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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사람무시논란, 진실이 드러나다

 

<무한도전>의 진실은 가끔 뒤늦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식목일 특집을 했을 때가 그랬다.


당시 박명수의 상황극이 매체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중국까지 가서 의미 없는 저질 코미디로 방송분량을 때웠다는 비난이었다. 그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한참 후에 그것이 사실은 중요한 자원의 독점 행위를 비판하는 고도의 풍자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열정적인 ‘무도빠’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이번 <뜨거운 형제들>에서 재밌는 장면이 있었다. 그동안 고정 멤버들로만 아바타 소개팅을 했던 <뜨거운 형제들>은 이번에 외부 아바타들을 영입했다. 그들을 소개하는 도입부에 개그맨 김경진이 우스꽝스럽게 등장했다. 그러자 김구라가 시비 걸듯이 말했다.


‘이봐 박씨, 왜 꽂아 넣었어?’


박명수가 후배인 김경진을 <뜨거운 형제들>에 출연하도록 도왔다는 지적이었다. 모르는 일인 척하던 박명수는 ‘미안합니다’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결국 박명수가 김경진을 한번이라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얼굴을 더 비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것이 재밌는 에피소드인 이유는 올 봄에 <무한도전>과 박명수가 김경진을 무시했다며, 비인간적이고 냉혹하다는 비난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는 지적이었다.



- 4시간 달려 4분 만에 잘린 김경진 -


<무한도전> 멤버들이 번지점프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연예인들을 불렀을 때의 일이다. 당시 김경진을 비롯해, 정인, 카라, 케이윌, 정주리 등이 초대됐다.


김경진은 무려 4시간을 달려 도착했는데 <무한도전>이 퀴즈를 맞혀야 번지점프대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더니, 그에게 어려운 문제를 냈다. 김경진은 당연히 틀렸고, 박명수는 그에게 가라고 했다. 김경진은 박명수에게 악담을 퍼붓고 쓸쓸히 돌아갔다.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무한도전>과 박명수를 비난했던 것이다. ‘김경진 4분 출연, 네티즌 너무해!’라는 식의 기사들이 나왔다. 카라 등의 스타 연예인과 차별하면서 김경진을 비인기 연예인이라고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한도전>이 무명 개그맨을 가지고 놀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실 그렇게 볼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번지점프대에 올라가나 안 올라가나 방송분량 자체는 비슷했다.(카라를 포함해 모든 게스트의 분량이 4분 이내였음) 올라가도 웃기는 진행을 못할 가능성이 높은 김경진으로서는 4시간 달려왔지만 문전박대당했다는 극적인 구도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더 좋은 일이었다. 박명수가 악역을 자처하며 상황극을 만들어줘 후배를 배려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일 뿐이었고,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껏 힘들게 달려갔지만 <무한도전>에 차였다는 것만이 객관적인 사실로 남았다. 김경진이 무참히 당한 구도지만 그것이 오히려 <무한도전>의 배려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무개념 무도빠’라는 비난을 받았다.



- 드러난 진실, 박명수의 살신성인 -


이번에 박명수가 <뜨거운 형제들>에 김경진을 끌어 준 것으로, 그가 결코 김경진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그맨들의 꿈을 들어보면 대체로 버라이어티 진출일 때가 많다. <무한도전>과 박명수는 젊은 개그맨인 김경진에게 당대 최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할 기회를 여러 차례 선사했다. 그렇게 배려하고도 김경진을 비인기 연예인이라고 무시했다며 <무한도전>은 억울한 욕을 먹었던 것이다.


이번 주 <라디오스타>에서도 <무한도전>이 김경진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가 나타났다. <라디오스타> MC들은 김경진을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얼굴을 알린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은 김경진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전기를 제공한 것이다.


단지 <무한도전>과 박명수가 개그맨 김경진에게 맞는 방식으로 상황극을 했을 뿐이었다. 거기에서 박명수가 악역을 맡아서 재미를 극대화하고 결과적으로 김경진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살신성인의 역할을 했다. 김경진이 냉혹하게 내쳐진 듯한 그날의 에피소드는 사실 박명수와 <무한도전>이 한 무명 개그맨에게 기회를 준 ‘따뜻한 미담’이었던 것이다.


이번 일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상황극이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하는 비판은 무의미하다. 특히 <무한도전>처럼 속 깊은 프로그램엔 더 그렇다. ‘까’들이 주의할 대목이다. 물론 무조건 <무한도전>을 옹호하는 ‘빠’들도 문제는 있다. 의미 있는 비판은 인정해야 한다. ‘묻지마 옹호’의 추태는 아이돌 팬클럽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뒤늦게 진실은 드러났고 <무한도전>과 박명수의 누명은 벗겨졌다. 봄에 있었던 사건의 진실이 여름에 밝혀지다니, 왠지 <무한도전>스럽게 느껴지는 일이다.


(다만 사람을 냉혹하게 내치는 듯한 모습은 상황극이라 하더라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지 못하고 상처 받는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