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하차한다는 소식이 화제다. ‘썰전’은 진지한 시사이슈를 논하는 프로그램인데도 시청률이 4%를 넘나들 정도로 네티즌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합류 이후 화제성이 더 커졌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청률 10%에 이를 정도로 인기 고공행진을 펼쳤다. 보통 TV 시사토크는 중노년층이 주시청자층인데 반해 ‘썰전’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젊은 층이 중노년층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있는데 그것을 채워줄 프로그램이 없는 게 문제였다. 기존의 정치시사 TV프로그램은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노년층이 보수성향이다보니 TV 정치 토크쇼 패널도 보수 위주로 선정이 됐다. 그런 이유로 TV 정치 토크쇼가 보수편향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젊은 층은 기피하게 됐다.
그때 ‘썰전’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강용석 변호사와 민주당 성향인 이철희 정치평론가를 등장시켜 여야 1대1 구도로 ‘맞짱’ 토크를 펼쳤다. 당시 이철희 정치평론가는 친문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당 주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민주당 주류의 목소리가 TV 시사토크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 ‘썰전’이 관심을 끌었다.
요즘 젊은 층은 복잡한 걸 싫어한다. 과거엔 대학생 정도 되면 이념과 사회모순을 연구하거나 사색에 빠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요즘엔 그런 사람을 ‘진지충’이라고 하며 ‘극혐’(매우 싫어함)으로 여긴다. 복잡하게 설명해주는 ‘설명충’도 비호감이다. 이리저리 얽힌 문제들을 단순하고 재미있게 간편 정리해주는 사람을 선호해 ‘스피드 웨건’이란 말도 나왔다. 스피드 웨건은 특정 만화에서 복잡한 상황을 정리해서 설명해주는 캐릭터인데, 네티즌이 복잡한 이슈에 대해 ‘도와줘요, 스피드 웨건!’이라고 외치면 누군가가 나타나 간략하게 상황을 정리해준다.
‘썰전’이 바로 젊은 층에게 정치에 관한 스피드 웨건 역할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간의 중대 이슈에 대해 여야의 시각으로 간단 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에 약간의 관심은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게 파고들 생각은 없는 젊은 층의 구미에 맞았다.
패널이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로 바뀌자 더 강력한 간단 정리의 ‘끝판왕’으로 인식 됐다. 유시민 작가는 친노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친문의 입장을 확실히 대변할 것으로, 전원책 변호사는 대표적 보수 논객이기 때문에 보수의 입장을 정확히 표현할 것으로 각각 기대됐다. ‘한 편으로 총정리’ 같은 느낌이어서, 젊은 층에게 더욱 스피드 웨건으로 다가간 것이다.
두 사람이 프로그램 속에서 ‘비꼰대 아재’ 캐릭터를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권위주의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전원책 변호사는 의외의 ‘개그욕망’을 선보였고, 유시민 작가도 과거의 날선 느낌이 아닌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이런 모습이 젊은 층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에 ‘썰전’과 유시민, 전원책 모두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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