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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군함도, 애국의 역습에 당하다

 

예상했던 일과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졌다. ‘군함도개봉에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산케이신문, 교도통신 등 일 매체와 우익이 반발하는가 하면 심지어 장관까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건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까지 군함도를 공격한다. ‘군함도는 한국 네티즌과 일본 우익 양쪽으로부터 공격 받는 신세가 됐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군함도개봉까지는 과도한 국뽕영화가 될 거란 우려가 켰다. 개봉 직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감독과 출연진은 우리 영화는 국뽕이나 애국팔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된 후에는 네티즌의 애국심이 작품을 공격하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 우익과 우리 네티즌이 군함도를 공격하는 이유는 같다. 실제 역사가 아니라 허구의 창작물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 영화가 실제보다 군함도를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하고, 우리 네티즌은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가 꼭 역사를 있는 그래도 묘사해야 하는 걸까?

 

군함도는 액션 오락 영화다. 이미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군함도의 이러한 정체성이 분명히 알려졌었다. ‘군함도의 미덕은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뤄 우리 근대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네티즌은 영화를 보더니, 왜 우리 역사를 오락으로 다뤘느냐고 공격한다. 액션 오락 영화에 너무 진지한 기대를 한 것 아닌가? 

물론 영화가 한국인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긴 했다. 감독이 애국팔이, 국뽕이란 비난을 피하려 너무 신경을 쓴 것일까? ‘일본인은 악, 조선인은 선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렸다. 그러다보니 조선인 내부의 갈등이 쓸 데 없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인 지도자와 관련된 설정이다. 조선인의 나쁜 면이 강조되는 바람에 일본놈은 나쁜 놈묘사에 물타기가 됐다. 좀 더 과감하고 단순하게 애국적묘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감독이 친일파 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읽을 수도 있다. 친일파를 처단하고서야 우리 민족이 암흑의 갱도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탈출할 수 있다고 말이다. 어쨌든 영화의 감동을 떨어뜨린 설정인 건 맞다. 여기에 더해 각종 오락적 코드와 탈출 액션 등이 군함도의 참혹한 진실을 고발해주길 바랬던 관객의 기대를 벗어났다. 

하지만 군함도는 원래부터 오락영화였고 자기 정체성대로 간 것이다. 역사 소재를 다루는 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오락영화라고 특별히 단죄될 이유는 없다. 다만 제목을 아예 허구로 지었으면 불필요한 오해가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 어차피 군함도를 모티브로 했다고 흘리기만 해도 암살로 의열단이 조명된 것처럼 군함도가 상기되는 효과는 충분했을 테니 말이다. ‘탈출정도의 제목이면 어땠을까?

 군함도공격에선 우리 근대사를 신성시하려는 강박이 느껴진다. ‘우리 역사를 감히 오락화하다니!’라는 경직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다. 애국의 열정이 과도하다. 오락 영화를 오락 영화로 봐주는 정도까지는 힘을 빼도 좋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주류 영화계에서 그동안 금기였다. 그러다 암살’, ‘군함도같은 작품들이 광복군 액션 활극으로 일제강점기를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런 작품들과 함께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품들도 있어야 할 것이다. 

원래 반일적 내용을 다룬 작품은 캐스팅이 어렵다. 배우들이 일본시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군함도의 배우들은 그럼에도 참여했다. 감독과 제작진도 비슷한 의분을 공유했다. 그런 사람들을 네티즌이 매국노 취급하고 조롱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

근본적으로, 영화와 역사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 영화는 해당 소재를 상기시켜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고, 실제 역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일이다. 왜 역사를 제대로 그리지 않았느냐고 다그치기보다, 오락 영화가 일제강점기를 다룬 가상함을 격려해주는 것이 좋겠다. 하나 더. 스크린독점은 군함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행태와 미비한 제도의 문제다.