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티파니 사건, 매장까지 할 일인가

 

티파니가 광복절에 욱일기를 SNS에 올린 사건 때문에 결국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전범기인 욱일기를 올린 것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특히 그것을 광복절에 올린 것은 만행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티파니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는 것은 문제다. 거의 연예계 퇴출 요구 , 혹은 미국으로 돌아가라거나 좋아하는 일본에 가서 활동하라는 둥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진다. 이 정도까지 갈 일은 아니다.

 

보도대로라면, 이번 일은 티파니가 잘 모르고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광복절에 일부러 욱일기를 올렸다면 한국인을 적으로 돌릴 각오를 했다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 낮다. 일부 네티즌은 일장기를 먼저 올렸다가 사람들의 지적을 받은 후에 여봐란 듯이 욱일기를 올렸다며, 고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한 매체에선 티파니를 일본인편으로 단정 짓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설사 일장기를 먼저 올린 후 욱일기를 나중에 올린 것이 사실이라 해도,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국인을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티파니가 일부러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티파니의 팬들은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일장기를 먼저 올렸다가 사람들의 지적을 받은 후 욱일기를 올린 것이 아니라, 일장기와 욱일기를 연이어 올렸다가 논란 이전에 스스로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단순 실수 정도인 사건에 언론이 너무 매국노 때려잡기식 여론몰이 보도를 한 셈이 된다.

 

 

어쨌든 광복절에 욱일기 게시라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비판받고, 깨닫고, 반성하고, 다음부턴 안 그러면 되는 일이다. 잘 몰라서, 혹은 실수로 그런 일을 가지고 인간성 자체를 단죄하는 듯한 여론재판은 과하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 삼을 건 우리 시스템의 실패 부분이다. 독일의 침략에 당한 프랑스는 진작부터 하켄크로이츠를 비롯한 나치 상징들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반면에 우리는 법적인 제재는커녕 관련 교육조차 제대로 안 이루어져 욱일기 문양을 디자인 요소 정도로나 아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과거부터 아이돌의 욱일기 문양 착용 사건이 종종 있어왔다. 아이돌이 욱일기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고 사진에 찍혀 알려진다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동료와 코디네이터, 매니저 등 주변인 전체가 문제를 몰랐다는 의미다. 과거 컬투는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건 연예인과 코디네이터, 매니저뿐만 아니라 방송 작가, PD 등 제작진마저도 무개념이라는 뜻이다.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욱일기 등 일제 상징물을 제재하는 법안이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흐지부지됐다. 이번 논란을 티파니를 매장시킬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일제 상징물 관련 법안 제정과 역사 교육 강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정도 곤욕을 치렀으면 티파니도 앞으로는 주의할 것이다. 여론재판은 이제 멈추는 것이 좋겠다. 누군들 실수를 안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