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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액션과 국뽕의 대결

 

부산행인천상륙작전이 폭발적인 흥행기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행>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돌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고, <인천상륙작전>은 놀랍게도 일일박스오피스에서 <부산행>을 꺾고 1위에 올라서며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에 퍼진 시사회 입소문이 매우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흥행은 의외다.

 

일단은 스펙터클 대작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흥행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상반기에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는데, 몇 달 정도 한국영화 대작을 보지 못하면 우리나라 관객들은 일종의 금단증세에 빠진다. 그럴 때 국산 블록버스터가 등장하면 거의 사회병리적인 수준으로까지 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는데 지금이 바로 그렇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액션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장착했다. 서양에서 하던 걸 한국영화가 구현해주면 우리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한다. 거기에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관객들의 호응이 크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래서 부산행은 좌파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우파영화로서 좌우 흥행 대전이 시작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부산행에 나오는 정부비판적인 내용은 작품 전체의 성격을 규정할 만큼 큰 비중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정부비판적인 내용은 한국형 재난 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관습이다. ‘괴물’, ‘감기등 한국형 재난 영화에서 정부는 언제나 무능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건 현실에서 우리 국가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 속에서 빠릿빠릿하게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 모습이 나온다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부산행에는 이런 정도의 맥락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정부비판적 내용이 담겼다. 이 정도로 좌파영화니 뭐니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부산행의 재미의 핵심은 액션이다. 좁비들이 달려들 때 정말 무섭게 달려든다. 그 좀비들을 피해 한 걸음 한 걸음 사람들이 나아갈 때는 절로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긴장하게 된다. 액션 연출도 매우 훌륭하다. 특별한 도구 없이 몸을 쓰는 액션들인데 하나도 허투루 연출되지 않았다. ‘부산행의 액션 연출이 매우 훌륭하다는 건 마지막 액션만 봐도 알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둘이 몸싸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맥빠질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영화는 긴박감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액션이 홍행폭발의 원동력이었다.

 

반면에 인천상륙작전은 완성도면에서 매우 실망스런 작품이다. 액션과 스펙터클 모두 평이하고, 첩보물 특유의 긴장감도 약하다. 초반부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긴장감이 느껴지지만, 중반부터 늘어지기 시작한다. 극 자체의 흡인력이 약하니 전형적인 장면들의 나열이 부실 요소로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액션도 긴박감이 떨어져서 감상 중에 다른 생각이 난다. 흡인력이 강력한 작품은 전형적인 장면이 있어도 그것이 도드라지게 인식되지 않고, 하이라이트 액션 중에 다른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인천상륙작전이 이렇게 허술한 작품인데도 흥행몰이를 하는 건 국뽕의 힘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지루한 전쟁영화가 또 한 편 탄생한 수준이겠지만, 한국인에겐 각별할 수밖에 없다. 바로 우리의 영웅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우리 한국인에게 인천상륙작전은 무조건 특별하다. 마지막 사진 장면이 닳고 닳은 관습이지만 그래도 눈물이 핑 도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명량이 비슷한 케이스였다. 이 작품도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국뽕의 힘으로 흥행몰이를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디워가 나온다. ‘디워의 경우는 나라 지킨 이야기는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영화에 대규모 액션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감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흥행이 폭발했다. ‘국뽕 버프는 이렇게 강력하다. 올 여름엔 인천상륙작전이 그 수혜주가 되었다. (내 취향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나는 국뽕 중독자다.)

 

 

일각에서 이 영화를 이념으로 덧칠하려는 징후가 나타난다. <인천상륙작전>의 부실함을 지적하면, ‘훌륭한 영화인데 좌빨이라서 비판한다는 식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 영화를 혹평한 평론가들이 이념적 잣대로 그리했다며 좌빨 낙인을 찍었다. 마치 공산당만 욕하면 영화의 완성도는 저절로 담보되며, 그걸 의심하는 자는 좌빨이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횡행하는 것 같다.

 

이것은 북한식 사고방식이다. 북한에선 김씨 왕조를 찬양하는 영화는 저절로 완성도가 담보되고, 그걸 의심하는 자는 반동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이러니 북한이 비웃음을 사고 북한영화가 발전하지 못한다. 김정일이 생전에 북한영화가 발전하는 못하는 걸 매우 유감스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이런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당성작품성을 혼동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인천상륙작전을 두고 일부에서 애국작품성을 혼동하며, 작품성의 미흡함을 지적하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공격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영화는 영화로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