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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욕먹던 이시영, 이렇게 웃기는 사람이었다니!

 

<부자의 탄생>이 은근히 재밌다. 어느새 월화드라마 중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이 됐다.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가장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성격이어서 그런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가장 ‘바보상자’스러운 작품이랄까?


<부자의 탄생>을 재밌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는 놀랍게도 두 주연이 아니다. 과감하게 망가지며 웃겨주는 이시영이 <부자의 탄생>에서 재미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욕만 먹은 이시영 -


작년 초에 이시영은 ‘핫’한 스타였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전진과 커플을 이루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황정음 같은 뒷심이 없었다. 순식간에 잊혀진 것이다. 황정음이 여성적인 귀여움과 화려함으로 각인된 데 반해, 이시영은 남성적인 털털함과 4차원적 성격으로 부각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부각되려면 달달한 로맨스의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남성들에게도 사랑 받을 수 있다. 많은 매체가 <우리 결혼했어요>의 핵심을 ‘리얼함’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잘못된 분석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로 스타가 되려면, 낭만, 환상, 달콤함, 아기자기함 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시영은 그런 것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전진과 삐걱대기만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단지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녀는 욕을 먹었다. 전진은 <무한도전> 출연이 거듭되며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당시에는 아직 절대 호감이었다. <무한도전>에서는 겸손하고 성실한 훈남 이미지였고, <여고생4>에서도 사람 좋은 청년으로 나왔었기 때문이다.


이시영은 그런 ‘착한 청년’을 힘들게 하는 ‘오타쿠 4차원 소녀’로 인식되어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이시영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됐다.


사실 이시영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전진은 그때까지 <무한도전>이나 <여고생4>에 나왔던 그 전진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 주도권과 관심 받는 것밖에 모르는 밉상 사내아이처럼 굴었다. 사실은 전진이야말로 ‘제멋대로’ 캐릭터였던 것이다.


전진은 그때까지 <무한도전>에서는 주도권 잡으려고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유독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그런 캐릭터로 나왔고, 상대의 기분이나 요구는 안중에도 없는 일방통행남 노릇을 했다. 그러므로 충돌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욕은 이시영이 다 먹었다. 당시 전진의 호감 이미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이시영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엄청난 화제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재빨리 잊혀졌다. 극적인 부침이었다.


- 이렇게 웃기는 사람이었다니! -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일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이름을 알린 후에 황정음에겐 대박이 터진다. 바로 저 유명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여기서 황정음은 화끈하게 망가지는 된장녀 캐릭터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시영은 <홍길동의 후예>에서 이범수의 상대역을 맡았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과 같은 화제성은 얻지 못했다. 그저 그런 조연 여배우였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엔 황정음이 <자이언트>에서 이범수와 함께 한다)



비록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이시영은 <홍길동의 후예>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바로 ‘코믹퀸’으로서의 가능성 말이다. 코믹퀸하면 김선아가 떠오른다. 김선아는 감각적으로 웃긴데, 이시영은 그런 감각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과장된 연기로 웃기는 재능이 있다. <홍길동의 후예>에서 빵빵 터지는 장면은 거의 이시영이 ‘오버’하는 장면이었을 정도다.


만약 이시영이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예쁜 된장녀가 망가지는 모습은 이시영도 황정음 못지않게 해냈을 것이다. 황정음의 인기는 후반부에 약간 주춤했는데, 거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감정이 실린 많은 대사를 할 때 몰입을 방해하는 발음 문제도 한몫했다. 인위적으로 귀여움을 내세우는 것에도 실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이시영은 발음 문제가 없고, 과도하게 귀여움을 떠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시영이 ‘정음’역을 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 부질없는 물음이다.


<부자의 탄생>에서 이시영이 맡은 역할이 바로 ‘정음’역처럼 망가지는 된장녀 캐릭터여서 재밌다. 이시영은 여기서 유감없이 망가져주고 있다. 그것은 매우 성공적이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어서 주연도 아닌데 가장 주목 받는 캐릭터로 부상했다.


그녀가 망가질 때마다 빵빵 터지며, 순식간에 ‘신스틸러’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워낙 화려한 캐릭터여서 패션 아이콘이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시영의 부활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작품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부자의 탄생>은 열풍을 일으킨 <지붕 뚫고 하이킥>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미미하다. 러브라인으로 캐릭터를 극적으로 부각시켜주지도 못한다.


이점은 아쉽지만, 이시영의 가능성만은 나름대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그녀가 몸을 던져 웃길 수 있는 여배우라는 것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이렇게 웃기는 사람이었다니!’라고 놀라며 이시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시영의 다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