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이 시청률 4%라는,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 드라마치고는 준수하지만 애초의 기대치엔 못 미치는 성적으로 끝났다. 이 작품은 JTBC의 야심작이었다. 한국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100% 사전제작이었고, 헝가리 촬영까지 진행하며 공을 들였다. 방영과 함께 촬영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생방송’ 드라마에선 나오기 어려운 고품질의 차량 추격신과 주인공 액션신이 등장해 호평 받았다. ‘태양의 후예’의 김원석 작가, ‘리멤버 아들의 전쟁’의 이창민 PD와 한류스타 박해진의 만남도 기대를 증폭시켰다.
첫 회 4.055%로 JTBC 역대 최고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해,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예감케 했다. 하지만 중반에 힘이 빠지면서 2~3%대로 떨어졌고 마지막에 겨우 4%선을 회복하면서 아쉬움 속에 종영했다.
여기선 박해진이 국정원의 해외 비밀 요원 김설우로 등장한다. 국내에서 재벌과 국정원의 부패 커넥션을 파헤치던 요원이 갑자기 사라지자, 국내에 노출되지 않은 해외 요원 김설우가 긴급 차출된다. 김설우는 재벌 비자금의 열쇠인 목각상을 찾기 위해 한류스타 여운광(박성웅)의 경호원으로 위장한다. 경호 업무를 수행하던 중 여운광의 매니저인 차도하(김민정)과 사랑에 빠진다. 김설우의 작전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며 음지의 권력을 키워온 국정원 구세력과의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마침내 그들을 척결한 후 새로운 작전과 사랑을 이어가게 된다는 설정이다. 흥행이 크게 성공했으면 시즌 2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드라마가 주로 재벌, 정치권, 검찰, 경찰의 비리를 그렸기 때문에, 국정원 문제를 다룬 ‘맨투맨’이 신선했다. 이 작품에서 국정원 구세력은 국민이 부여해준 첩보력으로 국내 문제에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땐 상대를 간첩단으로 몰아 생존을 이어간다. 이것은 국내 정치개입과 용공조작 등으로 얼룩진 우리 정보기관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맨투맨’에선 소장파 팀장의 소신과 비밀 요원 김설우의 초인적 능력으로 마침내 국정원 개혁에 성공한다. 현실에선 이뤄지기 어려운 판타지이지만 어쨌든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명민한 기획이었다.
주인공의 위장 직업이 경호원이라는 설정도 흥행코드였다. ‘모래시계’에서 듬직한 경호원으로 이정재가 떴고, 서울 시내에 ‘웬 다이아~’를 울려 퍼지게 했던 ‘보디가드’에선 케빈 코스트너가 여심을 흔들었다. 말없이 상대를 지켜주는 경호원 콘셉트는 여성들의 ‘선호템’이다. 김설우와 한류스타 여운광의 남남 ‘브로맨스’도 요즘 트렌드다. 이런 흥행요소들의 조합과 함께 작품은 경쾌하고 ‘쿨’한 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오락성을 성취했다.
문제는 러브라인이 약했다는 데 있다. 김설우와 차도하의 관계에서 ‘설렘’이 터지지 않았다. 감정을 ‘찐’하게 건드리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도 큰 악재였다. PD는 일부러 그랬다고 말한다. 신파적으로 가지 않기 위해 부모의 복수, 출생의 비밀 등 감정을 고조시키는 사연을 배제하고 ‘라이트’하게 갔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주인공이 가족 때문에 분노하고 오열하며 감정을 고조시켰던 ‘피고인’과 대비되는 설정이다. 한국 시청자는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대로라면 모든 한국 드라마가 맵고 짠 음식처럼 감정을 ‘찐’하게 고조시키는 설정으로 일원화될 수 있다. ‘맨투맨’의 부진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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