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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군함도, 국뽕이면 안 되나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무려 220억 원이 투입됐다는 군함도말이다. 미국 자본이 들어간 옥자에 비하면야 훨씬 적은 제작비이지만 한국영화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물량 투입이다. 돈 쓴 티가 제대로 난다. ‘옥자보다도 더 대작 같은 느낌이다. 

일단 실제 군함도를 통째로, 60% 크기로 재현했다는 세트가 압도적이다. 그 속을 채운 인간군상까지 더해져 기이하고 처절한 스펙터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집안에서 컴퓨터 동영상으로 보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대형 스크린으로 그 영상을 체험해야 한다. 

주먹 액션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류승완 감독이다. 경성 깡패 소지섭의 액션이 류 감독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 실력이 자본과 규모를 만나 대형 액션을 탄생시켰다. 조선인 노동자들의 탈출 장면은 전쟁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규모다. 한국영화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액션은 보기 드물었다.

 

영화 자체는 그렇게 잘 만들었거나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수준은 아니다. 과도하게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졸면서 보는 망작은 분명히 아니다. 지루하지 않게 드라마가 흘러간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이 빛난다. 연기, 존재감, 매력 등에서 최고 수준이다. 배우의 매력이 드라마를 살린다. 조역들도 조선인 광부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액션과 스펙터클이 더해져 돈 아깝지 않은 작품이 탄생했다. 

제작진이 기대한 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정 정도의 감동도 있다. 이 감동은 물론 한국인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한국인이라서 느낄 수밖에 없는 각별함이 분명히 있다. 

이 때문에 국뽕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국심을 자극한다는 건데, 국뽕하면 안 되나? 국뽕이 죄인가? 민족의식,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우리 역사를 조명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다만 처음부터 애국팔이자체를 목적으로 기획한 거라면 문제가 있을 텐데, ‘군함도는 그런 경우가 아니다. 우리의 근대사를 조명하려는 소명의식, 일본의 왜곡 시도에 대한 순수한 분노 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한다고 해서 비난할 이유는 없다. 

물론 순수하고 소박한 애국심 고취라도 제국주의 국가가 자신들의 침략사를 그렇게 조명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린 침략당한 피해국이다. 그렇게 고통을 당하고도 아직까지 사과나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서글픈 나라다. 민족반역자들이 기득권층이 된 전도된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근대사의 기억이 날로 희미해져가 역사를 바로 세울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이럴 때 우리의 참혹한 근대사를 조명하는 건 분명히 의미가 있다. 거기에 관객들이 감동받는다고 해서 국뽕이라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한류스타들이 군함도에 출연한 건 일본이라는 엄청난 시장을 잃을 수 있는 결단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우리 스스로 폄하하는 건 자해다.

 

작품은 암살보단 명량에 가깝다. ‘암살은 오락적 완성도가 대단히 높았던 것에 반해 명량은 그렇진 않았지만 실화의 감동과 엄청난 액션이 미흡함을 상쇄했다. ‘군함도도 그런 명량과 비슷한 경우다. 

다만 명량은 완전한 실화이기 때문에 역사의 감동이 더 컸던 데에 반해 군함도는 소재는 실화라도 이야기 자체는 상상이다. , ‘명량이 실존한 민족 영웅을 그린 데에 반해 군함도에선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명량의 압도적인 감동보단 군함도가 약할 수 있고, 네티즌의 쉴드도 덜 할 수 있다. ‘명량때는 작품을 폄하하면 이순신 장군을 욕보이는 것이냐면서 벌떼처럼 달려들었는데 허구의 이야기인 군함도는 그 정도의 지지세까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 해도 일본이 군함도의 인권 유린을 완전히 지우는 역사세탁을 감행하려는 이때, 그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분명히 의미가 크다. 그런 의미를 인정하는 것에 혹시 국뽕에 휩쓸리는 것 아닐까라면서 자기검열로 소심해질 필요는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면서 공들인 스펙터클과 액션으로 입장료값은 분명히 한다. 조선인 지도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른 관점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쨌든 극장에서 볼 만한 작품이다. 한국인이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