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난 클래스가 달라”. ‘품위있는 그녀’는 준재벌과 강남 중소자산가 정도의 일상을 다루는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재벌가 사모님으로 등장하는 이가 있다. 그녀는 미술관을 운영하며 상류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희선은 그런 그녀가 아끼는 준재벌집 며느리다. 김희선이 후원하던 여류화가가 김희선 남편과 바람이 난다. 분노한 사모님이 그 화가를 비난하자 화가가 사모님에게 ‘우린 사실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사모님이 하는 말이다. “너랑 난 클래스가 달라”.
주인공 김희선이 어울리는 강남 중소자산가 부인 모임에선 성형외과 의사 부인과 그 의사와 바람 난 프로 골퍼 부인 사이에 싸움이 터진다. 거기에서 성형외과 의사 부인도 이렇게 말한다. “너 사실 우리 모임에 낄 클래스가 아닌데 끼워준 거야.”
중요한 건 클래스다. 상류층인가 서민인가. 또는 상류층인가 ‘개돼지’인가. ‘품위있는 그녀’는 개돼지를 경멸하는 상류층의 이야기다. 그들은 평소 품위를 가장한다. 그 품위로 자신들의 클래스를 지킨다.
‘품위있는 그녀’는 개돼지의 삶을 살던 박복자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품위를 갖춘 박지영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방식에 품위가 없다. 연로한 회장을 ‘꼬셔’ 후처로 들어앉은 것이다. 김희선 남편을 ‘꼬신’ 여류화가도 비슷하다.
그런 부류를 클래스가 다르다며 경멸하는 사모님들. 여류화가는 재벌 사모님에게 통렬한 한 방을 날린다. “사모님도 첩이잖아요.”
그들이 클래스의 성을 지키며 내세웠던 품위, 그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다. 성형외과 의사 부인이 “너 사실 우리 모임에 낄 클래스가 아닌데 끼워준 거야. 너 같이 근본 없는 기지배가 강남 한복판에서 상류층 행세하니까 뭐라도 되는 줄 알지?”라며 모욕한 프로 골퍼 부인은 ‘당신도 학력 위조하고 부자 남편 꼬셔 상류층 행세 하는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응수한다. 말문이 막힌 의사 사모님은 주먹을 날린다.
상류층의 품위가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통렬하게 폭로됐다. 바로 이 대목에서 ‘품위있는 그녀’가 일반 막장드라마와 차별화된다. 불륜에 집안 재산 싸움으로 이어지는 막장 주말드라마와 소재는 같지만, 그것을 자극적인 흥미 위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상류층의 구조적인 민낯을 까발리는 도구로 활용한다. 이때 막장이 명작으로 자리매김한다.
품위와 고상함을 말하는 상류층에게 작품은 묻는다. ‘당신들은 얼마나 고상한데?’, ‘당신들이 품위를 말할 자격이 있어?’ 툭하면 갑질 사건이 터지는, 돈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천민자본주의의 나라라서 이런 지적은 울림이 크다.
바람 핀 아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준재벌 아버지에게 아들이 “아버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셨잖아요”라며 비난하는 장면도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우리 ‘상위 클래스’가 기실 지도층이라 할 만한 도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웅변했다. 우리 부유층이 정말로 품위를 갖춘 ‘지도층’이 되지 않는다면 ‘품위있는 그녀’와 같은 풍자 드라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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