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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제빵왕김탁구 막장3인방 너무 얄미워

 

<제빵왕 김탁구>의 막장 3인방이 너무 얄밉다. 한실장과 서인숙(전인화), 그리고 구마준이다. 특히 구마준이 점점 더 미워진다.


먼저, 한실장은 저 악명 높은 ‘강간 사주’ 사건으로 이미 <제빵왕 김탁구>에 막장의 오명을 씌운 바 있다. 그는 조직폭력배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온갖 악행을 일삼고, 수십 년 지기인 친구를 배신한다.


폭행, 납치, 사기는 기본이고 서인숙을 부추겨 사실상의 존속살해를 하도록 했으며 이번 주 들어선 드디어 교통사고로 위장해 구일중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사고를 일으켜 김탁구의 눈을 멀게 할 뻔하기도 했다. 거의 인면수심이다.


서인숙도 인면수심이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죽게 만들고, 남편의 아들이 아닌 아들로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게 하려고 한다. 가해자이면서 언제나 피해의식에 젖어 억울함과 분함을 호소하는 사이코패스적 캐릭터다.


아들의 여자 친구를 대하는 태도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보통 막장 드라마에서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악독한 어머니가 하는 행동이라는 게 소리 지르고 물을 끼얹는 수준이라면 그녀의 악행은 거기에 한 걸음 더 나간다.


구마준은 정말 얄밉다. 사사건건 김탁구에게 경쟁심을 드러내고, 자신이 김탁구를 꼭 이겨보이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로 자신이 하는 일은 없다. 언제나 아버지 회사의 힘을 빌리거나 비겁한 술수를 쓰려 한다.


이번 주엔 비록 그가 직접 먹인 건 아니었지만 독약을 준비했다가 결국 김탁구가 그것을 먹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김탁구에게 유경을 몇 년씩이나 만나지 못하게 한 것도 잔혹한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처럼 이 막장 3인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악하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평생 가야 한 번도 못 접해볼 악행을 마치 숨을 쉬듯이 수시로 저지른다. 그에 따라 김탁구가 당하는 고난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 얄미운 캐릭터 없으면 극이 안 되나? -


올 상반기 최악의 얄미운 캐릭터는 <수상한 삼형제>의 태실장이었다. 그녀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사악한 음모를 꾸며댔다. 그러자 시청자는 그녀를 욕하며 드라마 앞에 모여들었다. 그녀가 몰락하자 통쾌하다며 <수상한 삼형제>가 착한 드라마가 됐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욕하면서 시청률이 올라가고, 통쾌해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구도다. 막장 드라마에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악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일반인의 윤리관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악행을 태연히 저지르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의 악행에 의해 드라마에는 극적인 대립구도가 생겨난다. 너무나 얄미운 인간들과 그에 맞서는 착한 주인공. 사건은 과장되게 극적으로 흘러가고 시청자의 울화와 통쾌함이 증폭된다. 그리하여 원성과 시청률이 동시에 오른다.


<제빵왕 김탁구>는 그 ‘귀여운’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이런 식의 행로를 보여주고 있다. 극 초반 악행 퍼레이드가 펼쳐질 때만 해도, 마치 전설과 같은 과거사 이야기라 그러려니 하고 보자는 시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역의 시대가 끝나고 주연들이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구도가 계속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목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40%를 돌파하는 기적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구도를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우리 드라마는 이런 경향이 너무 심하다. 현실에선 그저 그런 소시민들이 살고 있을 뿐인데 왜 TV만 틀면 희대의 악인들을 봐야 한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작품을 만들면 깊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 동화처럼 악당과 착한 주인공이 죽도록 싸우는 구도에 영원히 고착되는 것이다.


한류 드라마가 동아시아에서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단순한 선악구도가 거론된다. 단순한 선악구도에는 분명히 대중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상업적인 성공을 쉽게 거둔다. 대신에 존경은 못 받는다. 한류도 시장성만 인정받을 뿐 문화적 깊이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한류 위기론이 항상 나오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한 상품들만 반복된다면 한국 대중문화의 깜짝 전성기도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품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막가파 캐릭터들에 의한 막장 구도로 시장을 ‘올킬’하는 일이 계속되는 현재의 분위기는 우리 대중문화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얄미운 캐릭터 없이도 힘 있는 극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