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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또오해영. 치인트가 그려준 여성의 불안

 

 

또 오해영이 폭발적인 인기 속에 종영했다. 특히 2040 여성 시청자층의 반응이 컸다. tvN은 그동안 금토드라마 부문에서 지상파를 위협해왔는데, 월화드라마인 또 오해영마저 지상파 드라마 이상의 인기를 얻으면서 정말로 신드라마 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오해영이라는 제목부터가, 삶 자체가 억울한 평범한 사람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억울함 말이다.

 

주인공인 그냥 오해영예쁜 오해영과 평생 비교당하며 사는 것도 요즘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이 심한 경쟁지옥이기 때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엄마 친구 자식부터 시작해 주위 친구들과의 경쟁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승자는 극소수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루저일 수밖에 없는 승자독식구조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예쁜 오해영에 치어사는 그냥 오해영의 심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또 오해영이전에 tvN 월화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치즈인더트랩이었는데, 이 작품에도 공감코드가 있었다. 이 작품은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이 배경이었다. 과거엔 캠퍼스 청춘 드라마가 종종 나왔고 큰 인기를 끌었었다. 이병헌이 바로 캠퍼스 드라마 출신으로 스타가 된 사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캠퍼스 드라마가 사라졌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 캠퍼스가 낭만의 공간이라는 관념도 사라졌다. 이제 캠퍼스는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 신세가 되며 취업을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야 하는 살벌한 공간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식 낭만 캠퍼스 드라마는 더 이상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치즈인더트랩은 요즘 대학생들의 불안을 그렸다. 학점관리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낭만에 빠질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는 가난한 청춘의 삶. 바로 그런 새로운 캠퍼스 문화를 그려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보면 tvN이 신드라마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공감 코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정도로 이 작품들이 젊은 여성들의 처지를 리얼하게 그려낸 것이다.

 

치즈인더트랩에서 여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쪽방에서 살아간다. 그녀의 삶의 문제는 단지 가난이나 경쟁만이 아니다. 그녀에겐 불안과 공포가 있다. 스토커가 따라붙고 동네엔 성범죄자가 출몰한다. 힘들게 돈을 벌고, 공부하고, 남차친구를 만나는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마치 공기처럼 불안과 공포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것이다.

 

또오해영에서도 쪽방에 사는 여주인공은 성범죄의 두려움 속에 산다. 그래서 음식을 시킬 때도 이유 없이 2인분을 시키고, 남자 배달원이 오면 텅 빈 방 안을 향해 가상의 대화를 한다. 여성의 삶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불안, 바로 그 점을 그렸다.

 

이 작품들은 리얼한 표현을 통해 공감을 얻어내면서 동시에 그것을 판타지와 버무려냈다. 왕자님 코드다. 이 작품들에서 왕자님은 여성을 그런 불안으로부터 지켜준다. ‘또오해영에서 남자 배달원이 흑심을 가지고 찾아오자 에릭이 마치 애인처럼 나타나는 식이다. 에릭은 자기 구두를 여주인공 집 현관에 놔두기도 했다.

 

이젠 이 정도만 해도 여성들이 감동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일상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못하는 삶. 이 작품들은 바로 그런 신세가 된 여성들의 처지를 그려내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냈다. 신분상승도 아니고, 일확천금도 아니고 그저 일상의 안전 정도가 판타지인 것이다. 이제 여성들은 안전하게 숨만 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인 처지가 됐다는 현실, tvN 공감드라마들은 그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