 그런 측면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시청자 탓을 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이다해 논란의 구조는 간단하다. <추노>는 이다해를 리얼리티 무시하고 CF 모델처럼 표현했다. 이것은 다른 캐릭터들의 더러움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또, 이다해 캐릭터의 답답한 성격도 다른 캐릭터들의 시원시원함, 치열함 등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또, 불필요한 노출을 통해 그녀를 노출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결과 이다해는 네티즌에게 찍혀 동네북이 됐다.


제작진이 이에 대해 할 말은 복잡하지 않다.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추노>는 볼거리를 추구하는 작품이어서 이다해 캐릭터가 비현실적으로 표현된 것이니만큼, 이에 대한 시청자의 관대한 이해를 부탁드린다. 어쨌든 이다해 씨가 비난을 듣고 있고, 시청자들도 이다해 캐릭터로 인한 불쾌함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이 정도만 말하면 무리가 없는데, 자꾸 엉뚱한 말들을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당하게 찍혀 대중의 집단공격을 받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이다해는 지난 작품에 이어, 연이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므로 특히 더 안쓰럽다. 그녀를 허공에서 노니는 CF 모델처럼 표현한 것도 제작진이고, 지상파 드라마로는 부담스러운 겁탈씬을 당하도록 만든 것도 제작진이다. 그러므로 허공에 떠있는 그녀의 캐릭터를 끌어내려 지엽적인 논란 없이 ‘<추노>를 <추노>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제작진의 몫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