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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꽃다발, 대놓고 성형자랑 너무 민망해

 

‘꽃 같은 걸그룹이 다발로 나온다’는 새 버라이어티 <꽃다발>이 시작됐다. 아이돌을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돌’로 만든다는 취지로, 중장년층 가족 시청자들에게 아이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취지부터가 백해무익하다. 아이돌은 이미 범람 수준이기 때문에 지상파 프로그램이 나서서 국민돌 만들어주기를 할 필요가 없다. 현재 40대까지 아이돌의 포로가 된 상태다. 뭐가 더 부족한가? 진짜로 밀어줘야 할 건 음악성 있는 뮤지션들이다.


요즘 순위프로그램은 물론이려니와, <초콜릿> 같은 음악프로그램마저 아이돌판이 되면서 가창력 있는 가수들은 <남자의 자격>이나 전전해야 하는 형편이다. 얼마 전엔 정통 음악프로그램인 <라라라>마저 걸그룹을 출연시키며 인디 뮤지션들을 걸그룹의 병풍으로 배치한 일도 있었다.


이미 이런 상황이므로 굳이 더 밀어줄 필요는 없다. 아이돌이 국민돌이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국민은 보다 다양하고 성숙한 음악을 향유해야 한다. 아이돌 음악과 일반음악이 다른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건 편견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아이돌의 음악성 문제, 10대 위주의 문제 등 당연한 얘기들을 편견이라고 강변하며 국민들을 혼란시켰다. 아이돌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다. 이것을 편견이라며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의 내용도 민망했다. 걸그룹 멤버들이 나와 서로 트집을 잡으며 노골적인 토크를 하는 컨셉이었다. 산만함과 자극성이 공존했다.


노골적인 토크를 하는 것은 마치 <강심장>같은 집단토크쇼의 마이너 버전을 보는 것 같았고, 자극적인 경쟁으로 일관하는 것은 케이블TV를 보는 듯했다. 얼마 전에 <세바퀴>는 잠깐 나온 골반댄스로 비난을 들었는데, <꽃다발>은 골반댄스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싼티’가 만발했다고나 할까? 지상파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 대놓고 성형자랑, 너무 민망해 -


이번 회 민망함의 극치는 성형자랑이었다.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토크 키워드를 숫자로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말을 하는 코너에서였다. LPG가 27을 내걸었다. 알고 봤더니 자신들의 성형 횟수였다.


이런 저런 말끝에 우발적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아예 작심하고 처음부터 성형횟수를 토크주제로 들고 나온 것이다. 어떡해든 튀고 보겠다는 집단토크쇼 폭로토크의 극단을 보는 듯했다.


LPG의 주장에 대해 성형을 혼자서 15번 했다고 소개된 채리나가 감정에 나섰다. 그러자 장영란은 자기도 쌍꺼풀 수술을 두 번했다며, 남들의 성형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기 시작했다. 김새롬의 성형사실도 나왔다. 장영란은 한 술 더 떠서 성형부작용으로 인해 눈꺼풀을 빨리 깜빡일 수 있다는 걸 개인기로 선보이기도 했다. 당황해하는 구지성에게 고백을 강요하는 대목에 이르러선 폭력성마저 느껴졌다.


자신들의 성형 사실을 대놓고 자랑하듯이 말하는 모습도 불편하고, 남이 가만히 있는데 그 사람의 사적인 정보를 마구 폭로하거나 고백을 강요하는 모습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자 연예인의 성형은 대단히 민감한 이슈다. 그만큼 자극적이라는 얘기다. 27번 성형 이야기를 내세운 건 <꽃다발>이 자극성에 집착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렇게 아이돌의 국민돌화라는 백해무익한 취지를 내세우며 여성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자극성 경쟁을 벌이는 구도는 반기기 힘들다.


한때 성형고백이 진솔함이라는 인상을 준 적이 있었다. 그땐 성형사실을 말하는 것이 하나의 금기였던 시절이었다. 그럴 때 자신의 성형사실을 말하는 것은 용기, 솔직함 등을 느끼게 했다. 시원시원하다는 느낌도 줬다. 과거에 현영도 이런 식으로 호감을 줬었다.


이젠 아니다. 자극성 경쟁이 격화되며 성형고백은 집단토크쇼의 뻔한 토크주제로 자리 잡았다. 너도 나도 이목을 끌기 위해 성형사실을 고백하는 모습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방송에서 성형고백 러시가 일면, 성형수술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로 인식돼 성형왕국을 부채질할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15회, 27회 이런 얘기들까지 나오면 성형중독까지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이런 토크는 지상파에서 자제해야 한다.


난 성형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외모를 위한 개인적인 노력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회적인 강박이 돼서 성형수술 열풍과 중독을 일으킨다면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성형은 개인적인 사안으로 남겨두고 방송에서는 대놓고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방송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다발>은 성형 폭로 대회를 열며 남에게 고백을 강요까지 한 것이다.


<꽃다발>이 자극적이기만 한 집단 버라이어티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의 27번 성형, 15번 성형처럼 부적절한 이야기는 과감히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